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년5개월 만의 기준금리 동결, 물가 잡기 실기 말아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3일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동결했다. 이로써 2021년 8월 이후 7차례 이어온 기준금리 인상 행진이 일단 멈췄다. 기준금리 정책은 진퇴양난에 빠져 있다.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자니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동결하거나 낮추자니 물가가 걱정된다.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경기 침체가 당분간 더 심각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날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낮춰 잡은 사실도 공개했다. 3개월 새 0.1%포인트 하향해야 할 정도로 경기가 급격히 식고 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전기 대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마이너스(-0.4%)로 돌아섰고 올 1분기도 역성장이 불가피하다. 중국으로 반도체 수출 등이 급감하면서 수출은 이달까지 5개월 연속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올 들어 이달 20일까지 무역적자 규모가 사상 최악이었던 지난해 연간 무역적자의 40%에 육박하고 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수출과 무역수지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한은의 금리 동결은 기대감보다 불안감을 주고 있다. 현재 한·미 간 금리 격차는 1.25%포인트(상단 기준)이다. 기축통화국인 미국보다 한국의 금리가 낮은 것은 정상이 아니다. 문제는 미국의 긴축 정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는 다음달 20~21일 열리는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본이 유출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는 등의 혼란은 불가피하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 등으로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도 커진 상황이다.

한은은 물가를 안정시킬 책임이 있다. 물가와 경기 둘 중에 하나를 택해야 한다면 한은은 물가를 우선하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경기 대응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이나 기획재정부 같은 정부 부처가 할 일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정책은 정부 입김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한은을 행정부에서 독립시킨 이유이다. 새해 들어서도 물가는 고공행진 중이다. 1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5% 넘게 상승했다. 최근에는 소주와 맥주 등 서민 기호품인 주류까지 연쇄적으로 가격이 꿈틀거리고 있다. 물가 안정은 민생의 핵심이며, 서민·중산층의 재산을 지키는 일이다. 경기침체 와중에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큰일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번 동결을 긴축이 끝났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향후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은은 물가와 환율에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하면 언제라도 신속하게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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