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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행정가 김주호를 떠나보내며
삼우제가 끝났습니다. 그렇게 당신을 떠나 보내고 유고(遺稿)를 읽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한국에서 온 김주호입니다’로 시작하는 원고를 눈으로 읽어 가노라니, 마치 생시이기라도 한 것처럼 당신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영어로 쓰여진 A4용지 10장짜리 원고입니다. 쓰다가 지우고 다시 쓰기를 반복한 꼼꼼한 문장들이 당신의 성품을 많이도 닮았습니다. 예술의전당과 LG아트센터의 실무 책임자, 문화예술교육진흥원 초대 원장, 서울시립교향악단 대표, 그리고 클래식 전용홀로 건립 예정인 롯데홀 대표에 이르기까지, 당신이 지난 26년간 공연장과 오케스트라에서 갈고 닦은 노하우가 쉽고 간결한 문장으로 빼곡하게 담겨 있군요. 게다가 저 같은 영어 까막눈도 더듬더듬 읽을 수 있을 만큼 쉬운 문장들입니다. 이 원고를 마지막으로 심장이 멈추지 않았다면, 아마 당신은 지금쯤 오스트리아 빈에 있었겠지요. 빈에서 열리는 국제포럼 ‘클래시컬 넥스트’에서 한국 측 대표로 연설할 예정이었던 당신은 지난달 2... -
‘나쁜 여자’로 돌아온 마돈나 “여왕은 오직 하나뿐”
마돈나 루이즈 베로니카 치치오네(Madonna Louise Veronica Ci-ccone·사진). 우리가 ‘마돈나’로 부르는 유명 가수입니다. 그는 올해로 쉰셋. 오랫동안 마돈나에게는 ‘팝 퀸’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습니다.마돈나가 지난달 27일 컴백했습니다. 전 세계 곳곳에 자신의 열두번째 앨범 <엠디엔에이(MDNA)>를 내놓았고, 조만간 월드투어도 한다고 합니다. 그의 정규 음반은 무려 4년 만입니다. 모처럼 선보인 노래, 그리고 뮤직비디오를 보니 역시나 요란하고 시끌벅적합니다. 노래 ‘걸 곤 와일드’의 뮤직비디오에는 남성 동성애자들의 농밀한 몸짓이 가득합니다.팝 퀸의 새로운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선 그의 현재를 가늠해보는 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지난 1월 UPI는 “마돈나가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레이디 가가가 불렀던 ‘본 디스 웨이’의 표절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했다”고 보도했습니다.2011년 레이디 가가의 노래 ‘본 디스 웨이’가... -
공연 스폰서 기업들 ‘도 넘는 간섭’
“공연명에 꼭 현대카드가 들어가야 합니다. 사진출처도 현대카드라고 꼭 명시해 주세요.”내년 2월 내한공연이 예정된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공연기획사로부터 기자가 연거푸 들은 주문이다. 이 공연의 제작비를 대고 주최자로 나선 현대카드는 공연명에 자사 이름을 넣고 기획사를 통해 언론홍보 시 이를 적극 언급하도록 했다. 티켓 최고가(VIP석)는 무려 40만원인데 현대카드로 결제하면 20%(32만원) 할인해준다. 노골적으로 현대카드를 사용하라는 얘기다.지난 8월 지휘자 대니얼 바렌보임이 지휘한 웨스트 이스턴 디반 오케스트라 공연은 대우증권이 주최로 이름을 올리면서 기획사에 지불한 협찬금의 상당액을 티켓으로 가져갔다. 4회 공연(8000석)에서 좋은 좌석을 중심으로 2000석 정도를 가져가 좋은 좌석을 구하지 못한 일반 클래식 애호가들의 불만을 샀다.해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취재 현장에서 이 같은 일을 자주 접한다. 기업의 후원 없이 유명 해외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유치하... -
너무 길어 슬픈 요즘 한국영화
