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금리·환율이 모두 오르는 고통의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22일 달러당 15.5원 급등한 1409.7원을 기록했다. 1400원대 환율은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3년 반 만이다. 코스피지수는 14.9포인트(0.63%) 떨어진 2332.31로 미끄러졌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이날 새벽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한 탓이다.
미국 금리는 연 3.0~3.25%로 상승해 한국(2.5%)보다 0.75%포인트 높아졌다. 3연속 자이언트스텝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물가를 잡기 위한 조치다. 연준 위원들이 전망한 올해 말 기준금리 평균은 4.4%, 내년 말에는 4.6%로 집계됐다. 금리가 연말까지 1~1.25%포인트 더 오르고, 내년에도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본 것이다. 그때까지 물가가 안정을 찾기 어렵다는 의미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고통 없이 인플레이션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거품이 낀 주택값 하락도 전망했다.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데 그 또한 고통을 수반한다. 물가가 오르면 화폐 가치가 떨어져 실질소득을 감소시키고, 이는 경제주체들의 형편을 어렵게 한다. 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경기 침체와 일자리 감소 등 부작용이 따른다. 특히 많은 부채를 진 한국의 가계와 기업은 더 큰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소득 감소와 경기 침체, 금리 상승이 겹치면 파산하는 취약계층이 속출하게 된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가격이 상승해 물가불안과 무역수지 적자를 키운다.
고난의 시기는 내년까지 이어질 것 같다. 가계와 기업, 정부 각 주체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10, 11월 두 차례 통화정책방향(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있다. 당초 0.25%포인트씩 점진적 인상이 유력했지만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폭이 클수록 서민과 영세 기업의 고통은 심화된다. 정부는 취약계층을 보호할 금융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1400원 천장이 뚫린 환율은 곧 1500원대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외환시장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