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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극단 노니 대표 김경희 “거리예술, 통제 안되는 변수 많아 매력”
▲ 거리예술창작센터에 새 둥지… 축제 이외에도 활동공간 늘어“사람 몸과 사물 동등하게 보는 키네틱 시어터 작업에 집중”추운 겨울날이지만 곳곳에서 굉음을 동반한 공사가 한창이다. 1976년부터 30년 이상 서울시민에게 수돗물을 공급하던 대형 취수 펌프, 배수관들이 곳곳에 남아 있다.2011년 폐쇄된 구의취수장에 4월부터 거리예술가들이 모여든다. 서울문화재단이 운영하는 거리예술창작센터로 거듭날 이곳에서 예술가들은 뛰고 구르고 땀 흘릴 것이다.김경희 대표(37·사진)가 이끄는 창작집단 노니도 거리예술창작센터를 이용한다. 이곳에는 연습공간과 각종 공방이 마련되고, 숙박공간도 들어설 예정이다. 노니가 정식으로 출범한 것이 2006년이니 올해로 10년째다.김 대표는 무대미술을 전공했으나, “무언가 더 재미있는 일”에 대한 열망이 컸다. 그는 “판을 벌이는 창작자가 되고 싶었다”고 했다. 뜻을 같이하는 동료들이 모여 노니를 만들었다. 전통연희, 연기, 무대미술... -
(6) 도리사 주지 묘장 “절은 언제나,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야지요”
▲ 늘 ‘소통하는 절’ 고심… 대북후원·해외구호 열성담 허물고 입시강연회도… 올 문화재단 설립 추진“불교의 가르침은 열려 있지요. 같은 테이블이라도 밥을 먹으면 밥상이고, 딛고 올라서면 디딤판이며, 불에 때면 연료가 됩니다. 이렇게 이름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공(空)입니다.”묘장 스님(42·경북 구미 도리사 주지)은 불교의 가르침처럼 사찰도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님의 열린 생각은 서울 연화사 주지 당시 실제 사찰 운영에서도 잘 드러났다. 어떻게 하면 절이 사람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 소통하고, 나누고, 함께할 수 있을까 고심한 덕분이다. 스님은 우선 사찰에 문화센터를 열고 12개 수업을 시작했다. 불교 기초 교리와 명상 등 4개 수업은 스님이 직접 맡았다. 사찰 담장도 허물었다. 옆에 있는 경희여중·고 학생들이 사찰 공간을 통해 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또 어린이도서관, 카페도 만들었다. 사람들이 저절로 절을 찾았고, 신도가 늘어났다... -
(5) 뮤지컬 배우 양준모 “처음 서는 일본 무대… 실력 보여주겠다”
▲ 올해의 가장 큰 도전은 ‘레미제라블’한국 배우로는 첫 주역이라 두렵지만진심 통할 거고 예술로 편견 극복할 것뮤지컬 배우 양준모씨(35)는 요즘 아침마다 악보를 쥐고 북한산 둘레길을 찾는다. 지난해 11월 하순부터 눈이 오건 바람이 매섭건 빠지지 않고 4시간씩 걸으며 뮤지컬 가사를 왼다. 양씨는 오는 4월 개막하는 일본 뮤지컬 주역 장발장으로 발탁됐다. “제가 원래 가사 외울 때 아무 생각 없이 걸어요. 손에 뭘 들고 혼자 중얼거리고 다니면 산에 오신 분들이 찬찬히 쳐다보기도 하죠.” 양씨는 일본어를 모르지만 북한산을 다니면서 이미 가사를 4분의 3 이상 외웠다.지난해 11월, 첫 연출에 도전한 오페라 가 막 내리자마자 그의 모든 일상은 에 맞춰졌다. 일본 은 오리지널 작품이 런던에서 초연(1985년)된 지 2년 뒤 시작돼 30여년간 이어져 온 일본 대표 공연이다. 양씨처럼 일본 작품에 출연한 적 없는 한국 배우가 이 작품 주역을 따낸 건 처음이다. 2013... -
(4) 인문학자 김재인 “번역은 세상이 좋아지길 바라는 나의 실천”
