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헌재의 첫 ‘국가보안법 7조’ 공개변론을 주목한다

헌법재판소가 국가보안법 제7조(찬양·고무 등)의 위헌 여부와 관련해 첫 공개변론을 연다. 헌재는 15일 공개변론에서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 청구인과 전문가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반인권적 악법’인 보안법 가운데서도 독소조항으로 지적돼온 7조는 1991년 이후 일곱 차례 헌재 심판대에 올랐으나 모두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하지만 공개변론이 열리는 것은 처음인 만큼, 이번에는 과거와 다른 판단이 나올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보안법 7조 1항은 ‘국가의 존립·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함을 알면서도 반국가단체나 구성원,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한 사람’을 7년 이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7조 5항은 1항과 같은 목적으로 문서 등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사람을 처벌하도록 규정했다. 이들 조항은 불명확하고 두루뭉술한 내용 탓에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키고 국가의 형벌권 남용으로 이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공개변론을 앞두고 “해당 조항은 명확성의 원칙과 비례의 원칙, 국제인권법 등을 위반해 표현의 자유와 사상·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므로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재에 제출했다. 인권위는 수사기관의 자의적 기소 관행을 지적하며 검찰이 “대동강 맥주를 먹으면 지상낙원처럼 느껴진다”는 발언까지 재판에 넘긴 사례를 들었다. 이어 “남북한의 경제력·군사력에 현격한 차이가 존재하고, 북한 실상에 대한 이해가 높아진 상황에서 우리 국민이 북한을 찬양·고무하는 경우가 있다 해도 우리 사회에 심각한 위험을 줄 우려는 거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월 방한한 파비앙 살비올리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도 “수많은 인권침해의 중심에 있었던 보안법 7조를 폐지해야 한다”고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표현의 자유와 사상·양심의 자유는 공동체가 누리는 민주주의 수준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이다.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을 함께 성취한 것은 물론, 이제 세계적 문화강국으로까지 부상한 한국이 보안법을 존치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최악의 독소조항인 7조부터 당장 폐지해야 마땅하다. 헌재가 변화하는 사회상을 반영해 보안법 7조에 위헌을 선언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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