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족 이룬 친구·연인 100만, 차별적 제도 개선해야

결혼을 하지 않은 연인이나 친구끼리 거주하는 비(非)친족 가구가 지난해 47만2660가구로 전년 대비 11.6% 증가하면서 통계청 인구총조사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비친족 가구원도 처음으로 100만명을 돌파했다. 2016년(26만가구, 58만명)에 비하면 5년 새 2배 가까이로 는 셈이다. 비친족 가구는 시설 등에 모여 사는 가구를 제외한 일반 가구 중 친족이 아닌 남남으로 구성된 5인 이하 가구를 뜻한다. 결혼한 부부 또는 부모·자녀 혈족 중심의 전통적 가족 개념이 바뀌는 현실을 보여준다.

가족의 형태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음은 각종 조사를 통해 뒷받침된다. 통계청의 2020년 사회조사 결과, 시민들은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아도 함께 살 수 있다’(59.7%)거나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30.7%)고 응답했다. 지난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에서는 결혼보다 동거를 선택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87.0%)이고 혼인·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주거를 같이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82.0%)이라고 응답했다. 가족의 범위를 사실혼과 비혼·동거까지 확대해야 한다(62.7%)는 응답도 절반을 넘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할 대상이 되었다.

이런 인식의 변화를 법과 제도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정부 지원은 여전히 혼인·혈연·입양으로 구성된 ‘정상가족’ 중심이다. 소득세 인적공제는 호적상 배우자만 받을 수 있고 주택대출이나 정책, 건강보험, 가족수당 등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말 국가인권위원회는 “가족 정책은 인구와 가족 구조의 변화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혈연 중심의 가족 정책의 개선을 촉구했다.

법과 제도가 ‘정상가족’만 ‘건강가족’으로 규정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난해 건강가정기본법을 개정함으로써 700만을 넘어선 1인 가구 지원은 물론 다양해지는 가족 형태에 대응하자는 논의가 있었으나 일부 보수적 종교계 및 정치권의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 현행법은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사실상 차별하고 있는 만큼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 프랑스·독일 등은 법적 부부가 아니더라도 수술 등 의료결정권 및 공공주택 입주권 등을 보장함으로써 시민들이 서로 돌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생활동반자법 도입을 논의해야 한다. 새로운 가족의 형태는 사회안전망을 두껍게 하는 대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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