▲ 프랑스 원서 500여쪽 꼬박 10년 동안 번역했는데원고료는 단 330만원… 재능기부로 우스갯소리 듣는 그▲ 난해하기로 유명한 들뢰즈에 매달리는 까닭은어떻게 살아갈지 실천적 방향을 제시해주기 때문프랑스어 원서 500여쪽, 한글본으로는 700여쪽. 책 한 권을 꼬박 10년 동안 번역했다. 원고료는 세전 단 330만원. 한국연구재단과 대학 내 업적 평가에서 업적 점수는 0점.‘재능기부’ ‘사회봉사’라고 농담을 던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런데도 이 일에 왜 10년 동안 매달렸을까. 들뢰즈·과타리의 (민음사)를 번역한 김재인 박사(46·서울대 철학사상연구소 객원연구원) 이야기다. 김 박사는 “출판사와의 계약 내용도 부당하지 않고, 인세도 제 시기에 잘 줬다. 한국 인문출판의 가장 좋은 조건에서 번역본을 출판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10년 번역 원고료를 330만원밖에 받을 수 없는 게 한국 학술 출판의 생생한 현주소다. 김 박사를 지난 2일 서울대 인문대학에서... -
(3) 출판인 박재영 “사회가 어두울수록 책과 글의 힘을 믿는다”
▲ ‘오월의 봄’이란 출판사 이름에 걸맞게이 시대의 아우성 담긴 책들 꾸준하게 출간사회 문제들 중심으로 저항과 연대의 가치 담으려 노력출판사 ‘오월의봄’ 박재영 대표(42)는 과묵했다. “남들 앞에 나설 일이 없는 편집자 출신이어서 그런 것 같다”며 박 대표는 대부분의 질문에 짧게 대답했다. 사실 작가가 다른 무엇보다 먼저 작품으로 말하듯, 출판인은 자신의 책으로 발언한다.2011년 7월 첫 책 이후 지금까지 오월의봄이 세상에 내놓은 책들은 이 출판사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그 어떤 말보다 명료하게 드러낸다. 오월의봄의 출간 목록을 보면, 한마디로 이 시대 한국 사회의 아우성이 담겨 있다. 2013년 말 대학가에 나붙은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 200여장으로 만든 <안녕들 하십니까>,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밀양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밀양을 살다>, 노동자들의 죽음을 다룬 르포 <노동자 쓰러지다>, 노동 전문 변호사의... -
(2) 시인 김현 “가난한 예술인 위한 경제 공동체 만들고 싶어”
▲ 10여년간 인권영화제 기획지난해 마을공동체 활동하며 51편 묶은 첫 시집 펴내“세월호 가족 위한 낭독회 참여… 올해는 소설도 써볼 계획”‘시인의 마을’은 서울 도봉구 쌍문동에 있었다. 정태춘의 노래도 좋지만 진짜 시인이 가꾸고 키워낸 마을 말이다. 지난해 첫 시집 <글로리홀>(문학과지성사)을 낸 시인 김현씨(35)는 지난해 서울시 마을공동체 활동가로 살았다. 마을을 기반으로 한 청년 커뮤니티가 거의 없던 이 지역에 영화 동아리·문화공간 ‘구름창작소’를 만들어 사람을 모았다. 김씨는 10년차 인권영화제 기획자이며 손수 독립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홍대 두리반, 명동 마리, 한진중공업 고공농성장,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 등 연대가 필요한 현장도 찾아다녔다.출판사를 다니다 그만두기를 몇 번 반복했던 김씨가 2013년 다시 회사를 그만두고 마을활동가로 나선 것은 ‘협동조합’에 혹해서다. 시인과 소설가처럼 가난한 예술인들을 위해 협동조합 형태의 사회적 경제조... -
(1) 장민승 “올해엔 영화 감독에 도전합니다”
▲ 아버지 장선우 감독 작품으로 데뷔… 영화 20여편에서 음악 연출 맡아가구·사진도 성공 ‘미다스의 손’… 에르메스 미술상 후보에도 올라장민승(36)은 미다스의 손을 가졌다. 음악을 하다가 가구를 만들었고 또 얼마 있다가 사진을 찍고 설치작업을 했다. 그리고 모두 성공했다. 작업 매체를 바꾼 이유는 “싫증을 잘 느낀다”는 것이다. 평생 한 가지만 하고도 이름을 못 떨치는 사람이 보기엔 복장 터지는 노릇이다. 그는 최근 에르메스재단 미술상 후보 3인에 올랐다. 서울 강남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는 그의 신작 ‘검은 나무여’가 전시 중이다. 어두컴컴한 복도에는 일본의 단시 하이쿠 6편이 수용성 종이에 인쇄돼 걸려 있다. “파도는 차갑고, 물새도 잠들지 못하는구나” “꿈은 마른 들판을 헤매고 돈다” “검은 나무여, 에전엔 흰 눈 쌓인 나뭇가지였겠지”. 검은 방에 들어가면 스크린 속 검은 옷을 입은 여성이 수어(手語)로 무언가를 말하고 있다. 어디선가 파도 소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