사설

백년대계 외쳐놓고 시한에 위원 구성도 못한 국가교육위

국가의 백년대계를 논의할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가 출범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법적 예정일이 21일이지만 대통령이 지명하는 위원장을 포함해 각 위원들의 윤곽조차 보이지 않는다. 조직 구성이나 직원 정원 등도 감감무소식이다.

한국 사회에서 교육은 ‘제로섬’ 게임의 성격을 띤다. 학생 간은 물론이고, 학부모와 교사, 고교와 대학, 공교육과 사교육 등 교육 주체와 학교급, 기관의 성격에 따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린다. 장기적 안목으로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할 정책은 정권이나 장관의 성향에 따라 조변석개하기 일쑤다. 이런 문제를 뛰어넘기 위해 만들기로 한 것이 초당적 논의 기구인 국교위이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의 무관심과 무성의로 국교위가 법정 시한이 되도록 출범은커녕 위원 선임조차 못하고 있으니 답답하고 안타깝다.

국교위 설립은 진보와 보수, 여와 야가 모두 찬성한 정책이다. 2002년 대선에서 보수 성향의 이회창 후보가 초정파적 기구로 ‘21세기 국가교육위원회’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2017년 대선에서도 문재인 후보를 비롯해 홍준표·유승민·안철수·심상정 후보가 중장기 교육정책 수립과 교육 여론 수렴 기구로 국교위 설립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문재인 정부가 당시 야당인 국민의힘과 제대로 협의하지 않고 국교위법 제정을 서두른 측면은 있다. 하지만 그 대신 국교위 구성과 출범을 1년 늦췄다. 정치적 중립성이 중요한 국교위가 초장부터 편파 시비에 휘말리는 것을 피하기 위해 차기 정부에 일체의 권한을 넘긴 것이다.

법으로 명시된 국교위 사무는 교육비전, 중장기 정책 방향, 학제·교원정책·대학입학정책·학급당 적정 학생 수 등 중장기 교육제도에 관한 국가교육발전계획 수립이다. 국가의 미래가 달린 중대 사안이면서도 교육 주체들의 입장이 달라 결정이 쉽지 않은 난제들이다. 초·중등교육 재원 일부를 고등교육에 쓰는 쪽으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개편하는 문제나 2025년 시행될 고교학점제, 2022 개정 교육과정, 2028학년도 대입 개편 등도 모두 국교위에서 풀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교육 분야에 관심을 갖고 국교위 출범에 속도를 내야 한다. 첫 단추는 인사다. 국교위는 대통령 소속 기관이지만 교육의 자주성과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비정치적 인물로 위원장과 위원들을 선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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