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줄 세우기 부작용 뻔한데 일제고사 부활하겠다니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일제고사로 불리는 ‘학업성취도 전수평가’ 부활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 모두발언에서 “지난 정부에서 폐지한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를 원하는 모든 학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국가가 책임지고 ‘기초학력 안전망’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줄 세우기라는 비판 뒤에 숨어 아이들의 교육을 방치한다면 대한민국의 미래도 어두워질 것”이라고도 했다. 교육부는 이에 따라 현재 초6·중3·고2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학업성취도 자율평가를 2024년에는 초3∼고2로 넓히고, 원하는 학교나 학급은 모두 시험을 치를 수 있게 하기로 했다.

기초학력은 학생이 학습을 이어가고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학력이다. 공교육 체제하에서 개인의 기초학력 보장은 국가의 책무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일찍 찾아내 가르치는 것은 당연하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최근 기초학력 부진 학생들이 크게 늘어난 만큼 그 필요성은 커졌다. 그러나 일제고사 형식의 학업성취도 전수평가는 부작용이 크다.

학업성취도 평가는 학생들이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얼마나 잘 이해하고 있는지, 국가가 설정한 교육 목표에 얼마나 도달했는지 등을 알아보기 위한 시험이다. 교육 정책용 기초 자료를 정부가 확보하자는 취지이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는 전국에서 1~3%의 학생을 표본으로 뽑아 실시했으나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전국의 모든 학생이 한날한시에 같은 시험을 보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일선 학교에서는 일제고사에 대비한 모의고사가 성행하고, 일제고사에 포함되지 않은 과목은 수업 시간을 줄이는 등 파행이 잇따랐다. 시험 결과를 교육청이 학교평가에 반영하자 학생들에게 부정행위를 조장하고 성적을 조작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제고사 정책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이 실증됐다. 학생 간, 학교 간 줄 세우기 경쟁을 통해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발상 자체가 비교육적이다. 시험을 봐야 학생들이 공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오해다. 키를 자꾸 잰다고 키가 커지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부는 일제고사의 목적이 무엇인지부터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기초학력 부진 학생을 조기에 발견해 지원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학교 단위에서 치르는 중간·기말고사로도 충분하다. 학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누구보다 현장의 교사들이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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