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한의과학

‘정밀의료’와 만난 한의학, 새로운 건강시대 연다

이시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장
[알아두면 쓸모 있는 한의과학]‘정밀의료’와 만난 한의학, 새로운 건강시대 연다

‘정밀의료’는 개인의 특성과 생활습관, 임상 기록 등을 모두 고려해 가장 세밀한 치료법을 추구하는 개념을 말한다. 환자마다 다른 신체 특성을 분자 수준에서 종합 분석해 조기 진단과 맞춤 치료를 지향하고 처방에 따른 부작용은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2015년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두교서에서 정밀의료 계획을 발표한 이래로 한국을 비롯한 주요 선진국에서 정부 주도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정밀의료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사업 규모는 매우 거대하다. 미국의 ‘올 오브 어스(All-of-US)’ 프로젝트는 100만명의 데이터를 모으고 있으며, 영국은 UK 바이오뱅크에 등록된 50만명 이상의 유전체 정보를 토대로 향후 500만명의 데이터를 모을 계획이다. 일본 또한 기존 바이오뱅크에 있는 약 40만명의 유전체 정보를 취합할 예정이며, 중국은 100만명 이상의 정밀의료 코호트(동일집단)를 구축하는 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년 전부터 유전체역학사업을 진행해온 한국은 2019년 향후 10년간 100만명의 유전체 정보를 모으는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 사업을 발표했고, 올해까지 2만명의 데이터를 수집하는 시범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정밀의료의 핵심은 데이터를 정량화해 모으는 것이다. 개인 특성을 유전체를 포함한 다양한 데이터로 분류한다는 뜻이다. 개인의 활동량, 수면 패턴, 식습관 등 생활 유형과 관련한 데이터는 가속도센서를 내장한 웨어러블 기기의 활용을 통해 최대한 구체적이며 객관화된 수치로 바뀌어 수집된다. 여기에 기존 의료기관의 임상 데이터들이 결합되면서 개인의 포괄적 건강 데이터가 완성되는데, 여기에 인공지능을 통한 기계학습을 뜻하는 ‘머신러닝’ 등 다양한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적용된다.

한국 한의학은 질병을 치료할 때 병에 걸린 사람의 개체 특성과 임상 특성을 이용해서 환자를 분류하는 체질의학을 제시했다. 아울러 질병의 치료와 예방을 위한 다양한 건강 생활습관을 ‘양생기술’이라는 이름으로 발전시켜왔는데, 정밀의료 시대의 한의학은 그간의 임상경험을 정량적인 데이터로 변환해 가고 있다.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체질의학으로 대표되는 한의학의 개체 특성 분류 방식을 정량화하기 위한 2만8000여명의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약 5000명의 유전자칩(핵심 유전정보가 내장된 소자) 데이터와 4000명의 전장유전체(전체 염기서열)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또 2017년부터 대전시민 4000명으로 구성된 정밀의료 코호트를 구축했는데, 이 가운데 핵심 참여자 2000명의 협조로 임상정보, 의료정보, 유전체 정보 그리고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생활습관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향후 한약재 및 처방에 대한 약물유전체 정보를 확보함으로써 진단과 예측뿐만 아니라 치료까지 포괄하는 정량 데이터 구축에 나설 예정이다.

한의 정밀의료 연구의 단기적 목표는 유전체 정보를 이용해 한의학 체질 특성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며, 중장기적으로는 이 기술과 생활습관 정보 및 임상정보 그리고 약물유전체 정보를 결합해 심혈관 대사질환 예방을 위한 맞춤형 치료기술을 만드는 것이다. 아울러 정밀의료와 만난 한의학은 정량적인 데이터를 통해 서양의학과 풍부한 접점을 확보함으로써 한·양방 의료의 융합연구와 통합의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글로벌 정밀의료 시장 규모가 2023년이면 113조원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한다. 한국은 정보통신기술과 바이오기술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으며, 수준 높은 한·양방 의료기술로 인해 정밀의료 기술 발전을 위한 강력한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빅데이터로 해석된 한의학의 임상경험이 더해져 정밀의료 원천기술을 확보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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