인기 작가 스티븐 킹은 에세이 에서 고교 3학년 때 투고한 잡지 편집자로부터 받은 쪽지가 자신의 소설 작법을 바꿔놓았다고 밝힌다. 게재 거절 의사를 밝히는 이 쪽지에는 편집자의 인쇄된 서명 아래 이런 ‘명언’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수정본=초고-10%. 행운을 빕니다.”킹은 이 수정 공식을 접한 이후 4000 단어짜리 초고는 3600 단어, 35만 단어짜리는 31만5000 단어를 목표로 수정 작업을 했다. 그는 “작품의 기본적인 스토리와 정취를 유지하면서도 10% 정도는 얼마든지 줄일 수 있다.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노력이 부족한 탓이다. 적절한 삭제 작업의 효과는 즉각적이며 또한 놀라울 때가 많다. 문학적 비아그라라고 부를 만하다”고 설명했다.킹의 작법을 최근 한국의 상업영화 편집에 적용하면 어떨까. 소설과 영화는 다르지만, 가능하면 많은 대중에게 다가서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킹의 소설과 한국의 상업영화는 공통점을 가진다. 근 몇 년 사이 한국영화의 상영시간... -
아이돌의 우울한 미래
아이돌 그룹이 넘쳐나는 가요계에서 소위 ‘원조 아이돌’ 멤버들의 잇따른 사건·사고 소식이 팬들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1990년대 최고 인기를 누린 ‘젝스키스’의 이재진과 강성훈이 그들이다. 3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이재진을 음주 교통사고를 낸 혐의로 입건했다. 그는 지난 2009년 군 복무 중 군무이탈로 군사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기도 했다.‘젝스키스’의 또 다른 멤버 강성훈 역시 올해 사기 혐의로 두 차례에 걸쳐 고소를 당했다. 강성훈은 지난 5월 경기도 팔당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박모씨에게 본인 소유가 아닌 외제차를 담보로 1억원을 빌린 뒤 이를 갚지 않은 혐의를 받아 경찰 조사를 받았다. 또 연예사업 투자를 미끼로 1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서울 강남경찰서에 고소장이 접수되기도 했다. 그룹 ‘NRG’ 출신의 이성진 역시 사기 및 도박혐의로 실형이 선고돼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90년대 이후 10여년간 우리 가요계는 수많은 아이돌 그룹을 양산해왔다. 아이... -
시작만 있고 끝은 없는 미술잔치
“비 때문에 꼼짝할 수 없습니다.” 지난 9월30일부터 10월21일까지 송도해변에서 열린 부산 바다미술제는 다른 미술제와 달리 미술품을 철거하는 마무리 작업도 볼거리였다. 야외 전시의 출품작의 대부분이 대형 설치물이기 때문이다. 14만여명의 관람객이 방문한 이번 바다미술제(운영위원장 이두식)는 격년제로 부산 비엔날레와 번갈아 열리는 첫 행사여서 시민들의 호응이 뜨거웠다.그런데 지난달 22일 바다미술제가 열렸던 부산 송도에서 미술제 관계자들은 망연자실했다. 29점의 설치물을 철거해야 하는데, 3일 동안 비바람이 부는 최악의 상황으로 철거 일정을 정할 수 없었다. 결국 하루면 끝날 작업이 나흘이 지난 25일에야 완료됐다. 3억원의 행사 예산에 포함된 철거비용은 턱없이 부족했다.12개국에서 출품된 작품 중 특히 티안예의 ‘빨간 피아노’는 계속 내리는 비로 철거가 가장 까다로웠던 작품이다. 무게 2t의 ‘빨간 피아노’(255×300×377㎝)는 20여개의 부분으로 구성... -
‘가문의 영광4’ 흥행이 난감한 까닭
영화평론가들에게 (7일 개봉) 같은 영화의 박스오피스 성적은 당황스러운 것이다. 이전 시리즈의 제작자였던 정태원의 연출 데뷔작인 이 영화는 종종 ‘영화’라 부르기 힘들 정도의 완성도를 보인다. 줄거리는 헐겁고, 연기는 안일하며, 코미디는 식상하다. 영화 만들기의 ‘기본’이 부실해 보일 때도 있다. 장면과 장면의 연결이 어색하고, 후반부로 접어들면 아예 촬영분량이 모자랐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 정도다. 그래도 는 흥행했다. 추석 극장가를 노리고 개봉한 와 비교해 가장 평가가 나빴지만, 이 영화들을 모두 제치고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입소문이 좋지 않아 장기 흥행은 쉽지 않겠지만, 개봉 첫 주에 손익분기점인 160만명을 넘어 167만명을 동원했으니 제작사로선 만족스러운 성과다. 제작사는 “5년 만에 나온 ‘가문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 전편에 비해 커진 스케일, 옛 멤버와 새 멤버의 코미디 대결” 등을 흥행 비결로 꼽고 있다. 그래서 가 ‘좋은 영화’일까... -
