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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로봇만화 자생력 미흡, 작가 탓도 있지만 검열·상업주의도 큰 영향
특정 시기를 풍미한 대중문화는 세대를 가르는 표지가 된다. ‘슈퍼 로봇’이라는 말에 가슴이 뛴다면, 당신은 요즘 흔히 ‘아재’ 소리를 듣는 30대 후반 이상 중장년층일 가능성이 높다.<한국 슈퍼 로봇 열전-만화편>(한스미디어)의 저자 페니웨이(필명·42)는 좀 더 세분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아마 당신이 ‘태권브이가 이길까, 마징가 제트가 이길까’를 놓고 친구들과 옥신각신한 추억이 있다면 1970~80년대에 학창 시절을 보냈던 세대일 것이다. 반면 ‘철인 28호가 이길까 아톰이 이길까’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면 그보다 한 세대 전인 1960년대 학창 시절을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한국 슈퍼 로봇 열전-만화편>은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로봇 만화의 계보를 정리한 책이다. 2012년에 출간한 <한국 슈퍼 로봇 열전>이 애니메이션을 대상으로 삼았다면 이번 책은 만화만 다뤘다는 게 차이점이다. 자료 수집은 만화 쪽... -
“지금의 대의민주제는 변형된 군주제…직접민주제 강화 위해 개헌 필요”
세계사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촛불혁명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는 지속적으로 조명돼야 할 문제다. 국내의 대표적인 자율주의 이론가 조정환 ‘다중지성의 정원’(인문학 강좌) 대표(61·사진)가 ‘절대민주주의’라는 개념으로 촛불혁명의 성격을 진단한 책 <절대민주주의>(갈무리)를 내놨다.절대민주주의는 스피노자가 <정치론>에서 처음 사용한 말이다. 스피노자는 정치체제를 군주제, 귀족제, 민주제로 구분하고 민주제야말로 구성원들의 내적 권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절대적 정치체제라고 봤다. 조 대표는 “모든 사람이 스스로 통치하는 체제, 모든 사람이 예외 없이 정치에 실제로 참여하고 그 의사가 어떤 형태로든 결집돼 정치적 결정이 이뤄지는 상황을 뜻한다”고 말했다.조 대표의 논의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그가 현행 헌법이 규정하고 있는 대의민주제를 변형된 군주제로 파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군주제는 앞서 우리가 살펴본 것처럼 국민주권을 군주권력으로... -
큰 출판사만 성공?…혼자라도 괜찮다, 콘텐츠만 좋다면
“사람들은 이제 인간의 삶이라는 큰 주제를 놓고 합리적인 토론을 벌이지 않는다. 큰 주제를 잘게 쪼개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한두 가지만을 놓고 집중적으로 떠들며 세상 사람들의 관심을 이끌어내려는 하이콘텍스트의 시대이기 때문이다.”출판평론가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사진)이 <하이콘텍스트 시대의 책과 인간>과 <우리는 모두 저자가 되어야 한다>(이상 북바이북)를 동시에 펴냈다. 한 소장은 1982년 출판계에 편집자로 입문해 이듬해 창작과비평사(현 창비)로 옮긴 뒤 1998년까지 영업자로 일했다. 1999년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출판평론을 시작했다.하이콘텍스트(high-context: 고맥락)는 오늘날과 같은 초연결 시대에 콘텐츠 소비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들에 매우 기민하게 반응하는 양상을 가리킨다. 하이콘텍스트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것은 지난해 맨부커 인터내셔널 상을 수상한 후 소설가 ... -
이번 대선은 1987년 이후 최악 네거티브전 될 듯…피할 수 없지만 피해서도 안돼
