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규제 사실상 다 푼 부동산 정책, 투기 재발 우려된다

국토교통부가 3일 부동산 관련 규제를 대거 해제하는 내용의 ‘2023 업무보고’를 발표했다. 업무보고를 보면 서울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전국의 모든 지역이 규제지역에서 풀려 은행 대출 등이 쉬워지고 부동산 관련 세금이 줄어든다. 수도권은 최대 10년, 비수도권은 최대 4년까지 적용되는 전매 제한도 대폭 완화되고,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실거주 의무도 폐지된다. 모든 분양주택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고, 대출 한도도 사라진다. 중앙정부가 갖고 있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권한도 일부 지방자치단체에 넘긴다.

거래가 실종된 부동산 시장에 숨통은 틔울 필요가 있다. 급격한 집값 하락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정책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의 규제 완화는 추락하는 집값을 떠받치고 경기부양을 위해 부동산 투기도 용인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때처럼 현금 고소득자와 다주택자들에게 투기 기회를 줄 수 있다. 주택대출 금리가 연 8%를 넘어선 상황에서 주택 매수에 나설 서민이 얼마나 되겠는가. 또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자체에 넘기면 무분별한 개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관련 세금을 대폭 낮췄다. 지난해 보유세 감세에 이어 올해는 양도세를 줄이기로 했다. 지금은 주택을 2년 이상 보유해야 양도세 중과를 피하지만 앞으로는 1년 이상만 보유하면 된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도 풀었다. 양도세 중과 배제 조치는 내년 5월까지 연장된다. 민간등록임대제도를 부활시키고 세제 혜택도 복원하기로 했다.

부동산 정책은 철저히 민생에 맞춰야 한다. 규제를 풀고 세금을 낮추더라도 투기 수요는 차단하면서 서민과 청년, 신혼부부와 무주택자 등이 집을 사는 데 도움이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투기꾼들에게 면죄부를 주고, 미분양 해소를 위해 다주택자들에게까지 청약자격을 주는 정책은 공정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부동산 수요규제를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풀어야 한다”고 밝혔지만 부동산 규제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 최근 집값 하락은 문재인 정부 동안 형성된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이므로 무조건 백안시할 필요도 없다. 물이 차갑다고 수도꼭지를 급격히 반대로 돌리면 뜨거운 물에 화상을 입는다. 다주택자들에게 불로소득을 안기고 망국적 투기병을 불러올 수 있는 부동산 정책은 재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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