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르는 물가, 조삼모사식 대응은 안 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긴급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열고 도로·철도·우편요금을 상반기에 동결하기로 했다. 난방비 급등에 대처하기 위해 전기·가스 요금의 인상폭과 속도를 조절하고, 취약계층에 한시적으로 요금 분할 납부를 허용하기로 했다. 또 기획재정부는 알뜰교통카드 지원횟수를 늘리고 대중교통금액 소득공제를 지난해처럼 80%로 높여 적용하겠다고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내년까지는 등록금 인상 논의를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4월로 예정했던 지하철·버스 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루기로 했다. 통신업체들은 3월 한 달간 대량의 데이터를 무상 제공하는 방안을, 은행권은 서민금융상품 확대 방안을 부랴부랴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비상한 각오로 서민과 취약계층의 어려움을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 민생을 챙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생중계까지 해 가며 내놓은 회의 결과가 얼마나 서민들의 삶을 보듬어 줄지는 의문이 든다. 등유와 액화석유가스(LPG)를 쓰는 취약계층에게 난방비를 지원하겠다는 것이 눈에 띄는데, 수혜자는 19만가구에 불과하다. 윤 대통령은 이어 은행·통신사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이들 기관의 참여를 강조했지만, 그동안 기업 자율을 강조하며 각종 규제를 풀어놓은 것이 다름 아닌 윤석열 정부 아닌가.

물가는 올 들어서도 전년 대비 5% 넘게 고공행진 중이다. 인플레이션으로 가계의 실질소득은 계속해서 뒷걸음치고 있다. 얼어붙은 내수는 풀릴 기미가 없고, 반도체 수출 등이 격감하면서 1~2월 무역수지는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 1.25%포인트(상단 기준)에 이르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를 감안하면 기준금리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공공요금 인상을 하반기로 미뤄놨지만 그사이 경제가 획기적으로 나아질 가능성은 낮다. 한국전력 적자가 지난해만 30조원인데 전기·가스 요금 인상폭과 속도를 조절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전국 도시철도의 누적 적자가 24조원이다.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로는 민생을 구제하기에 턱없이 부족하지만 그마저도 언 발에 오줌 누기 식이다. 6개월 뒤 청구서에 추가돼 날아오면 결국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조삼모사식 미봉책으로는 서민들을 살릴 수 없고 물가도 잡을 수 없다. 재정 건전성과 감세라는 불가능한 목표를 동시에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가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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