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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주축 민정수석실 부활, 권력기관 통제 의도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이 신설키로 한 민정수석실에 검찰 출신을 중용할 것이라고 한다. 윤 대통령의 검찰 시절 측근이 수석비서관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민심 청취’ 강화를 명분으로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킨다더니, 윤곽이 구체화하면서 검찰·경찰·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을 틀어쥐겠다는 본뜻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 수사·특검 등 정권 차원의 사법리스크와 레임덕 방지에 온 신경을 쓰는 대통령의 속내가 엿보인다.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과 계속 엇나가고 있는 윤 대통령의 행보가 갈수록 우려스럽다.윤 대통령은 민정수석비서관에 김주현 전 법무차관을 내정하고 조만간 대통령실 개편안과 함께 발표할 것으로 3일 알려졌다. 검찰내 기획통인 김 전 차관은 윤 대통령이 중앙지검장이던 시절 2차장검사, 검찰총장 시절 공공수사부장으로 함께 한 인연이 있다. 과거 민정수석실은 검·경 등 사정기관 총괄, 공직 비리 감시 등을 맡으면서 대통령 비서실 내에서도 실세 부서로 통했다. 그 폐해를 거론하며 윤 대... -
공공돌봄 싹 짓밟는 사회서비스원 폐지 결정, 철회가 마땅하다
2019년 공적 돌봄 강화를 위해 설립된 서울시사회서비스원(서사원)이 출범 5년 만에 폐원 위기에 몰렸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인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26일 서사원 지원 조례 폐지를 가결했다. 출연금이 끊기면 서사원은 폐원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서울시와 시의회가 가뜩이나 부족한 돌봄 인프라 구축에 앞장서기는커녕, 어렵게 일궈온 공공 돌봄의 싹을 짓밟는 현실이 안타깝다.서사원은 박원순 시장 시절 민간 시장에 맡겨 온 돌봄 서비스에 공공이 참여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지자체로부터 위탁받은 어린이집이나 요양원 등에서 공공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시장이 바뀌고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시의회 다수당이 되자 예산을 삭감하며 고사작전을 펼치더니 급기야 폐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민간 시장보다 높은 요양보호사 급여, 야간 및 주말 운영 제한 등 ‘방만한’ 경영을 폐원 사유로 꼽고 있다. 서사원의 요양보호사가 민간보다 급여가 많은 것은 서비스 질과 고용안정... -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방법
5월10일이면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이 된다. 취임 2주년을 한 달 앞두고 총선 성적표를 받았다. 국민의힘 108석, 거대야당 192석이다. 집권여당이 108석이 된 경우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최악의 참패다. 내용도 매우 고약하다. 국민의힘은 ‘양남당’(영남+강남)으로 전락했다. 국민의힘 지역구 당선자는 총 90명이다. 이 중에서 양남의 당선자 숫자는 66명이다. 비율로는 73.3%다. 국민의힘 지지기반은 영남과 강남으로 축소됐다. 윤 대통령의 신뢰도가 확 낮아진 분기점은 작년 8월15일 경축사다. 윤 대통령은 “공산 전체주의 세력과의 투쟁”을 선포했다. 곧이어 홍범도 장군의 흉상 이전을 추진했다. 홍범도 장군은 1943년에 돌아가셨는데, 그때는 미국, 소련, 영국, 중국이 파시즘 세력과 맞서 서로 동맹국이던 시절이었다. 철 지난 이념투쟁이기도 하지만 뜬금없고 황당한 선언이었다. 대통령이 현실과 괴리된 인식을 하고, 엉뚱한 사람들과 소통하고, ... -
