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 있는 한의과학

“적게 먹고 춥게 지내야 오래 산다” 과학으로 증명된 이제마의 ‘양생관’

이시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장
[알아두면 쓸모 있는 한의과학]“적게 먹고 춥게 지내야 오래 산다” 과학으로 증명된 이제마의 ‘양생관’

‘양생(養生)’은 병에 걸리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잘해 오래 살기를 꾀하거나 병의 조리를 잘해 회복을 도모한다는 뜻이다. 동아시아 한자 문화권에서 널리 통용되는 개념으로, 신체적·정신적 안정을 추구하고, 자연과의 조화로운 생활을 이상으로 하는 한의학의 핵심 영역이기도 하다. 19세기 말, 유학자이자 의학자였던 이제마는 <동의수세보원>을 저술해 사상체질이론을 정립했다. 그는 이 책의 단원 가운데 하나인 ‘광제설(廣濟說)’에서 음식, 의복 그리고 활동량에 관한 양생의 원칙을 제시했는데, 이는 현대의 관점에서 볼 때 더욱 흥미롭다.

책의 내용을 보면 첫째, 음식은 배고픔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만 먹어야지 배부름을 욕심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논어의 ‘식무구포(食無求飽, 먹음에 배부름을 구하지 않음)’를 떠올리게 하는 이 구절은 현대의 실험연구와 관찰연구에서 재조명되고 있다. 사흘마다 굶기거나, 평소에 먹이를 30~50% 줄인 쥐들은 변수 없이 먹은 쥐들에 비해 적게는 15~20%, 많게는 2배까지 수명이 늘었다고 한다. 일본, 중국, 그리스 등에 있는 장수마을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주민들이 적게 먹거나 간헐적으로 단식을 한다는 특징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 의복은 추위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만 입어야지 따뜻함을 욕심내지 말라고 했다. 이 역시 동물실험을 통해 재미있는 결과들이 나오고 있다. 주기적으로 낮은 온도에 노출시킨 쥐들에게서 당뇨, 비만, 알츠하이머가 상당히 줄어든 결과가 보였다고 한다. 더 나아가 체온을 0.5도 낮게 만든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수명이 최대 20% 증가했다고 한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다소 춥게 지낼 경우 건강한 지방으로 알려진 갈색지방이 활성화된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이제마가 강조한 세 번째 양생 원칙은 부지런히 움직이되 편안함을 욕심내지 말라는 것이다. 사실 운동의 중요성은 단순히 심폐순환계를 튼튼히 한다는 점을 넘어선다. 최근 연구 결과를 보면 하루에 30분 이상씩 일주일 가운데 5일을 운동한 사람일수록 젊음의 징표인 ‘텔로미어’가 더 길었다고 한다. 텔로미어는 DNA의 집합체인 염색체 끝부분에 있는 단순반복서열로서 나이가 들수록 짧아진다. 특히 심장박동수와 호흡수를 상당히 높이는 고강도의 운동을 했을 때 효과가 더욱 좋았다고 한다.

이제마가 말한 양생법의 요지는 배고픔과 추위를 느끼고 몸을 부지런히 움직임으로써, 편안함을 추구하지 말라는 것으로 정리할 수 있는데, 이는 사실상 우리 몸에 스트레스를 주는 행위로 볼 수 있다. 노화 연구자들의 가설에 따르면 사람은 진화과정에서 다양한 외부환경에 적응하는, 이른바 생존회로를 발전시켰다고 한다. 배고픔, 추위, 운동 등의 스트레스로 촉발될 수 있는 이 생존회로는 소위 장수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즉, 적게 먹거나 간헐적인 단식을 하고, 추위를 느끼고, 운동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살을 빼고, 순환기를 튼튼히 하는 효과를 넘어서서 수명연장의 핵심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날씨가 잔뜩 추워졌다. 학창 시절 흔히 들었던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의 겨울철 특징을 보이고 있다. 가끔 원망스럽기도 하겠지만, 한의학의 양생관과 현대 과학의 실험결과로 볼 때 우리는 건강을 위한 최적의 지리 여건을 갖추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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