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양곡관리법, 김진표 중재 취지 살려 합의처리하라

초과 생산된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국회 처리가 연기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7일 본회의에 직회부된 이 법안의 상정을 미루고 “여야 합의를 이어가달라”고 주문한 것이다. 합의 시한은 3월 임시국회 첫 본회의로 정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 행사도 시사한 법을 놓고 여야가 한 번 더 논의할 시간을 갖게 됐다.

양곡관리법 대치는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이 김 의장 중재를 받아들인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수정안은 정부의 의무매입 조건을 당초 ‘쌀 초과 생산량 3% 이상’에서 ‘3~5% 이상’으로, ‘쌀값 5% 이상 하락 시’를 ‘5~8% 이상 하락 시’로 넓혔다. 또 쌀 재배면적 증가 시 의무매입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한 예외조항을 뒀다. 쌀 수매를 임의 조항으로 둔 현행법을 의무매입으로 바꾸되 정부가 우려한 매입 조건과 재량권을 확대한 것이다. 김 의장은 합의 불발 시 민주당 수정안을 표결에 부치겠다고 했으나, 여당은 의무매입 방식은 고개를 젓고 있다.

양곡관리법 개정 논의는 지난해 9월 산지 쌀값이 30%나 폭락하며 촉발됐다. 통계조사 45년 만의 최대 하락폭에 벼를 뒤엎는 농민 시위가 커졌고, 정부도 뒤늦게 역대 최대인 45만t의 쌀 시장격리에 나섰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지자체장들도 중장기적 대책을 요구하고 나서자, 민주당이 정기국회에서 의무매입 법안을 추진한 것이다. 민주당은 농민의 생활 안정과 식량안보를 위해 일정한 조건에서 의무매입하자는 것이고, 국민의힘은 의무매입 시 소비가 줄고 있는 쌀이 과잉생산되고 정부 수매·보관 부담이 커진다고 맞서고 있다. 어느 쪽 주장도 가벼이 여길 수 없다. 손쉽게 생산량을 늘렸다 줄였다 하기 어려운 쌀(논) 농사의 특성을 살린 보완책이 강구돼야 한다. 벼 재배면적을 관리하고, 쌀 가공산업을 활성화하고, 질 좋은 품종의 재배를 늘리는 것이 우선이다. 논에 재배하는 다른 작물에 대한 인센티브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일도양단식 해법은 있을 수 없는 만큼, 여야는 좀 더 현실적인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김 의장은 양곡관리법의 본회의 상정을 미루며 두 가지를 짚었다. 거대 야당의 강행 처리와 대통령 거부권이 맞부딪치는 파국 상황을 우려했고, 여야가 한발씩 양보해 농민을 위한 길을 찾아달라고 당부했다. 여야는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김 의장 중재 취지를 존중하면서 합의 처리에 힘을 모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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