“상상해본다. 만약 예수님과 부처님, 공자께서 지금 이 시대에 선거에 출마한다면 어떤 장면이 펼쳐질까? 어차피 없는 분들이니 돈 문제는 차치하고, 유권자들의 자발적이고 헌신적인 참여하에, 정책과 공약이 중심이 되는 투명하고 깨끗한 선거가 이루어질까?”최근 출간된 <네거티브 아나토미>(글항아리)의 저자들이 책 첫머리에서 던지고 있는 질문이다. 저자들의 답은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아마 이런 말이 난무하지 않을까 싶다. ‘죽었다가 사흘 만에 살아났다는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후보’ ‘태어나자마자 무슨 말을 했다는 뻥이 심한 후보’ ‘집 잃은 개 주제에 분수를 모르는 후보’.” 일단 선거라는 ‘링’에 오른 이상 제아무리 깨끗한 사람이라도 비난을 피할 수 없다는 얘기다.오랜 선거 컨설팅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쓴 배철호(왼쪽)·김봉신 정치 컨설턴트는 “선거에서는 누구도 네거티브의 칼을 피해 갈 수 없으며, 그 속성은 전쟁과 하등 다를 바 없고, 네... -
누구를 뽑을 것인가…대선주자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라
2012년 대선 전에 박근혜가 어떤 사람인지 미리 알려졌더라도 그가 대통령이 될 수 있었을까.심리학자인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52)은 22일 전화통화에서 “공인에 대한 심리분석은 자격 검증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며 “공인의 심리를 올바르게 파악해야 그의 행동을 이해하고 예측해 그에 대한 태도를 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최근 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유승민 등 여야의 대선 경선후보 4명의 심리를 분석한 <대통령 선택의 심리학>(원더박스)을 출간한 이유다. 박근혜에 대한 검증 부족이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을 불러왔다고 말할 수 있다면, 대선주자들에 대한 심리분석이 오는 5월 대선에서 국민들의 현명한 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는 과정에서 2015년 박 전 대통령에 대해 내놓았던 심리분석이 다시 회자되면서 주목받았다.책은 문재인, 이재명, 안철수, 유승민 후보의 성장 과정과 정치 궤... -
낡은 주택, 닳은 리어카…오래된 건축과 공간도 얼마든 아름다울 수 있다
건축이나 인테리어 잡지에 나오는 건축이나 공간은 먼지 하나 없이 매끈하고 완벽한 표면을 자랑한다. 그것은 우리가 추구해야 할 미의 표준으로 제시된다. 그렇다면 이런 것들은 어떨까. 지은 지 족히 수십년은 넘었을 듯한 주택, 금이 가고 얼룩이 묻은 벽, 설거지하지 않은 부엌 싱크대, 정돈되지 않은 방, 고물들이 쌓인 철물점, 폐지를 가득 담아 놓은 리어카…. 한국 중산층의 이상적 삶의 표준에서 밀려나버린 지 오래지만 여전히 도시의 한쪽에서 일상을 채우는 공간과 사물은 아름다울 수 없는 걸까.최근 출간된 건축가 홍윤주씨(41)의 <진짜공간>(프로파간다)은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고 말하는 책이다. 그가 2011년부터 웹진 ‘진짜공간’을 거점으로 시작한 ‘생활 건축’ 프로젝트의 성과물을 엮은 이 책은 이미 낡았고 계속해서 닳아가고 있지만 우리의 생활에 밀착해 있는 건축과 공간에 주목한다. 1장 ‘네 방을 보여줘’에는 서울과 안양에 거주하는 10명의 방과 그 ... -
‘코스모스’ 번역 후 과학 전도사로 변신 “문·이과 가르는 한국, 해묵은 벽 허물어야”
지난 2000년 초여름 어느날 서울대 교수회관. 당시 50대 중반이었던 홍승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73)와 권기호 당시 사이언스북스 편집장이 마주앉았다.권 편집장은 홍 교수에게 1980년 출간된 칼 세이건의 명저 <코스모스>를 번역해 달라고 부탁했다. <코스모스>는 앞서 1981년 일월서각과 문화서적에서 출간된 바 있다. 그러나 한국이 저작권 관련 협약에 가입하기 전이어서 정식 판권 계약을 맺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은 데다 해당 판본은 오래전 절판된 상태였다.홍 교수는 거절했다. 출간된 지 20년이나 된 책인 데다 교수가 전문서가 아닌 교양서를 번역한다는 게 성에 차지 않았다. 편집장은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절대로 수명이 다한 책이 아니다. 앞으로도 긴 수명을 누릴 것”이라며 “칼 세이건이 과학 대중화에 성공했다면 그의 명저 <코스모스>를 통해 한국에서도 과학의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지 않겠는가”라고 홍 교수를 설득했다.... -
