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 곡성 섬진강 ‘기차마을’
길은 강을 따라 난다. 아니, 강을 따라 달릴 때 가장 아름답다. 전남 곡성을 지나는 17번 국도는 섬진강의 강 허리를 한 움큼 베어 안는다. 유하면서 안온하게 흐르는 섬진강처럼 길은 조용하지만 정확하게 강 모양을 빼닮았다. 이 길 위로 철로가 포개진다. 마치 철로도 강을 따라 달릴 때 가장 아름답다는 듯 기찻길은 직선을 포기하고 곡선을 택했다. 모두가 빨리를 외칠 때 느릿느릿 한숨 쉬고 돌아가는 곡성여행이 강따라 길따라 철로따라 펼쳐진다.열차는 우리에게 과거일까 현재일까 미래일까. 그 해답을 찾는 여정으로 전남 곡성을 택했다. 전남 곡성역에서 약 1㎞ 떨어진 곳에 옛 곡성역이 있다. 순서를 따지자면 옛 곡성역이 먼저다. 일제강점기인 1933년 세워졌다. 옛 곡성역이 있는 곡성읍 오곡면 오지리 주민은 “전라도의 곡식을 실어가기 위해 생긴 역”이라 했다. 혹자는 “섬진강의 고운 모래를 실어가던 역”이라 했다. 역 앞에는 일본인이 쓰던 양곡창고가 여전히 남아있다. 한때 ‘... -
(5) 강릉 ~ 삼척 ‘바다열차’
여름이 오기 직전, 바다는 달뜬 표정이다. 그 바다에 뛰어들 듯 열차가 내달린다. 강릉에서 삼척까지 동쪽 땅을 따라 58㎞. 열차의 창은 바다를 집어삼킬 것처럼 해안선을 향했다. 앞을 봐야 할 열차가 옆을 보고 달음질치는 격. 열차는 그렇게 동해안의 금싸라기 땅을 훑는다. 이곳의 열차는 원래 사람을 태우지 않았다. 영동선과 삼척역이 절묘하게 결합된 구간. 동해역부터 삼척역까지의 구간은 일제강점기 당시 동해선 건설 과정에서 추진된 노선이다. 일제의 삼척 시멘트 공장을 연결하기 위해 1944년 완공된 노선이 지금의 삼척선이 됐다. 동해의 절경을 품고 있지만 과거 통일호 등이 운행됐을 뿐 화물 전용 노선으로만 활용됐다.해안선을 연결하는 이 구간에 사람을 태우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바다열차’가 운행되면서부터다. 모든 좌석이 해안을 볼 수 있도록 창 쪽으로 배치된 특별열차. 겉과 속이 모두 ‘바다’를 테마로 꾸며졌다. 3량을 연결한 바다열차는 특실, 일반실, 프러포... -
(4) 정선5일장
한반도의 중추인 태백산맥을 관통하는 고을, 정선. 이곳에는 두 가지가 서 있다고 한다. 하나는 ‘산’이다. 은 “정선에서 바라보는 하늘이란 마치 깊은 우물에 비치는 하늘만큼이나 좁다”며 정선의 가파른 산세를 말했다.다른 하나는 ‘장’이다. 두메산골의 장터는 15년 전까지만 해도 물물교환이 이뤄졌던 곳이다. 끝자리가 2·7인 날마다 열리는 정선5일장에는 고랭지 산나물과 채소가 감질나게 비어져 나온다. 서울에서 차를 몰고 간다면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원주, 제천, 영월을 지나야만 다다르는 산골 정선. 한나절로 부족한 이 여정을 자동차 대신 기차에 맡긴다. 기차의 흔들림은 이내 어깨를 덩실대게 하는 정선아리랑의 장단으로 흥겹게 전해온다.오전 7시50분 청량리역에서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었다. 하루에 한 번, 서울에서 양평·원주·제천까지 중앙선을 따라 내려가다 다시 영월을 거쳐 정선 아우라지역까지 다다르는 열차 ‘정선선’이다. 마침 정선5일장이 열리는 날만 운행되는 특... -
(3) 전남 구례~경남 하동 ‘꽃 피는 화개’
