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립 의지 입증 못한 이원석, 검찰 제대로 이끌 수 있나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가 5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마스크를 매만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5일 국회에서 열렸다. 이 후보자는 모두 발언에서 “검찰 구성원이 중립과 공정의 의지를 실현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자 바람막이가 되겠다”고 밝혔다. 또 “검찰의 모든 업무가 오로지 법과 원칙, 증거와 법리만을 기준으로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검찰 내 ‘친윤 사단’의 핵심 인사이지만 공평하게 수사하겠다는 말이다. 하지만 이 후보자는 그에 대한 믿음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 후보자는 25년 동안 검사 생활을 하면서 권력에 약해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수사에 대해서는 전혀 엄정한 수사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 의원들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관해 묻자 “보고받지 않아 모른다”고 에둘러갔다. 총장 직무대리로 있는 동안에도 수사 지휘권이 없어 이 사건에 대한 보고를 전혀 받지 못했다고 발뺌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수사 지휘권을 박탈했기 때문에 수사를 제대로 못했다는 궤변까지 늘어놓았다. 윤석열 총장 당시 수사 지휘권이 배제된 것은 그의 장모와 부인이 사건 당사자이기 때문이지 다른 이유가 없다. 이것이 제대로 수사하지 못한 장애물이라는 논리는 어불성설이다. 이런 점에서 후보자가 김 여사 사건을 파악하지 못했다는 말은 직무유기를 인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정권의 눈치를 보는 사람이라면, 검찰총장 자격이 없다. 이 후보자는 또 자신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재직 시 ‘정운호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사법연수원 동기인 법원행정처 감찰관에게 수사기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으로 일관했다. 이 후보자는 일말의 반성이나 유감 표명도 없이 “법원의 자체 감찰과 징계를 위해 필요한 사항을 설명한 것”이라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과연 다른 수사를 할 때도 해당 기관이 감찰·징계를 한다고 하면 영장 청구 여부 등을 사전에 알려주는지 묻고 싶다.

검찰의 중립성에 대한 시민의 불신이 극에 달해 있다. 대통령의 부인을 수사하는 태도와 야당 대표와 그 가족에 대한 수사 잣대가 달라도 너무 달라서다. 윤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이 직할체제를 구축한 터라 이번 검찰총장은 허수아비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 후보자는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수호하면서 공정하고 공평한 수사를 할 자신이 없으면 사의를 표하는 게 옳은 처신이다.

이원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