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세사기 특별법 합의, 사각지대 살피고 집행에 속도내야

전세사기 피해 지원을 위한 특별법 제정안이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했다. 지난달 28일 국토위에 상정된 지 25일 만이다. 여야가 뒤늦게나마 특별법안에 합의한 것은 다행이지만, 여전히 피해자의 실질적 구제 수준에는 미치지 못해 유감스럽다.

소위 문턱을 넘은 특별법안은 전세사기 피해자가 주택 구입을 원할 경우 우선매수 권리를 부여하고, 지속 거주를 희망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매입 임대로 장기간 거주권을 보장한다. 특별법 적용 대상은 야당의 요구를 일부 반영해, 보증금 기준을 4억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했다. 대상 요건을 완화해 깡통전세 피해자, 근린생활시설 전세사기 피해자도 포함시킨 것은 긍정적이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야당과 피해자들은 정부가 보증금 채권을 직접 매입해 피해자들에게 보증금을 일부 반환한 뒤 경매로 비용을 회수하는 ‘선 구제, 후 구상’ 방안을 주장했으나 다른 사기 피해자들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정부·여당 논리를 넘지 못했다.

대신 여야는 최우선변제금을 최장 10년간 무이자로 대출해주기로 합의했다. 최우선변제금을 초과하는 대출금은 2억4000만원 한도에서 연 1.2~2.1% 초저리로 대출이 가능하다. 이는 피해자들의 숨통을 잠시 틔워주는 효과는 있지만, 결국은 갚아야 할 돈이다. 피해자 단체들이 “추가 대출로 빚더미만 늘릴 뿐”이라고 반발하는 것도 당연하다. 전세사기 사태를 ‘사회적 재난’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끝내 반영되지 못한 것은 유감스럽다.

특별법안은 24일 국토위 전체회의와 법사위를 거쳐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별법은 우선 2년간 적용된다. 정부는 6개월마다 국회에 모니터링 결과를 보고하고 필요한 경우 적용 기간을 연장하기로 했다. 이제 법 집행에 속도를 내야 한다. 드러나지 않은 전세사기가 더 있을 것이고, 새로운 유형이 나타날 수도 있다. 정부는 사각지대가 없는지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시민들의 주거 불안을 최소화하기 위해 만전을 기울여야 한다. 당장 전세 가격이 고점이던 2021년 6월 이후 계약한 전세의 만기가 다가오는데 빌라의 절반 이상이 역전세라고 한다. 전세사기에 미온적으로 대응하다 피해를 키운 잘못을 정부가 되풀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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