물길은 곧 꽃길이 된다. 섬진강가 ‘꽃 피는’ 봄마을 화개(花開). 섬진강의 봄은 지리산을 감싸고 하동에 둥지를 틀었다. 물 흐르는 곳마다 연초록 새잎이 돋고, 노란 산수유가 봉우리를 틔웠다. 섬진강 물길은 전남 구례에서 경남 하동까지 19번 국도를 따라 봄소식을 전한다.화개의 봄은 4월이 절정이다. 이때쯤 화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길로 변한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향하는 그 십 리의 길. 하늘과 땅이 온통 연분홍빛이다. ‘일제히 피었다가 한순간에 사라지는 벚꽃’이 화개동천을 물들인다. 바람이 설핏 불 때마다 꽃비가 길 위에 흩뿌려진다.초입에 세워진 ‘한국의 아름다운 길’ 표지판은 벚꽃터널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곳이다. 이 길을 따라 걷다보면 벚꽃은 피는 게 아니라 흐드러진다는 게 맞는 말인 것 같다. 에스키모인들은 ‘희다’라는 말을 17가지로 표현한다고 한다. 화개동천 벚꽃길에서는 ‘아름답다’는 표현이 17개로도 모자라다. 오죽하면 이 길을 ... -
(2) KTX 부산·거제·외도 봄맞이 여행
남녘에는 벌써 봄이 와 있다. 남쪽 바다는 봄빛으로 물들고, 동백과 매화는 꽃망울을 터뜨렸다. 부산과 거제도는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봄소식을 알리는 곳. 그러나 여행길이 너무 멀다는 것이 흠이다. 그렇지만 고속열차(KTX)가 있다. 서울에서 2시간30여분이면 부산에 닿는다. 거제도까지는 새로 뚫린 거가대교를 타면 된다. 서울에서 오전 8시 기차에 올랐다. 책 한 권 다 읽지 못했는데 벌써 부산이다. KTX는 오전 10시33분 부산역에 정확하게 멈춰선다. 2시간30여분 만에 한반도의 절반을 종단한 것이다. 마침 부산에는 보슬보슬 비가 내렸다. 눈이 아닌 비, 그것도 따스한 봄비다. 반갑다. 부산역 앞에는 코레일관광개발이 준비한 리무진 버스가 대기하고 있다. 가이드 없이 현지인솔자가 직접 운전해 목적지에 내려준다. 첫 목적지는 신라 태종무열왕(김춘추)이 해안절경에 반해 활쏘기를 즐겼다는 ‘태종대’다. 매일 전기순환열차인 ‘다누비’가 30분 간격으로 운행된... -
(1)‘한류 열풍’ 싣고 되살아난 ‘경춘선 낭만열차’
추억과 낭만이 가득한 기차여행. 코레일 산하 공기업인 코레일관광개발에서는 열차의 낭만과 추억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눈꽃열차·봄꽃열차·바다열차·단풍열차 등 다양한 열차여행상품을 내놓고 있다. 교통체증을 겪지 않고도 철따라 여행객을 전국 방방곡곡의 명소로 편안하게 데려다 주는 것이 열차여행의 매력이다. 경향신문은 매월 한 차례씩 기차를 타고 특별한 여행을 떠난다. 그 첫번째로 ‘한류관광열차’를 탔다.열차는 외관부터 범상치 않다. 한류스타 소지섭의 얼굴이 열차 전면을 장식했다. 다른 칸은 알록달록 태극 문양이 열차를 휘감았다. 주말 아침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이 화려한 열차의 이름은 ‘한류관광열차’. 아시아를 휩쓴 한국대중문화의 성과를 열차여행에 접목시켰다.한류관광열차는 코레일관광개발이 외국인관광객 유치를 위해 만든 여행상품이다. 경춘선복선전철이 생긴 이후 경춘선 열차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지만 한류관광열차가 옛 경춘선의 추억을 되살린다.한류관광열차는 매주 토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