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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슈톨렌·파네토네·구겔호프…한입 물면 ‘하늘엔 영광, 식탁엔 축복’
12월이 되면 살짝 마음이 들뜨는 이유 중 하나는 크리스마스 때문일지도 모른다. 화려한 크리스마스트리와 따뜻한 벽난로, 그 앞 테이블 위에 풍성하게 놓인 선물과 맛있는 과자는 종교를 불문하고 크리스마스 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다. 기독교 전통이 오래된 서구에선 크리스마스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고유의 음식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독일의 크리스마스 빵이라 불리는 슈톨렌이다. 국내에서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슈톨렌을 판매하는 빵집들을 볼 수 있다. 눈이 내린 것처럼 슈가 파우더가 듬뿍 뿌려져 있는 빵을 잘라 보면 럼주에 절인 과일과 견과류가 촘촘하게 박혀 있다. 독일에서는 이 빵을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만들어 조금씩 잘라 먹으면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것이 전통이다. 절인 과일과 버터의 풍미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기 때문에 4주간 두고 천천히 숙성시키면서 먹는다. 중세시대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는 이 빵은 수도사들의 어깨에 내린 ... -
(38) 크리스마스 빵
12월이 되면 살짝 마음이 들뜨는 이유 중 하나는 크리스마스일지도 모른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따뜻한 벽난로, 그 앞 테이블 위에 풍성하게 놓인 선물과 맛있는 과자는 종교를 불문하고 크리스마스 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되는 이미지다. 기독교 전통이 오래된 서구에선 크리스마스를 기억하고 기념하는 고유의 음식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독일의 크리스마스 빵이라 불리는 슈톨렌이다. 국내에서도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슈톨렌을 판매하는 빵집들을 볼 수 있다. 눈이 내린 것처럼 슈가 파우더가 듬뿍 뿌려져 있는 빵을 잘라 보면 럼주에 절인 과일과 견과류가 촘촘하게 박혀 있다. 독일에서는 이 빵을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만들어 조금씩 잘라 먹으면서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것이 전통이다. 절인 과일과 버터의 풍미가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기 때문에 4주간 두고 천천히 숙성시키면서 먹는다. 중세시대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 위해 만들기 시작했다는 이 빵은 수도사들의 어깨에 내린 눈, 혹은 아기 예수를 상... -
(37) 시래기밥, 식물에 대한 예의
2일은 동안거 결제일이다. 안거는 스님들이 외부 출입을 하지 않고 선방에 머무르며 3개월간 수행에 전념하는 것으로, 하절기와 동절기 2차례 이뤄지는 불가의 중요한 전통이다. 수행은 욕망과의 싸움이다. 식욕, 수면욕과 같은 원초적 욕구와 싸워야 한다. 이 때문에 수행자는 음식을 먹는 행위조차도 수행의 과정이다.수행의 방편인 사찰음식은 전체식을 지향한다. 이는 하나도 버리는 부분 없이 모두를 먹는다는 이야기다.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낭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식물이 제공하는 영양소를 빠짐없이 섭취한다는 의미도 있다.대한불교조계종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이 발간한 <한국사찰음식>을 보면 전체식의 하이라이트는 ‘시래기(사진)’다. 대부분 버리는 무의 잎사귀 부분조차 잘 다듬어 말렸다가 여러 음식에 사용한다. 필요한 것을 얻고 난 찌꺼기라 생각하는 점에서도 최선을 다하면 쓸모를 찾아낼 수 있다는 교훈을 주는 식재료인 셈이다. 또 시래기를 먹는 것은 수행자를 위... -
