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순신 사태로 드러난 학폭 대응 허점, 해결책 시급하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에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부자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학폭)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학폭 자체도 문제지만 부모가 개입해 피해 학생과 교사들에게 2차 가해를 자행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점이 더욱 충격을 줬다. 권력을 가진 학부모 앞에서 학교와 교육청의 학폭 징계 시스템이 무용지물이 되고, 학교는 법적 다툼의 장으로 전락했다. 학폭을 저지른 정 변호사의 아들은 학생부 관리 및 대입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명문대에 진학했다. 가장 공정해야 할 교육의 장에서 정의가 무시된 것이다.

사회가 포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 학폭은 부모가 누구인지를 막론하고 처벌해야 한다. 학폭은 피해 학생과 가족에게 평생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남기고, 급우와 교사들에게까지 상처를 준다. 이번 사례가 아니어도 학폭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친구들 사이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졌다고 보기엔 참혹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집단 따돌림 등으로 유형도 다양해지고, SNS로 폭력 영상을 버젓이 전파하는 일까지 벌어진다.

윤석열 대통령이 “일방적·지속적 학폭은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지시하자 교육부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교육부는 대입 정시모집 전형에 학폭 조치 사항을 적극 반영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교육부와 서울대는 정 변호사 아들의 입학 과정에 문제는 없는지 철저히 조사해 응분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차제에 종합적인 학폭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 대책의 최우선은 피해자 보호에 맞춰져야 한다. 학폭이 발생하면 가해자와 피해자를 신속하게 격리해 피해 학생이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보호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보듯 학교가 전학 처분을 내려도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가해자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 학교의 처분은 법원의 최종 결론이 날 때까지 길게는 1년이 넘도록 정지된다. 법의 취지는 좋지만 ‘학폭의 사법화’로 학교의 자율 기능이 축소되는 부작용도 크다. 학폭 처리 과정에서 학교는 쟁송의 장이 되고, 교사들은 법정에 출석하느라 진을 뺀다. 대책에는 가해 학생을 어떻게 교화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도 담겨야 한다. 청소년은 사회의 희망이자 미래다. 어린 학생들이 폭력과 공포 속에서 성장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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