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화 전부터 대통령이 엄단 선언, 이래서 파업 풀겠나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의 총파업 닷새째인 28일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의 협상이 결렬됐다. 안전운임 일몰제 폐지 및 차종·품목 확대요구에 대해 국토부는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한다. 30일 2차 협상이 예정돼 있지만, 정부가 협상 결렬을 이유로 29일 국무회의에서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칫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지면서, 한동안 물류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다.

유감스러운 것은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응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협상을 하기도 전에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노조의 불법과 폭력은 경제를 망가뜨리고 일자리를 뺏는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법과 원칙에 따라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이 내려지면 파업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업무개시명령은 2004년 처음 도입된 제도로,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는 상황에서 국토부 장관이 업무개시명령에 불응하는 운송기사의 자격을 취소하거나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헌법(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지며, 강제노역을 받지 않는다)과 충돌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운수노동자들이 개인사업자인 특수고용직이라 안전 및 처우개선 협상 대상으로 인정 못한다던 정부가 강제노동 카드를 꺼내든 것도 모순이다. 한마디로 노동자의 파업권은 물론 일하지 않을 자유 등 기본권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이라는 극단적 조치에 앞서 대화를 위해 무슨 노력을 했는지 되돌아보아야 한다. 이날 협상에 나선 국토부 차관은 ‘화물연대 입장은 대통령실에 보고하겠으나, 이에 대한 국토부 권한과 재량은 없다’는 말을 반복하다가 교섭을 마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고 한다.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이래 안전운임제 추가 논의도 없었다. 이번 파업에 따른 일 3000억원 규모의 물류 차질 피해는 직무를 유기한 정부가 키운 것이다.

이 문제는 장시간 노동에도 소득이 낮아 과적운행에 내몰리는 운송노동자들의 처우 개선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노조에 대한 협박과 엄포를 멈추고 대화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 파업 장기화로 인한 물류 대란은 막아야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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