(36) 칠면조들의 원수는 링컨 대통령
추수감사절은 미국에서 유래된 기념일이다. 매년 11월 넷째주 목요일로 정해진 이날은 청교도들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뒤 처음으로 거둔 수확으로 감사제를 지낸 데서 유래됐다. 추수감사절을 상징하는 음식은 칠면조(사진)다. 칠면조가 추수감사절을 대표하게 된 것은 정착 초기인 1621년 최초의 추수감사절에 칠면조를 먹은 것을 기념하기 위해서라는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로 확인되지는 않는다. 당시의 상황을 기록하고 있는 유일한 문서로는 정착민 지도자였던 에드워드 윈슬로가 영국의 친구에게 보냈던 편지가 있는데, 그 편지에는 청교도들의 정착을 도와준 인디언들과 함께 실컷 먹을 양의 가금류를 잡아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미국의 동물전문 매체 도도닷컴을 보면 당시 식용 가금류는 칠면조와 야생오리, 거위, 백조, 독수리 등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야생 칠면조가 많긴 했지만 그것만으로 지금처럼 추수감사절을 상징하는 음식이 된 이유로 보기엔 적합하지 않다.추수감사절이... -
(35) 한 달에 두 번, 삭발하는 날의 별식
일반적으로 ‘머리를 깎는다’는 것은 출가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그만큼 삭발은 스님이라는 존재의 정체성이자 본질적인 특성이다.산사에 주석하는 스님들은 삭발하는 날이 정해져 있다. 매달 보름과 그믐, 한 달에 2차례씩 삭발을 한다. 스님들이 삭발을 하는 날 반드시 밥상에 오르는 음식이 있다. 찰밥이다. 대다수 사찰은 삭발식을 할 때 찰밥을 특별식으로 낸다.한국불교문화사업단 최소영 행정관은 “머리를 깎으면 기가 위로 모인다고 해서 기를 내리는 찰밥을 주로 먹었다”면서 “이와 함께 영양을 보충하기 위해 두부전과 미역국, 김 등을 함께 먹는다”고 설명했다. 최 행정관은 또 “이처럼 영양을 보충하는 것을 가리켜 스님들은 ‘골맨다’고 했다”고 덧붙였다.사찰별로 영양을 보충하는 음식을 형편에 따라 먹게 마련이지만 찰밥은 필수, 두부도 웬만하면 빠지지 않는 반찬이 된다. 해인사의 두부반찬은 ‘두부갈비’로 알려져 있다.불교에서 머리카락은 번뇌나 잡념... -
(34) 제사상에 안 올리는 ‘장수의 상징’
유교적 관례에 따르면 제사나 차례상에 반드시 올려야 한다거나 올려서는 안되는 것으로 규정된 과일은 없다. 그런데 복숭아(사진)는 대체로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중국에서 유래한 도교적 풍습 때문이다. 도교는 다른 종교와 달리 국내에서 제도적으로 발전하는 대신 무속신앙 등 전통 민속신앙에 녹아들었다.도교에서 복숭아는 불사, 장수의 상징이었다. 이 때문에 죽은 조상을 부르는 상차림에 복숭아가 놓여 있다는 것은 조상신에게 오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복숭아의 힘이 무서운 조상신으로서는 음식과 술이 차려진 제사상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 아예 제사상을 차리지 않으면 모를까, 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는 셈이다. 민간신앙에서도 복숭아나무는 악귀나 재앙을 쫓는 데 사용했다. 무당이 푸닥거리 등을 하며 무언가를 내려칠 때 사용하는 것이 복숭아나무 가지다. 영화나 드라마에는 귀신 들린 사람을 복숭아나무 가지로 때리면서 악귀를 내쫓는 장면이 종종 ... -
(34) 도교와 복숭아