형사사법체제 붕괴시키는 검찰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가 양심고백을 했다. 검찰이 술판까지 챙겨주며 진술 회유를 했다는 거다. 쌍방울 김성태 회장을 편들고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위해 대북 송금을 했다고 진술하면, 진행 중인 사건을 유리하게 해주고, 주변 수사도 멈추겠다고 했단다. 검찰이 이화영씨를 통해 엮으려 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반발한 것은 물론, 검찰의 수사행태에 대한 비난도 쏟아졌다. 이화영씨의 양심고백에 대해 검찰은 사실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수원지검은 “엄격하게 수감자 계호시스템을 운영하는 교도행정하에서는 절대 상상할 수도 없는 황당한 주장임을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진술 회유를 했다고 지목된 수원지검의 반박 입장은 최소 8번 이상 반복적으로 나왔다. 여덟 번째 입장문에선 “거짓말이 도를 넘고 있다” “후안무치한 행동”이란 격한 표현까지 썼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중대한 부패 범죄자가 허위 주장을 하며 사법 시스템을 붕괴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검찰 수사... -
여소야대 정국, 여당이 살 길
눈 뜨면 보이는 게 숫자로 표시된 날짜고 시각이다. 신문을 펼치거나 TV를 켜면 물가 상승률, 실업률, 증시, 환율, 암 발병률, 교통사고 사망자 수 등 우리 생활과 밀접한 수치들이 넘쳐나고, 그 수치를 실감하기도 한다. 4·10 총선 후 언론에 많이 등장한 것도 수치다. 유권자의 표심을 분석한 결과가 지역구 지도, 도표와 수치로 정리되고 지역, 계층, 세대, 성별 등 요소별로 수치화되어 차이를 보여준다.그중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유권자 전체 표심의 합산 수치와 그 결과값이다. 50.5% 대 45.1%와 161석 대 90석. 크게 와닿는 수치다. 미세한 득표율 차이가 불러온 엄청난 결과다. 득표율 5.4%포인트 차이가 71석의 격차를 벌렸다는 분석이, 아무리 지역구 단위 선거지만, 전체 유권자의 표심을 읽을 수 있는 수치여서 도드라져 보인다. 투표한 유권자 거의 절반이 여당을 선택했으나 얻은 지역구 의석수는 절반은커녕 3분의 1을 겨우 넘겼다. 1등만 인정받는 소선거구제에서 ... -
입술에 관한 몽상
곡우 근처. 이즈음 물에 잠긴 논을 보면 올해 농사를 준비하는 설렘이 가득하다. 논두렁은 논과 논을 구획하는 경계이지만 또한 길고 좁은 밭뙈기이기도 하다. 옛날 모내기 끝내고 어머니는 그 자투리땅도 그냥 놀릴 수 없다며, 호박이나 울콩을 심으셨지. 지난주 고향 가서 논두렁에 서서 술동이에서 막걸리 익어가듯 논바닥에서 뻐끔뻐끔 올라오는 기포를 보았다. 문득 들판의 논들을 아담하게 죄는 이 야무진 논두렁이 어째 꼭 얼굴의 입술 같다는, 조금은 엉뚱한 생각 하나가 흘러나오지 않겠는가.입술, 인체에서 차지하는 면적이야 손바닥보다 좁아도 만만한 장소가 결코 아닌 것.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한 퀴즈. 우리가 그 이름을 불러주면 사라지는 게 뭘까? 침묵이다. 침묵의 일번지인 입술. 솜털이 몹시도 나부끼는 몸의 피부에서 드물게 황무지 같은 입술에 대해 몇 가지 더할 이야기가 있다.뒤늦게 발심하여 한문을 공부할 때 초심자로서 이런저런 방법을 동원한다. 눈으로 읽... -
한국 사회 부적응자가 남긴 이야기
