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핵에 ‘압도적 대응’ 선언 후 항모 파견, 긴장 조성 안 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3차 EDSCG 회의장을 방문해 조현동 외교부 1차관(왼쪽에서 네번째)과 대화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가운데)이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제3차 EDSCG 회의장을 방문해 조현동 외교부 1차관(왼쪽에서 네번째)과 대화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미 외교·국방 차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국무부 청사에서 제3차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 회의를 열고 북핵에 대한 확장억제 강화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한·미는 “북한의 어떠한 핵 공격도 압도적이며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양국은 또 미국의 최신 비핵전력을 포함해 핵과 재래식, 미사일방어 (MD)체계 등 모든 군사적 자산을 총동원한 확장억제 강화에도 의견을 모았다. 북한이 최근 핵 선제공격 법제화를 밝힌 데 대해 한·미 양국이 한층 더 수위가 높은 대응을 약속한 것이다. 그 일환으로 당장 이번주 후반에는 미 핵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호를 훈련차 한반도에 전개한다. 북핵 위협에 대한 예방적 차원의 억제 의지를 강화한 것이지만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 양국의 이 같은 방침은 북한의 점증하는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북한은 지난 8일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하면서 사실상 핵 선제공격 원칙을 선언했다.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이런 북핵 정책의 변화는 한반도 긴장을 높일 수 있다. 한·미의 공동성명 후 후속 대응도 빨라지고 있다. 미 항모 레이건호가 부산항에 입항해 이달 말쯤 동해에서 한·미 연합훈련을 진행한다. 미 항모가 한국 작전구역에서 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2017년 11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5년 만이다. 미국이 유사시 한반도에 전개할 수 있는 전략자산인 B-52 전략폭격기를 한국 측에 보여주고, 지난 15일 끝난 한·미 해병대 연합훈련 사진과 장면을 미 국방부 사이트에 공개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반도의 핵위기를 고조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

북한의 ‘핵 법제화’ 등 최근 행보가 한층 위험한 행동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런 행위가 근본적으로는 전과 다를 바 없는 위협이라는 해석도 있다. 4년 전 경제 개발을 위해 비핵화 협상에 나섰을 때와 본질적으로 여건의 변화는 없다는 것이다. 북핵 위협에 한·미가 군사 공조를 강화하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며 위협 수위를 더 높이는 악순환이 벌어진다면 ‘강 대 강’의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 지금 한반도에는 양측 간 충돌을 제어할 제동장치가 없다. 윤석열 정부는 강경 일변도가 아닌 비핵화에 대한 반대급부를 언급한 담대한 구상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북핵 위협 대응과 더불어 대북 추가 유인책이 절실하다. 남북 정상은 4년 전 9·19 군사합의를 통해 한반도를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북한도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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