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 정부 ‘네이버 라인 지분 정리’ 요구, 한국을 적성국으로 보나

네이버의 메신저 ‘라인’의 운영사인 라인주식회사 관계자들이 지난 2016년 7월 14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 기념 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네이버의 메신저 ‘라인’의 운영사인 라인주식회사 관계자들이 지난 2016년 7월 14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 기념 행사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통하는 ‘라인(LINE)’을 개발해 운영해온 네이버가 일본 정부로부터 경영권 포기 압력을 받고 있다. 25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일본 총무성이 지난해 발생한 라인의 개인정보 유출 책임을 물어 운영사인 라인야후의 네이버 지분 정리를 요구했다고 한다. 라인야후는 네이버와 일본 기업 소프트뱅크가 50%씩 출자해 만든 A홀딩스가 64.5% 지분을 갖고 있는데, 소프트뱅크가 네이버에 A홀딩스 주식의 매각을 요청했다는 것이다.

네이버가 2011년 6월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라인은 한 달에 1회 이상 이용자 수가 9600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네이버 클라우드가 해킹을 당해 라인 고객 정보 51만건의 유출 가능성이 제기되자 일본 정부가 이참에 소프트뱅크를 통해 네이버의 지분 정리를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라인 경영권이 소프트뱅크로 넘어가면 네이버로서는 일본뿐 아니라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 등 이용자 2억명에 달하는 아시아 시장을 잃을 우려가 있다.

해킹 사고가 발생하면 그 나라 정부가 벌금 부과 등 제재와 함께 사이버보안 강화 등 보완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 보통이어서 일본 정부가 외국 기업의 지분 정리까지 요구하는 건 과도하다. 자국의 대표 플랫폼을 한국 기업이 공동 소유하는 상황을 못마땅하게 여겨 보안 사고를 빌미로 내쫓겠다는 의도가 아닌가.

미국이 중국 동영상 앱 ‘틱톡’의 미국 사업 강제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미·중 갈등이라는 특수한 사정이 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우방국이라는 점에서 일본 정부의 철수 요구는 지극히 부당하다. 이런 조치는 2019년 아베 신조 정부가 한국이 전략물자 통제 규범을 어겼을 가능성이 있다는 황당한 논리로 반도체 3대 품목의 수출규제에 나서며 양국관계를 파탄 낸 전례를 떠올리게 한다.

윤석열 정부가 지난해 강제동원 배상 문제에서 지나치게 양보해가며 한·일관계 복원에 공을 들였음에도 일본 정부가 여전히 한국을 불신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데 유감을 금할 수 없다. 한국을 ‘적성국’ 또는 데이터 보안 능력도 없는 나라로 보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다. 일본 정부는 양국 간 민간 교류·협력에 찬물을 끼얹는 조치를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정부도 이번 사태가 양국 갈등으로 번지지 않도록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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