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강제동원 해결 의심케 한 일의 사도광산 세계유산 재신청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니가타현 사도광산을 다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려 하고 있다. 지난해 2월 등재를 신청했다가 무산되자 지난 19일 신청서를 유네스코에 다시 제출했다. 군국주의 침략전쟁에 활용한 현장을 인류가 기념할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기어코 등재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해법을 제시한 데 호응하지는 못할망정 뒤통수를 친 셈이다.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지난해 일본의 사도광산 문화유산 지정은 국제적인 비난 속에 좌절됐다. 유네스코는 일본의 등재 추천서를 심사와 현지 실사를 담당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에 보내지도 않았다. 설명자료조차 제대로 갖추지 않았다고 했다.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대상 기간을 16~19세기 중반으로 한정했다. 태평양전쟁 기간 전쟁물자 확보를 위해 조선인들이 강제노역을 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쏙 빼놓은 편법을 쓴 것이다. 일본은 2015년 하시마(일명 군함도)를 근대 산업시설로 세계유산에 등록하는 과정에서 유네스코가 ‘조선인 강제노역의 역사 적시’를 조건으로 제시하자 이를 수용하겠다고 해놓고선 지금까지 이행하지 않고 있다.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도 지키지 않으면서 무슨 염치로 사도광산까지 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윤석열 정부는 양국 간 최대 현안인 강제동원 배상 문제의 해법으로 ‘제3자 변제’를 공식화하고 일본 정부와 협의 중이다. 한·일관계의 조속한 개선이 중요하다며 일본 측의 성의 있는 조치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는 일본 피고 기업이 빠지고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전제되지 않은 방안이어서 피해자 단체와 여론 모두 비판적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23일 “한국과의 관계를 건전하게 되돌리고 발전시키기 위해 긴밀히 의사소통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일본 외무상은 바로 그날 10년 연속으로 “독도는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되풀이했고, 사도광산 등재에는 “확실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과 양국의 관계 회복 노력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태도다. 이러고도 양국 관계 개선에 진정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나. 과거사에 대한 명확한 참회 없이 한·일관계 개선은 어렵다. 윤석열 정부도 이런 일본의 태도를 냉정하게 평가하고 대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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