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석열” 4번, “문재인” 16번 언급한 여당 대표 연설

  
2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8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98회 임시회 3차 본회의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이 2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문재인 정부 5년 내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았다”며 “한국경제는 마치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외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과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을 4번 언급하는 동안 문 전 대통령은 16번, 더불어민주당은 12번이나 호출하며 민생 위기를 전 정부 탓으로 돌렸다. 인사 실패와 여권 내 갈등으로 윤석열 정부가 출범 두 달 만에 국정지지율이 30%대로 내려앉았다. 자성을 토대로 국정에 매진하겠다고 해도 부족할 판에 남 탓만 한 여당 대표의 연설에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권 대행의 전 정부 탓은 경제에서부터 대북정책, 탈원전, 방역에 이르기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았다. 우선 “경제의 기본을 무시한 소득주도성장, 정치 논리가 앞선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으로 고용시장은 얼어붙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 위기는 원인이 복합적이다. 원자재 가격 폭등에 그동안 민생을 부축하기 위해 돈을 풀어놓은 것 등 여러 원인이 얽혀있다. 그리고 어느날 예고없이 닥친 것도 아니다. 그러니 현 정부는 아무 책임이 없다며 전 정권에 모두 책임을 떠넘기는 것은 무책임하다. 권 대행은 심지어 전 정부의 코로나19 방역을 “국민 얼차려 방역”이라며 “재난지원금 명목으로 나라 곳간을 털어댔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는 불가피했고, 재난지원금 지원에는 국민의힘도 동의했다. 이제와서 전 국민이 마지못해 거리두기에 동의했다는 식의 ‘얼차려 방역’은 얼토당토 않다. 국정에 대한 책임에서 자기만 쏙 빠지려는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도 잘 한 게 없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전날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 권력의 사유화는 정권뿐 아니라 나라의 불행까지 초래한다”며 “비선 실세 최순실의 국정 농단은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이 걱정되는 것은 맞지만, 대선에 져놓고 두 달 만에 탄핵을 입에 올린 것은 도를 넘었다.

국정에 대한 1차적 책임은 여당과 정부가 지는 것이다. 아무리 전 정부가 잘못했다고 해도 여당이 되는 순간부터 책임을 남에게 떠넘겨서는 안된다. 보수층에서조차 현 정부 경제위기 극복방안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하고 있다. 여권이 남탓하는 것은 자기 무능을 스스로 폭로하는 것이다. 여야는 서둘러 국회를 정상화하고, 민생 현안 논의 등 위기 극복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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