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정은 “알곡고지 기어이 점령”, 북한 식량난 예의주시해야

북한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7차 전원회의를 열고 농업 문제를 논의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1일 나흘간 회의를 마무리하며 “농촌 문제는 사회주의, 공산주의 건설 위업 실현에서 반드시 풀어야 할 전략적 문제”라며 “올해 알곡고지를 기어이 점령하고 농업 발전의 전망 목표를 성과적으로 달성해나가자”고 말했다. 북의 식량난이 가중되는 것으로 알려진 터라 회의 논의 결과에 눈길이 쏠렸다. 하지만 북은 관개체계 정비와 신형 농기계 보급, 경지면적 증대 등을 대책으로 제시할 뿐, 양곡관리 등 제도적 측면은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지난달 19일 국가안전보장위원회(NSC) 회의에서 “북한 내 심각한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하기 어렵다. 다만 북한이 6차 전원회의를 연 지 2개월 만에 농업 문제를 주요 안건으로 하는 전원회의를 소집한 것 자체가 문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김 위원장 발언 역시 농업 생산이 목표치에 미달했음을 시인하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추정에 따르면 북한의 지난해 곡물 생산량은 451만t으로 전년보다 3.8% 줄었다. 북한에서 수십만명이 아사한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대 식량난이 올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사회의 오랜 제재, 코로나19로 인한 교역 중단, 잦은 가뭄과 홍수, 비효율적 양곡관리정책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식량난의 일차적인 책임은 북한 당국에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면서 국제 제재를 초래했고 그나마 부족한 자원을 다시 군비에 쏟아부은 탓이다. 그런데 북한은 외부로부터의 원조를 “독약 발린 사탕”이라고 선전했다. 북한 지도부가 전원회의까지 열어가며 대책을 논의한 것은 국제원조 없이 버티겠다는 뜻이다. 인민을 굶주림에 몰아넣고도 이런 태도를 고집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식량 문제는 북한의 체제 안위와 직결된 중대 사안이다. 한국 정부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대북 인도적 지원을 준비·제안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북한보다 앞서 공개한 “아사자 속출”이 사실이고, 또 한국이 진정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글로벌 중추국가라면 북한의 식량 위기를 모른 척하는 것은 모순이다. 식량 위기는 북한 지도부가 아닌 우리 동포인 북한의 주민들, 특히 약자들을 더욱 위협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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