유교적 관례에 따르면 제사나 차례상에 반드시 올려야 한다거나 올려서는 안되는 것으로 규정된 과일은 없다. 그런데 복숭아는 대체로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올리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중국에서 유래한 도교적 풍습 때문이다. 도교는 다른 종교와 달리 국내에서 제도적으로 발전하는 대신 무속신앙 등 전통 민속신앙에 녹아들었다. 도교에서 복숭아는 불사, 장수의 상징이었다. 이 때문에 죽은 조상을 부르는 상차림에 복숭아가 놓여 있다는 것은 조상신에게 오지 말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복숭아의 힘이 무서운 조상신으로서는 음식과 술이 차려진 제사상에 접근할 수조차 없다. 아예 제사상을 차리지 않으면 모를까, 불효도 이런 불효가 없는 셈이다. 민간신앙에서도 복숭아 나무는 악귀나 재앙을 쫓는데 사용했다. 무당이 푸닥거리 등을 하며 무언가를 내려칠 때 사용하는 것이 복숭아나무 가지다. 영화나 드라마에는 귀신 들린 사람을 복숭아나무 가지로 때리면서 악귀를 내쫓는 장면이 종종 나온다.도교가 ... -
(33) ‘단무지’를 즐겼던 일본 고승 ‘다꾸앙’
스님들의 식사를 발우공양이라 한다. 발우는 스님들의 밥그릇을 일컫는다. 음식도 단출하지만 식사법 역시 간결하고 단순하다. 다 먹고 난 뒤 그릇에 아무것도 남는 것이 없어야 한다. 수십명 스님의 발우를 헹궈낸 물이 맑다는 것도 이 같은 식사법 때문에 가능하다. 밥알이나 반찬, 국물이야 다 먹는다고 하지만 그릇에 묻은 양념은 어떻게 남김없이 비워낼까. 비빔밥이나 카레 같은 메뉴라도 나온다면 숟가락으로 양념을 긁어먹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럴 때 사찰에서 요긴하게 사용되는 ‘도구’가 바로 단무지다. 단무지로 발우 안에 남은 양념을 깨끗이 닦아내 마저 먹는다면 고춧가루까지 남기지 않고 비울 수 있다. 예전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법륜 스님이 출연자들과 함께 짜장면을 먹으면서 단무지로 그릇의 짜장 소스까지 닦아 먹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단무지는 예전에 주로 ‘다꽝’ ‘다꾸앙’이라는 말로 불렸다. 단무지의 유래에 대한 여러 주장이 있지만 일본에서 들어와 ... -
(33) 다쿠앙 스님과 단무지
스님들의 식사를 발우공양이라 한다. 발우는 스님들의 밥그릇을 일컫는다. 음식도 단촐하지만 식사법 역시 간결하고 단순하다. 다 먹고 난 뒤 그릇에 아무 것도 남는 것이 없어야 한다. 수십명 스님의 발우를 헹궈낸 물이 맑다는 것도 이같은 식사법 때문에 가능하다. 밥알이나 반찬, 국물이야 다 먹는다고 하지만 그릇에 묻은 양념은 어떻게 남김없이 비워낼까. 비빔밥이나 카레같은 메뉴라도 나온다면 숟가락으로 양념을 긁어먹는데도 한계가 있다. 그럴 때 사찰에서 요긴하게 사용되는 ‘도구’가 바로 단무지다. 단무지로 발우 안에 남은 양념을 깨끗이 닦아내 마저 먹는다면 고춧가루까지 남기지 않고 비울 수 있다. 예전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법륜 스님이 출연자들과 함께 짜장면을 먹으면서 단무지로 그릇의 짜장 소스까지 닦아 먹는 모습을 보여 눈길을 끈 적이 있다. 단무지는 예전에 주로 ‘다꽝’ ‘다꾸앙’이라는 말로 불렸다. 단무지의 유래에 대한 여러 주장이 있지만 일본에서 들어와 토착화되었다고 보... -
(32) ‘버터’ 기부금 낸 부자에게만 허용한 가톨릭
종교개혁은 교회의 부패에 반발해 쇄신을 요구하며 일어났던 운동이다. 성직매매나 면벌부 판매와 같은 교회의 행위가 큰 반발을 샀는데, 당시 사람들의 분노를 부추겼던 또 다른 요인이 있다. 바로 ‘버터’다.15~16세기 유럽인들 사이에 버터는 큰 인기를 끌었는데 로마 가톨릭은 버터 먹는 것을 제한했다. 음식사가인 엘레인 코스로바가 쓴 <버터>를 보면 가톨릭교회는 사순절이나 금식일에 동물성 지방 섭취를 금지했다. 고기도 유제품도 달걀도 먹을 수 없었다. 고기와 유제품이 성욕을 부추긴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짧은 기간 동안 특정 음식을 먹지 않는 것이야 상관없겠지만 그 기간이 너무 길었다. 사순절을 비롯해 금육일인 매주 금요일, 각종 성인축일 등을 포함해 따지고 보면 당시 그리스도교인이 동물성 지방을 섭취할 수 없는 날은 일년의 절반 가까이나 됐다.그래도 평소 버터 대신 올리브 오일, 생선을 주로 섭취하던 남부유럽은 이 같은 교회의 식습관 제재에 큰 영향을 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