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자 의혹’ 해소 못하고 증언 거부 논란 빚은 유병호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감사원 국정감사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인물은 유병호 사무총장이었다. 유 사무총장은 이관섭 대통령비서실 국정기획수석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불을 지핀 인사다. 그는 문자메시지 논란에 대해 “송구스럽다”면서도 “그 소통은 정상적인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의 독립성을 둘러싼 의혹이 확산되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감사의 절차적 정당성 문제까지 불거진 상황이다. 그럼에도 감사원의 불성실한 답변과 국민의힘 측 비호로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유 총장은 “이 수석에게 문자메시지를 처음 보냈느냐”는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문에 “따로 답변드리지 않겠다. 기억도 흐릿하고요”라고 답했다. “증언 거부하는 것이면 법적 사유가 있어야 한다. 문자 보낸 적 있으시군요” “이 수석과 전화 통화한 적 있느냐”라는 물음에는 “답변드릴 의미가 없다”고 했다. 명시적으로 부인하지 않은 걸 보면 이전에도 이 수석과 연락을 주고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정치성 짙은 감사를 주도하고 있는 감사원 실세가 대통령 핵심참모와 계속 접촉했다면, 이를 정상적 소통으로 보기 어렵다. 유 총장이 업무보고를 하고 대통령실 지침을 받은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은 자연스럽다.

최재해 감사원장은 감사원이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서면조사를 통보하기 전 대통령실에 보고한 바가 없다고 했다. 전직 대통령을 조사하는 고도의 정치적 행위를 감사원 단독으로 결정했다는 말을 믿으라는 것인가. 국민의힘은 서해 사건 감사와 관련해 감사위원 전원을 출석시키자는 민주당 요구를 두고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서해 사건이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과정과 사유에 대해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이 명확히 설명했다면 감사위원들을 출석시킬 필요는 없다. 하지만 감사원 측이 제대로 된 해명을 내놓지 않으니 야당이 이런 요구까지 하는 것 아닌가.

감사원은 전 정부 인사들이 기관장을 맡고 있는 국민권익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를 감사하고, 전 정부 당시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대한 감사 계획을 밝힌바 있다. 그런 만큼 감사원은 이번 국감을 통해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혹을 불식시켜야 했지만, 실제 행태는 거꾸로였다. 향후 감사원이 어떤 감사 결과를 내놓아도 ‘사실’로 받아들여지기보다 정쟁의 소재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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