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내년 물가도 불확실성 높아, 방심 말고 철저히 관리해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년 초에도 5% 안팎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이라는 한국은행 전망이 나왔다. 다만 국제유가 안정 등의 영향으로 오름세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내년 중 물가상승률이 상고하저 흐름을 나타내면서 점차 낮아지더라도 물가 목표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며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올해 1~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1%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물가상승률은 연초 3.6%에서 출발해 원유와 곡물 등 원자재가격 폭등의 영향으로 지난 7월 6.3%를 기록한 뒤 지금껏 5%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고물가 흐름이 내년에는 다소 꺾인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고, 전 세계적으로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한 덕분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 1400원을 웃도는 높은 수준을 이어가다가 최근 1300원 안팎에서 등락 중이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최근 배럴당 80달러를 밑돌아 연초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러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현재의 고물가 상황을 야기한 해외 요인은 한국의 영향력 밖에 놓여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고, 국제유가 향배 역시 마찬가지다. 나라 안으로도 물가 불안 요인이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생산 원가에 못 미치는 전기·가스 요금을 언제까지 묶어둘 수 없는 노릇이다. 내년에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 인상폭이 올해의 2배가 넘을 것이라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등록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대학들의 요구도 있다. 당장 이달부터 택시요금 심야할증이 확대되고 내년 2월에는 기본요금도 올라간다.

인플레이션은 ‘소리 없는 도둑’이다. 수중의 돈은 그대로인데 물건 가격이 오르니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져 생활이 궁핍해진다. 통계청의 ‘3분기 가계동향조사’를 보면 고물가 영향으로 소득 하위 20%의 올해 3분기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6.5% 줄었다. 문제는 물가를 잡는 일과 경기침체를 막는 일이 정반대 방향으로 달리는 두 마리 토끼와 같다는 점이다. 물가와 경기,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우선순위는 물가 안정이다. 정부는 생계비 부담을 낮추고 일자리와 사회 안전망을 확대 강화해야 한다. 물가 관리만큼 중요한 민생 안정정책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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