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존과 화합의 정신으로 희망을 주는 정치 돼야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계묘년 새해가 밝았지만, 희망을 말하기가 두렵다. 눈앞에 닥친 현실은 너무나 엄혹하다. 특히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를 돌아보면 아쉬움과 비탄만 남는다. 대선과 지방선거를 치렀지만, 정치권은 그 파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내내 싸웠다. 유권자들은 0.73%라는 근소한 차이로 당락을 결정하며 협치를 요구했음에도 여야는 정반대로 치달았다. 온 사회가 믿고 싶은 대로만 믿고, 그리고 내 편만 옳다는 생각이 횡행하면서 어느 때보다 심각한 분열상을 경험했다. 산재 등 후진적 안전사고가 내내 이어지더니 연말에는 이태원 참사가 전 국민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세계 10위권 경제 국가의 위상과 K콘텐츠의 개가마저 없었다면 2022년은 과연 무엇으로 기록됐을까.

올해는 지난해보다 더한 위기가 엄습해오고 있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경제이다. 한국 경제의 근간인 수출에서부터 투자와 소비 등 경제의 3대 축이 모두 위협받고 있다. 1%대라는 최저의 경제성장률 예상 속에 경기침체는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소비자물가 상승률(5.1%)에 이어 올해도 전기·가스에 이어 교통비 등 공공요금 인상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고금리에 따른 부담까지 더해지면 서민의 생계는 더 궁핍해질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해 벽두부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첫날부터 남북 정상이 직접 강성 발언을 내놓는 형국이다. 미국과 중국 간 전략 경쟁의 파고는 높아지는데 남북 간, 북·미 간에는 통상적인 접촉마저 끊겼다. 남북 간 강 대 강 군사적 대치에 국민들이 다시 불안을 느끼는 상황이다.

우려스러운 것은 윤석열 정부의 경제·사회 대책이 거꾸로 가고 있다는 점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일 신년사에서 경제위기 극복과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을 강조했지만, 위기를 실감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이렇게 구체성이 떨어지는 대책으로는 미래 세대의 부담을 줄일 수 없다. 코로나19 취약 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도 이른바 ‘건전재정’을 이유로 축소했다. 편향된 시각에 젖어 노동조합을 적대시하며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 주장을 막고 있다. 잇단 재해로 안전 시스템 강화 필요성이 드러났는데도 기업 편만 들며 대책을 후퇴시키고 있다. 기후위기 대응과 친환경 에너지 개발 등 미래 상황에 대비하는 정책도 퇴행을 거듭하고 있다.

경제위기는 외생 변수의 탓이 워낙 커 세계적 흐름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정부가 얼마나 국민의 총의를 모으고 리더십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위기 극복의 속도는 달라진다. 집권 2년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의 몫이 중요하다. 교토삼굴(狡兎三窟·꾀 있는 토끼는 굴을 세개 파놓는다)이라는 말처럼, 경제 주체들의 협조를 이끌어내 위기에 대비해야 한다. 교육·연금 개혁은 사회적 합의가 필수이며, 이를 위해서는 소통이 전제돼야 한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대화의 모색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이 모든 것을 앞장서 풀어야 할 주체는 결국 정치이다. 지난해처럼 정치가 위기 대처를 주도하지 못하면, 복합 위기의 파도는 국가 전체를 덮칠 수 있다. 여야는 상대방과 공존하고 화합하는 공화의 정신을 견지해야 한다. 통합의 정치에 앞장서야 할 주체는 정부와 여당이다. 특히 윤 대통령은 올 한 해 헌법 정신을 존중하는 국정 운영에 유념해야 한다. 언제까지 굴절된 시각에 휩싸여 전 정부가 한 일을 뒤지고, 그 핑계만 댈 것인가. 거대 야당 민주당도 책임있게 협치에 나서야 한다. 올해는 선거가 없는 해이다. 여야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 때까지 사표 없이 민의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도 정비해 놓아야 한다. 그리고 선의의 경쟁을 벌인 뒤 시민들의 신임을 물어야 한다. 더불어 사회 전체가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는 한 해가 되기를 소망한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상호 존중과 연대의 정신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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