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프락치 의혹’ 김순호 6개월 만에 파격 승진, 할 말이 없다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가운데)이 지난달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가운데)이 지난달 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이른바 ‘프락치 의혹’을 받아온 김순호 행정안전부 경찰국장이 치안감 승진 6개월 만에 또 승진했다. 정부는 20일 김 국장과 조지호 경찰청 공공안녕정보국장 등 치안감 2명을 치안정감으로 승진시키는 인사를 발표했다. 치안정감은 경찰 내에서 치안총감(경찰청장)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계급이다. 김 국장은 지난 7월 행안부에 신설된 경찰국 국장에 임명된 직후, 과거 운동권 동료를 밀고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 내부는 물론 야당과 시민사회에서도 경질을 요구해왔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외려 영전시킨 것이다. 민심에 역행하고, 경찰 독립·민주화 역사에도 부합하지 않는 인사에 유감을 표한다.

김 국장은 성균관대 재학 중이던 1983년 학생운동을 하다 강제징집된 후 국군보안사령부(현 군사안보지원사령부)의 끄나풀 노릇을 하며 대학 서클 동향을 보고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제대 후에는 인천부천민주노동자회(인노회) 부천지역 책임자로 활동하다, 경찰의 인노회 수사가 이어진 뒤 1989년 경장 경력채용 형식으로 특채됐다. 이 때문에 인노회 동료를 밀고하고 그 대가로 경찰에 채용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있다. 갖가지 논란에도 불구하고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밀정이나 배신에 대해 뚜렷한 증거가 없는 것 같다”며 유임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 국장은 제기된 의혹들을 부인하고, 자신이 녹화공작사업(대학생 강제징집 사상공작) 피해자라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에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김 국장은 이날 승진인사 발표 후에도 “진실화해위에서 조사 개시 명령이 났고, 지금 조사가 진행 중이다. 결과를 지켜보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진실화해위가 조사 중인 것은 김 국장의 대학 시절 녹화사업 관련 사안이며, 프락치·특채 의혹과는 무관하다. 민족민주열사·희생자추모단체 연대회의(추모연대)가 진실화해위에 프락치 의혹에 대한 진실 규명을 신청해놓은 상태이나, 조사 개시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치안정감은 차기 경찰청장 후보군에 포함된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취임한 지 4개월여 지났을 뿐이지만, 이태원 참사 책임론으로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경찰 특별수사본부의 이태원 참사 수사가 마무리되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혹여 윤 대통령이 윤 청장 후임으로 김 국장을 염두에 두고 ‘파격 승진’을 시킨 것이라면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고위공직 인사에서 상식·도덕·정의를 외면하고, 오로지 정권에 대한 충성심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이는 결국 정권에도 좋지 않은 결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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