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 국방백서에서 북한을 적으로 기술한 윤석열 정부

국방부가 16일 ‘2022 국방백서’에서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고 표현했다.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발간한 백서에서 ‘북한=적’ 표현을 되살렸다. 6년 만의 일이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을 자세히 기술하고, 9·19 군사합의를 북한이 위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의 남북관계를 ‘가짜 평화’로 규정하고 힘에 의한 평화를 강조하며 현 정부의 대북 기조를 분명히 했다.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적’ 표현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국방백서에 들어 있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2020 국방백서에는 ‘주권·국토·국민·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세력을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고 표현했을 뿐,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이 같은 국방백서 기술의 변화는 “국민들이 북한 위협의 실체와 엄중함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기술했다”는 국방부 설명에서 드러난다. 북한이 지난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한 데다 지속적인 핵전력 고도화 및 탄도미사일 발사, 9·19 군사합의 위반으로 위협을 높였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라는 4쪽 분량의 설명도 새로 넣은 뒤 지난해 전략자산 전개 상황을 나열하며 “전개 빈도와 강도를 증가시켜 나갈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대한 강경 대응 의지와 방침을 천명한 것이다. 일본에 대한 기술에도 눈에 띄는 변화가 있었다. “한·일 양국은 가치를 공유한다”는 표현을 6년 만에 되살렸다. 또 “일본은 공동이익에 부합하는 미래협력관계를 구축해 나가야 할 가까운 이웃 국가”라며 안보 협력 강화와 관계 개선 의지를 담았다. 일본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윤석열 정부의 외교 목표를 한층 분명히 했다.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수시로 깨고 핵·미사일 개발을 고도화한 점은 당연히 비판해야 한다. 대비태세를 높이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적’ 표현을 넣는다고 안보가 강화되고, 뺀다고 안보 불안과 북한의 오판을 초래하지는 않는다. 더구나 북한은 우리에게 단순히 적이기만 하지 않는다. 대화의 상대이자, 평화통일의 대상이다. 이런 점에서 북한을 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북한과 대화할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비칠 수 있다. 다른 나라의 국방백서들도 특정국에 대해 ‘지속적 위협’ ‘심각한 위협’이라는 표현을 쓰지 ‘적’이라고 하지 않는다. 말만 강하게 한다고 안보 태세가 갖춰지는 게 아님을 당국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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