2011년 여름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에서 홍세화를 봤다. 고공농성을 하던 김진숙을 응원하는 희망버스가 갔을 때다. 홍세화는 무대 먼발치 담벼락 쪽에서 홀로 행사를 지켜봤다. ‘진보 셀럽’들이 맨 앞자리 어디 앉을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던 걸 목격한 뒤라 그 모습이 오래 남았다.2013년 홍세화가 제안해 만든 학습 협동조합 이름이 ‘가장자리’라는 걸 알았을 때 경계를 지키거나 버티려던 마음으로 담벼락 쪽에 선 건 아닐까 생각했다. ‘가장자리’ 창립과 ‘말과활’ 창간을 두고 인터뷰했을 때 홍세화는 이렇게 말했다. “삶의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 벼랑 끝에 내몰리는 사람들이 함께하는 것이죠. 중심을 지향하는 게 아닙니다. 중심이 점 하나라면, 가장자리는 평등한 점들이 모여 만드는 선입니다. 벼랑 끝으로 떨어지지 않으려고 맞잡는 연대의 선인 거죠.”부고에 그 가장자리를 떠올렸다. 그 자리는 전장이었다. 모두가 점 하나, 장교가 되려는 세상에서 홍세화는 늘 “끝까지 사병으로 남... -
국제 플라스틱 협약
어릴 적 나의 전문직에 대한 ‘인증샷’은 의사 가운이나 판사복이 아니었다. 다크서클이 코밑까지 내려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상태로 해외출장을 다녀온 모습이었다. 막상 어른이 돼보니 해외출장이란 현지 시간에 맞춰 일하고 시차가 다른 한국 시간에도 맞춰 일하는 24시간 노동이었다. 때마침 ‘플라이트 셰임’이라고 환경을 위해 비행기를 타지 않겠다는 흐름이 생겨 자연스레 나의 철없던 로망도 사라졌다. 하지만 최근 해외출장을 떠나고 싶어졌다.캐나다 오타와에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의 내용을 정하는 정부 간 협상위원회가 막 끝났다. 각국이 따로 규제하면 서로 눈치나 보다 끝나거나, 보수적 정부가 들어서면 그간 노력이 물 건너간다. 일회용품 규제와 단속이 정지된 국내 상황을 보라. 그래서 전 세계적 문제엔 전 세계 정부에 통용되는 기준선을 정하기로 했다.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폐기에 걸쳐 전 생애를 규제하는 만국 공통 제도를 정하기로 합의한바, 바로 국제 플라스틱 협약이 성사되었다. 그 협... -
채 상병을 살려내는 길
지난해 7월 호우 피해 실종자 수색 중 사망한 해병대 채모 상병은 내가 강의하러 다니며 한 번쯤 마주쳤을 대학생이었다. 복학했으면 다시 평범한 학생으로 교정에서 인생의 다음 단계인 취업 전략을 구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단과대 앞 추모수와 추모석 위에 그의 영혼이 깃들어 있을 뿐이다. 분단국가에서 다반사인 군 사망 사건은 기삿거리조차 되지 않지만, 이 일은 역사적 전환점을 만든 1894년 프랑스의 드레퓌스 사건이 이 땅에서 되풀이된 것 같다.무엇보다도 두 사건은 거짓말과 변명, 은폐와 조작으로 일관되었다. 적국인 독일과 내통했단 매국 혐의를 참모본부의 유대인 드레퓌스 대위에게 덮어씌운 것과 채 상병 사망 책임을 상급자가 아닌 하급자에게 떠넘기려고 한 것이 유사하다. 유대인에 대한 인종 편견과 사병의 사물화로 인간 존엄성을 침해당했다. 5년 뒤 정보국장 피카르 중령이 진범을 찾아냈지만 오히려 피카르 중령을 체포한 것이나 새 군사법원법에 의해 책임자들을 적시, 경찰에... -
맛있게 퍼트린다
얼마전 산책을 나갔다가 우연히 작은 국숫집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5평 남짓한 규모에 메뉴도 매우 단출해서 잔치국수와 멸치 칼국수가 전부였습니다. 유동인구도 많지 않은 이곳에서 과연 장사가 잘될까라는 쓸데없는 걱정을 뒤로하고, 우선 잔치국수 하나를 시켜보았습니다.드디어 등장한 잔치국수는 잔치라는 이름에 걸맞게 아주 푸짐한 양입니다. 잔치국수의 핵심은 감칠맛 나는 시원한 국물입니다. 보통은 멸치, 다시마, 말린 표고버섯 등을 끓는 물에 우려내어 육수를 만드는데, 멸치에는 이노신산, 다시마에는 글루탐산, 표고버섯에는 구아닐산과 같은 감칠맛을 내는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잠시 생각해보면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런 유용한 성분들은 왜 재료 안에 가만히 있지 않고 국물로 확산되어 나오는 걸까요?확산이란 물질이 농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멸치 육수를 예로 든다면, 멸치 안에 모여있던 물질들이 바깥으로 빠져나오면서, 농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