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서 첫발 뗀 노란봉투법, 조속히 입법 매듭짓길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가 15일 오후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2·3조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원회가 15일 오후 국회에서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2·3조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파업 노동자의 손배·가압류를 제한하고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도 보장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15일 국회 환경노동위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지난해 11월30일 법안소위에 상정된 지 77일 만이다. 여야와 노사가 갈등해 온 법안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주도로 의결됐다. 노동자를 과도하게 옥죄어 온 손배소와 불법파업 딱지를 제한하는 노동관계법 개정이 첫발을 뗀 셈이다.

개정안은 사용자 개념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확대했다. 그간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로만 봤던 사용자를 간접고용·특수고용·하청 노동자를 지휘하는 원청까지 넓힌 것이다. 이렇게 되면, 원청으로부터 법적 노동자 지위를 인정받지 못한 하청노조나 화물노동자, 일용직으로 분류된 건설노동자, 플랫폼·방송작가 노조 등도 교섭권을 갖게 된다. 또 단체교섭·쟁의행위·노조 활동으로 손배 책임이 인정돼도 배상 의무자의 귀책 사유·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하게 했다. 합법적인 파업까지 탄압·봉쇄하기 위해 사측이 노조에 안겨온 ‘손배폭탄’을 제한하도록 했다. 고용노동부 실태조사에서 2009년에서 2022년 8월 사이 151건(2752억원)의 손배 소송이 제기됐고, 30건(246억원)의 가압류가 신청됐다. 사측의 부당노동행위로 촉발된 파업에서마저 남용된 손배소에 첫 제동장치를 건 것이다.

노란봉투법 논의는 2013년 쌍용차노조가 회사와 경찰에 47억원을 배상하라는 1심 판결 후 촉발됐다. 시민 4만7547명이 노란봉투에 돈을 담아 지원한 것이 법 개정 요구로 이어졌다. 하지만 19·20대 국회에서 법안은 재계 반발로 폐기됐고,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이 하청 노동자들에게 470억원의 손배소를 제기하자 재점화됐다. 지난 10년간 노조의 염원이 된 노란봉투법이 입법 절차에 돌입했다.

국민의힘과 재계는 ‘황건적법’ ‘노란(勞亂)봉투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불법쟁의가 늘어 재산권·경영권이 침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를 감안해, 국회와 정부는 입법과 시행령을 통해 노동자의 폭력·파괴 행위나 사측 부당노동행위를 억제할 수 있도록 더 조율하는 게 바람직하다. 최근 법원과 노동위원회는 하청·특고 노동자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하는 추세이다. 이번 법 개정은 한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ILO) 결사의 자유 기본협약에도 부합한다. 원청과의 교섭 요구부터 불법화하고 손배소 폭탄을 용인한 법·제도를 바꿀 때가 됐다.

법 개정은 앞으로도 난항이 예상된다. 여야는 환노위 전체회의와 법사위에서도 대치하고, 여당 소속 위원장이 있는 법사위 계류 60일 후에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여당도 부자감세나 친기업 정책으로 기운 국정기조에서 이 문제를 균형 있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철폐하겠다는 약속대로 노란봉투법을 대승적·전향적으로 수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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