“엄청난 육아비용 고려하면, 한국 출산율 놀라워”…늦깎이 아빠의 육아 경제학
“지난 몇 년간 들은 음악이라고는 뽀로로 주제가가 전부예요. 헤비메탈을 좋아하는데 들을 시간이 없네요.”경제학자 우석훈 박사(49)는 결혼 후 9년 만인 마흔둘에 아빠가 됐다. 그 뒤 두 살 터울로 둘째가 태어나 지금은 두 아이의 아빠다. 이 사회의 다른 많은 아빠들처럼, 아빠가 된 후 많은 게 달라졌다. 지난해 민주정책연구원 부원장 임기가 끝난 후부터는 아예 집에 들어앉았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던 둘째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잦은 탓에 출퇴근해야 하는 상근직을 맡을 수 없어서다. 그사이에 몇몇 괜찮은 일자리들을 제안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다산 4.0)는 육아 체험을 바탕으로 쓴 책이다. ‘육아 경제학’이라는 부제가 달려 있지만, 육아에 대한 치밀한 경제학적 분석이라기보다는 육아 에세이에 가깝다.책 제목은 TV 프로그램 <한국인의 밥상> ‘포항 물회’ 편에서 따왔다. 해녀 할... -
인간의 본성이란 무엇인가…항구적 물음에 힘겨운 도전
홍일립씨(61)만큼 다채로운 이력을 지닌 저자도 드물 것이다.1976년에 대학에 입학한 그는 대학원에서 예술사회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공장에서 노동자로 일하면서 “진짜 혁명”을 꿈꿨으나 실패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어 회사를 탄탄한 중견기업의 반열에 올려놨다.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에는 정치권에 발을 들여놨다. 2002년 대선 당시 그는 노무현 후보 캠프에서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협상 여론조사 실무책임을 맡았다. 이듬해 미국으로 건너가 스탠퍼드대에서 연구원 신분으로 1년을 지냈다. 학생운동가->사업가->정치인으로 변신하는 동안에도 몇 권의 단독 저서와 번역서를 내놨다. 2010년 무렵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5년 전부터는 사회적 활동에서 손을 떼고 집필에만 매달렸다. 최근 그가 펴낸 (에피파니)는 1184쪽 분량의 두툼한 책이다. 그는 지난 1일 전화통화에서 “소일 삼아 가볍게 시작한 일이 점점 커져 두툼한 연구서가 되고 ... -
지금이 개헌 골든타임…안된다면 대선 전에 ‘부칙개헌’만이라도 해야
지난해 11월 이후 ‘혁명적 상황’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의 정치적 격변기를 맞아 국회에서는 지난 5일부터 1987년 이후 30년 만의 개헌특위가 가동되고 있다. 대선 전 개헌이냐 대선 후 개헌이냐, 권력구조를 바꿀 것인가, 기본권 확대에 집중할 것인가 등이 주요 쟁점이다. 최근 <개헌전쟁>(개마고원)을 낸 헌법학자 김욱 서남대 교수는 “지금 개헌하지 않겠다면 개헌 자체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당장 할 수 없다면 대선 전에 헌법부칙만이라도 바꿔 올해 선출되는 대통령의 임기 단축과 독일식 내각제 전환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을 2018년 또는 2020년에 한다고 못 박아야 한다”고 말했다.김 교수가 대선 전에 반드시 헌법부칙 개헌만이라도 해야 한다고 말하는 데는 대선 후 개헌을 말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깔려 있다. “반기문이든, 안철수든, 지금 개헌 자체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어요. 하지만 ‘당선되면 임기 중에 반드시 개헌하겠다’고 공약하는 건 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