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우조선 막판 쟁점 ‘손배소’, 사측의 전향적 태도 필요하다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조 파업이 50일째 이어지는 상황에서 손해배상 청구가 노사 협상의 막판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하청노조가 21일 대폭 양보해 사측의 임금 4.5% 인상안을 사실상 수용했지만, 사측은 집행부 5명을 제외한 조합원들에게는 파업의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말아달라는 노조 측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노사가 부수적인 내용에서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니 딱하다. 정부와 사측은 전향적인 태도로 이 문제를 풀기 바란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7000억원으로 추산한다. 이런 막대한 피해를 입었으니 파업을 풀더라도 노조원들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처사는 노조원에게 지나치게 가혹하다. 사측이 끝내 손배소를 청구하면 파업 노동자들은 원청인 대우조선해양뿐 아니라 하청업체에까지 이중으로 손배소를 당하게 된다. 그렇다면 노조원으로서는 파업을 풀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이번 파업의 책임을 노동자에게만 묻는 것은 부당하다. 조선업 불황기 때 깎인 30%의 임금을 회복해달라는 노동자의 주장은 당연하다. 오히려 조선업계의 다단계 하청구조와 고질적인 저임금, 고용불안 문제를 방치해온 노동당국과 사측에 더 큰 책임이 있다. 원청인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파업 손실을 놓고 노조를 상대로 소송하지 않으면 산업은행을 비롯한 주주들에게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에 경영진이 결정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사측과 산업은행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꼴이다. 정부와 사측, 그리고 산업은행은 파업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결단해야 한다.

국내에서 노동자를 상대로 한 파업 손배소는 노동권 행사를 억누르는 수단으로 활용돼왔다.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는 2010년 정규직화 투쟁 당시 90억원 배상 판결을 받았다. 2012년 한진중공업 노동자 최강서씨는 158억원 손배소에 “자본 아니 가진 자의 횡포에 졌다”고 유서에 썼다. 파업 손배소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한국에만 존재하는 반헌법적인 노동탄압 방식이다. 이런 비인권적인 파업 노동자에 대한 보복은 중단되어야 한다. 노조에 손배소를 청구하지 않겠다는 사측의 약속이 있어야 한다. 국회도 이를 계기로 노조에 대한 손배소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제정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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