‘7광구’ ‘기생령’ 잇단 개봉연기
국내 최대 투자배급사인 CJ E&M 영화사업부문은 3일 오후 영화 「7광구」의 개봉 연기를 고지했다. 개봉이 채 하루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였다. CJ는 “「7광구」를 최고의 영화로 개봉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으며, 이에 부득이하게 4일 오전에서 오후 6시로 개봉을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순수 토종 기술 100%를 적용해 3D 블록버스터로 제작된 만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물리적인 어려움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4일 오전부터 오후 6시 사이의 상영분을 예매한 관객들을 대상으로 환불 사태가 빚어졌다.해저괴생물체와의 사투를 그린 「7광구」는 「해운대」를 만든 윤제균 감독이 이끄는 JK필름이 제작하고, 「화려한 휴가」의 김지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올여름 최대 기대작으로 꼽혀왔다. 하지원, 안성기, 오지호, 송새벽 등 스타 캐스팅도 한몫했고, 한국 기술로 만들어진 한국산 괴생명체가 3D로 구현된다는 점이 호기심을 끌었다.공교롭게도 같은 날, 공... -
웨스트엔드의 첫 동양인 제작자 윤석화의 도전
지난 25일 저녁 미국 브로드웨이와 함께 세계 공연예술의 메카로 꼽히는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특별한 장면이 연출됐다. 119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듀크 오브 요크 극장에서 공연된 연극 (여행의 끝)의 프레스 나이트(Press Night) 행사에서 객석을 채운 영국 언론인들의 시선은 공연장 구석의 동양 여성에게 집중됐다. 한국의 연극배우 윤석화였다. 윤석화 월간 ‘객석’ 대표(56)는 영국의 공연제작자 리 멘지스와 함께 (로버트 세드릭 셰리프 작, 데이비드 그린들리 연출)을 공동 제작, 웨스트엔드 최초의 한국인 공연제작자가 됐다. 72편의 공연을 제작한 프로듀싱의 ‘달인’으로 꼽히는 리 멘지스는 이번 공연의 최고 공로를 윤석화 대표에게 돌렸다. 윤 대표는 포스터 맨 앞에 ‘FLORA SUKHWA YOON’으로 표기되며 웨스트엔드의 ‘플로라’로 피어났다. 회원의 대부분이 공연계 VIP들인 ‘IVY CLUB(아이비 클럽)’에서도 ‘플로라’는 유명해졌다 웨스트엔드 지역에는 객석 800... -
K팝 인기에 숟가락 얹은 방송사 해외 한류공연
방송사들이 ‘한류의 단물’ 빼먹기에 나섰다? KBS 등 방송 3사가 해외에서 경쟁적으로 펼치는 K팝 한류 공연을 두고 가요계의 반발이 거세다. 이는 해외 각국에서 K팝 가수들의 선호도가 높아지자 방송사들이 직접 해외공연에 뛰어들면서 생긴 불만이다. 지난해 11월 SBS ‘도쿄 뮤직페스티벌’을 시작으로 3월에는 태국 방콕에서 MBC ‘한류콘서트’가 개최됐다. 이어 5월에는 MBC 제작진이 실질적으로 섭외에 나선 일본 ‘동경전설 2011’, 6월에는 SBS ‘뮤직 오브 하트 2011 파이팅 재팬’이 잇따라 열렸다. 지난 13일에는 KBS 김인규 사장까지 현장을 찾은 도쿄돔 ‘뮤직뱅크 인 도쿄, K팝 페스티벌’이 소개됐다. 이에 질세라 MBC는 8월 일본 니가타현에서 ‘K팝 올스타 라이브’를 준비 중이다.이들 행사는 방송사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 K팝 스타를 무차별적으로 섭외하여 치러졌다. 한 아이돌그룹 소속사의 매니저는 “국내 방송활동을 위해서라도 방송사의 출연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