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하청·용역 노동자만 또 희생시킨 대전 아웃렛 화재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이튿날인 27일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지하주차장 입구 모습을 소방대원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화재 이튿날인 27일 불길이 휩쓸고 지나간 지하주차장 입구 모습을 소방대원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6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화재가 나 7명이 숨지고 1명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들 8명은 모두 회사 측과 도급계약을 맺은 협력사 직원이거나 물류업체 직원들이다. 또다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근무하는 사회적 약자들이 희생되는 일이 반복된 것이다.

이번 화재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아웃렛 개장 약 3시간 전 지하 1층 주차장과 연결된 하역장 근처에서 일어났다는 점은 확인되고 있다. 소방당국은 8명을 구조했지만 50분 만에 발견된 1명을 제외하고는 7명은 숨진 채 발견됐다. 하역장 근처에 쌓여 있던 종이상자와 의류 등 가연성 물질이 타면서 유독가스와 불길이 순식간에 번져 희생자들을 덮친 것으로 추정된다. 화재가 난 아웃렛은 개장한 지 2년여밖에 안 됐지만 지난 6월 소방안전 점검에서 화재감지기 전선 불량 등 24건이나 지적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회사 측은 지적 사항을 보완해 관계기관에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관계당국은 과연 회사 측이 제대로 이행했는지 규명해야 한다.

가장 안타까운 것은 대형 참사에서 사회적 약자가 희생되는 일이 반복되었다는 점이다. 이번 희생자 8명 중 6명은 시설관리, 쓰레기 처리, 환경미화 등을 담당한 아웃렛 협력업체 직원이다. 특히 이 중 한 명은 소방당국에 화재 소식을 알린 뒤 동료들의 대피를 돕다 의식불명 상태로 소방관에게 발견됐다. 나머지 2명은 물품 배송과 반품 관련 업무를 하는 외부 물류택배업체 직원이다. 이들은 아웃렛이 문을 열기 전 남들보다 먼저 현장에 나와 일하다 변을 당했다.

40명이 숨진 2008년 이천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나 38명이 사망한 2020년 4월 이천 물류센터 신축공사장 화재 등 대형 참사 희생자 대부분은 일용직 노동자였다. 이뿐만 아니라 각종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산재 희생자도 대부분 하도급 업체 노동자들이다. 이런 사고의 가장 약한 연결고리가 하도급·용역 구조라는 점을 보여준다. 안전보다 인건비 절감과 효율성을 강조하는 풍토가 바뀌지 않고서는 이 같은 관행이 사라질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

안전한 노동환경을 만드는 것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 관련 법을 강화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데도 정부와 여당은 기업 편에 서서 중대재해처벌법과 그 시행령의 처벌 기준 등을 낮추는 일을 추진하고 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해당 업체에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는데 얼마나 진정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진정 약자의 희생을 강요하지 않는 사회를 꿈꾼다면 중대재해처벌법 무력화 시도부터 중단해야 한다.


Today`s HOT
미국의 어느 화창한 날 일상의 모습 마이애미 비치에서 선보인 아트 전시회 폭스바겐 노동자들의 파업 집회 베이징 스피드 스케이팅 우승 나라, 네덜란드 팀
크리스마스 모형과 불빛을 준비하는 도시의 풍경 할리우드 섹션에서 인도주의자 상을 수상한 마리오 로페스
훈련을 준비하는 프랑스 해군들 중국에서 홍콩으로 데뷔한 자이언트 판다 '안안'
프랑스-나이지리아 회담 루마니아 국회의원 선거 그리스를 휩쓴 폭풍 '보라' 추위도 잊게 만드는 풋볼 경기 팬들과 작업자들의 열정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