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정식 노동, 노란봉투법이 글로벌 스탠더드에 역행한다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0일 브리핑에서 노란봉투법(노조법 2·3조 개정안)에 대해 “단체교섭의 장기화, 사법 분쟁 증가 등 노사관계의 불안정 및 현장의 혼란만 초래될 것”이라며 “국회가 재고해줄 것을 강력 촉구한다”고 했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노조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가능성을 앞두고 법안을 비판한 것이다. 이 장관은 개정 법안이 사용자 범위를 확대한 것에 대해 “근로계약 관계가 없는 원청 사업주에 사용자의 모든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며 법적 안정성이 저해된다고 했다. 노동쟁의 범위에 단체협약 이행 등 권리분쟁을 포함시킨 것에 대해 “노사 갈등 비용이 커질 수 있다”고 했다. 경제 6단체가 이날 발표한 공동성명과 별 차이가 없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이날 노란봉투법 반대 입장을 밝히는 등 정부가 법안 저지에 총력전을 폈다. 노사가 팽팽하게 맞설 경우 보통의 정부라면 형식상이나마 중재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것이 상례이지만 그런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노동법 개정안이 사용자 범위를 넓힌 것은 하청·특수고용 노동자가 ‘진짜 사장’인 원청과 교섭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법원이 2010년 현대중공업에 대한 대법원 판결, 지난달 CJ대한통운에 대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등을 통해 마련해온 기준을 성문화하자는 것일 뿐이다. 이 장관은 또 권리분쟁 사안을 쟁의범위에 포함시킨 것에 반대하고 있지만 국제노동기구가 한국 정부에 “파업 목적에 대한 좁은 해석을 배제해야 한다”고 여러 차례 권고한 바도 있다.

이 장관은 “글로벌 스탠더드는 무엇인지, 약자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 전반적인 제도개선을 추진”해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주요국들은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의회는 디지털 플랫폼으로부터 일감을 받아 일하는 이들을 노동자로 간주해 원청의 사용자 책임을 제도화하라는 입법지침안을 의결했고, 미국 노동부도 노동자를 프리랜서·자영업자로 분류하지 않도록 하는 규칙을 마련했다. 이렇다면 이 장관의 인식이 오히려 글로벌 스탠더드와 동떨어진 것 아닌가. 저임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동권 부여를 막는 것이 ‘약자보호’인지도 묻고 싶다. 노란봉투법은 한국의 노동현실을 ‘글로벌 스탠더드’에 근접시키려는 안간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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