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통령실 어깃장에 예산 표류, 끝내 정치 파국 맞을 건가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이 16일 오후 주재한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가운데)이 16일 오후 주재한 내년도 예산안 협상을 위한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왼쪽)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가 김진표 국회의장이 최종 중재에 나선 15일까지 예산안 합의 도출에 실패했다. 16일에도 여야는 평행선을 달렸다. 2014년 국회선진화법 제정 후 처음으로 법정 처리시한(12월2일)과 정기국회 회기(12월9일)를 모두 넘기고, 국회의장의 협상 시한(12월15일)도 못 지켜 예산안이 장기 표류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합의·결단을 못해 국민을 공분시키는 정치가 매우 유감스럽다.

협상은 김 의장 중재로 물꼬를 텄다. 김 의장은 ‘정부안대로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내리되 시행을 2년 유예하자’는 첫 중재가 거부되자 ‘최고세율 25%를 24%로 1%포인트 낮추자’는 2차 중재안을 냈다. 그리고 더불어민주당이 삭감한 행안부 경찰국·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예산도 ‘(시행령 설치 조직의) 입법 해결과 권한 있는 기관의 적법성 결정이 있을 때까지 예비비로 지출하자’고 했다. 민주당은 수용했으나, 여당은 “1%포인트 감세는 언 발에 오줌 누기”라며 6~7개 쟁점의 일괄타결까지 최종 합의를 보류했다. 나름 합리적·절충적이라고 평가된 국회의장 중재가 여당 반대로 원점으로 돌아간 것이다.

법인세 대치는 ‘서로 먼저 비키라’는 치킨게임에 가깝다. 법인세 최고세율 3% 인하를 ‘초부자감세’로 반대한 민주당과 ‘국정 발목잡기’로 공격하는 여당이 팽팽히 맞서 왔다. 그러나 여당 원내지도부는 당초 ‘김 의장의 2년 유예안’ 수용 뜻을 밝히고, ‘23·24%안’에도 민주당이 요지부동이라고 공격했다. 세금 징수까지 미루는 유연한 자세를 보이다 막상 국회의장의 ‘1%포인트 인하’ 중재엔 강경해진 것이다. 여기엔 대통령실의 어깃장이 결정적 쐐기가 된 걸로 보인다. 국정과 협치를 주도해야 할 정부·여당에 예산 표류 책임을 먼저 묻지 않을 수 없다.

예산 처리가 지체되며 정부·지자체엔 비상등이 켜졌다. 광역자치단체는 이날까지 정부 예산과의 ‘예산 매칭’ 작업을 했어야 하고, 기초단체는 21일까지 끝내야 한다. 고금리·고용 한파 속에서 취약계층 보호에 힘 쏟을 예산을 국회가 언제까지 붙잡고 티격태격만 할 것인가. 삭감만 한 야당의 수정 예산안이 처리되거나 ‘셧다운’ 준예산을 맞닥뜨리는 최악의 파국은 피해야 한다.

국회의장이 “정치하는 사람들이 최소한의 양심이 있느냐”며 19일까지 여야의 결단을 재차 독려했다. 국회의 예산 협의는 절충일 수밖에 없고, 대통령은 국회를 ‘통법부’로 봐선 안 된다. 여야는 협치 물꼬가 될 예산안을 서둘러 합의처리해야 한다. 그 후 활동기간 45일의 절반을 개점휴업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도 기간을 늘려 조기에 정상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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