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 장관의 문 전 대통령 수사 언급, 부적절하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난 7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문재인 전 대통령 수사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 장관은 국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헌법과 법률을 초월하는 의미의 통치행위라는 건 민주국가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3년 대북송금 특검 때 민정수석이던 문 전 대통령 발언까지 불러냈다. 한 장관은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께서 관여한 것이 드러난다면 유감스럽지만 책임을 지셔야 한다. 이런 말씀도 한 걸로 기억한다”고 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부적절한 언급이다. 검찰에 대한 ‘수사지휘’나 ‘가이드라인 제시’로 해석될 소지가 짙다.

검찰청법에 따르면 법무부 장관은 검찰사무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해선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을 ‘패싱’하고 특정 사건 수사에 개입하는 사태를 막기 위한 규정이다. 한 장관 발언은 ‘서해 사건’이라는 구체적 사건을 수사 중인 ‘검사들’을 향한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더욱이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법무부 장관은 정치인이고, 구체적 수사지휘는 악용되는 수가 많다”며 장관의 수사 지휘권을 없애겠다고까지 했다. 윤석열 정권의 ‘2인자’로 불리는 한 장관이 대통령의 약속을 마음대로 뒤집어도 되나.

앞서 한 장관은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을 경찰에 고소하고, 1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까지 냈다. 역시 적절하지 않다. 검찰 조직을 관장하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 지휘를 받는 경찰에 고소하는 행위는 ‘이해충돌’에 가깝다. 판례에 비춰봐도, 정부기관이나 고위공직자에 대한 명예훼손은 대부분 인정되지 않는다. 한 장관은 “분명한 선례를 남기는 게 공익에 부합한다”고 했으나 납득하기 어렵다. 공익(公益)은 사회 전체의 이익이다. 한 장관 개인의 명예훼손 여부를 가리는 일은 공익과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 외려 국가소송의 대표자로서 국가 형사사법을 상징하는 법무부 장관이 법을 무기로 삼아 국회의원과 시민의 침묵을 압박하는 행태로 비친다.

한 장관은 ‘여당 대표 차출설’과 관련해 “장관 역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예비 정치인’이 아닌 법무부 장관답게 처신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도를 넘는 언행은 법무부·검찰은 물론 정권 전체의 신뢰까지 깎아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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