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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들이 뽑은 2018 올해의 책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국내외 언론마다 ‘올해의 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도 지난 15일 올해의 책 10권과 올해의 저자 10명을 선정했는데요. 사실 국내 언론들이 발표하는 올해의 책 목록은 겹칠 때가 많습니다. 올해의 책이라고 할 만한 책이 한정되어 있기도 하지만, 비슷비슷한 전문가들이 선정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서인데요. 외신들은 어떨까요.뉴욕타임스(NYT)와 뉴요커에는 두 권의 책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습니다. 리사 핼리데이의 소설 <Asymmetry>와 리사 브레넌 잡스의 자서전 <Small Fry>입니다. <Small Fry>의 저자는 이름에서 드러나듯이 스티븐 잡스의 딸인데요. 뉴욕타임스는 “기이한 친밀성과 함께 빼어난 문학적 감수성을 지닌 데뷔 작품”이라며 저자가 보헤미안처럼 자유로운 어머니와 부유하지만 때로는 잔인했던 아버지 사이에서 보낸 어린 시절을 꼼꼼하게 복원했다고 전했습니다.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 -
끝까지 함께할 한 권의 책은 무얼까…작가 알베르토 망겔의 ‘서재를 떠나보내며’
평생 모아 온 수만 권의 책들을 몇 개월 만에 처분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세계적인 독서가로 꼽히는 작가 알베르토 망겔이 처한 상황이 바로 그랬습니다. 2015년 67세의 망겔은 프랑스의 아늑한 시골집에서 뉴욕 맨해튼의 침실 한 칸짜리 아파트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서재에 있는 3만5000권의 장서를 가져갈 책, 창고에 보관할 책, 버릴 책으로 나눠야 했습니다.올해 3월 미국에서 출간된 <서재를 떠나보내며>(더난)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책의 원제(Packing my Library)는 발터 벤야민이 1931년 발표한 에세이 ‘Unpacking My Library’에서 따 왔습니다. 벤야민은 아내와의 이혼 소송까지 겹쳐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는 와중에 2000권의 책들을 정리했는데요, ‘책 풀기’는 벤야민에게 정신적 위로를 주는 균형추 역할을 했습니다.책에 관한 책이 대개 그렇기 마련이지만, 망겔의 이번... -
독서가에게 닥친 '책 싸기'란 위기... 알베르토 망겔 ‘서재를 떠나보내며’
평생 모아 온 수만 권의 책들을 몇 개월 만에 처분해야 하는 처지가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세계적인 독서가로 꼽히는 작가 알베르토 망겔이 처한 상황이 바로 그랬습니다. 2015년 67세의 망겔은 프랑스의 아늑한 시골집에서 뉴욕 맨해튼의 침실 한 칸짜리 아파트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서재에 있는 3만5000권의 장서를 가져갈 책, 창고에 보관할 책, 버릴 책으로 나눠야 했습니다.올해 3월 미국에서 출간된 <서재를 떠나보내며>(더난)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책입니다. 책의 원제(Packing my Library)는 발터 벤야민이 1931년 발표한 에세이 ‘Unpacking My Library’에서 따 왔습니다. 벤야민은 아내와의 이혼 소송까지 겹쳐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는 와중에 2000권의 책들을 정리했는데요. ‘책 풀기’는 벤야민에게 정신적 위로를 주는 균형추 역할을 했습니다.책에 관한 책이 대개 그렇기 마련이지만, 망겔의 이번 책에도 수많은... -
“인생은 아흔부터” 나이듦에 겁먹지 않아도 된다는 위로
인터뷰집이나 대담집은 사람의 말이나 대화를 글로 옮겨 적은 형식의 책입니다. 이런 부류의 책은 한 개인의 육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그 사람 혹은 어떤 사안에 대해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시모어 번스타인의 말>(마음산책·사진)은 올해 91세인 미국 피아니스트 시모어 번스타인의 인터뷰집입니다. 그를 설명할 때면 으레 영화배우 에단 호크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가 언급됩니다. 젊은 시절 솔로 피아니스트로 활약했던 그는 쉰이 되던 해인 1977년 공식 무대에서 은퇴했습니다. 작곡과 피아노 교습에 전념하며 살았던 그는 에단 호크와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37년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015년 3월 미국에서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뉴욕타임스는 “인내에 관한 교훈을 담은 영화”라고 전했습니다.영화와 마찬가지로 책에서도 시모어의 인생관이 잘 드러납니다. 2016년 미국에서 &l... -
"인생은 아흔부터..." 한국전 참전 피아니스트의 인터뷰집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
인터뷰집이나 대담집은 사람의 말이나 대화를 글로 옮겨 적은 형식의 책입니다. 이런 부류의 책은 한 개인의 육성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서 그 사람 혹은 어떤 사안에 대해 생생한 목소리를 전달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시모어 번스타인의 말>(마음산책)은 올해 91세인 미국 피아니스트 시모어 번스타인의 인터뷰집입니다. 그를 설명할 때면 으레 영화배우 에단 호크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피아니스트 세이모어의 뉴욕 소네트>가 언급됩니다. 젊은 시절 솔로 피아니스트로 활약했던 그는 쉰이 되던 해인 1977년 공식 무대에서 은퇴했습니다. 작곡과 피아노 교습에 전념하며 살았던 그는 에단 호크와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37년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2015년 3월 미국에서 영화가 개봉했을 당시 뉴욕타임스는 “인내에 관한 교훈을 담은 영화”라고 전했습니다.영화와 마찬가지로 책에서도 시모어의 인생관이 잘 드러납니다. 2016년 미국에서 <Play Life ... -
'지구호'의 한계 속에서 혁신을 묻다...벅민스터 풀러 '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
과학관이나 놀이동산에 가면 둥근 지붕으로 된 ‘돔’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지오데식 돔(geodesic dome)’이란 이름의 이 구조물을 설계한 이는 미국의 건축가이자 발명가인 벅민스터 풀러(1895~1983)인데요. 최근 국내에 풀러의 대표 저서 <우주선 지구호 사용설명서>가 새롭게 번역되어 나왔습니다.1969년 처음 출간된 이 책(원제 <Operating Manual for Spaceship Earth>)은 지구가 일종의 우주선이고, 인간이 보수하지 않으면 고장난다는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우주선 지구호’라는 표현은 백남준 등 여러 예술가들에게도 영감을 준 바 있죠.풀러는 ‘자동화’에 관한 장에서 “사회가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전문화로 인한 인류 멸종의 항체가 컴퓨터라는 형태로 등장했다”며 “전문가로서 인간은 완전히 컴퓨터로 대체될 것이다”고 적었습니다. 최근 쏟아지는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담론과 어느 정도 ... -
'뇌섹남녀를 위한 책'... 몇 권이나 읽으셨나요?
영국 가디언 일요판 옵서버는 지난 7월28일 ‘2010년대 최고의 브레이니 북스(Best Brainy Books of this Decade)’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습니다. ‘브레이니 북스’란 식자층을 위한 교양서를 뜻하는 말로, 우리말로 좀더 쉽게 풀면 ‘뇌섹남, 뇌섹녀를 위한 책’과도 비슷할 것 같습니다. 각계 전문가들의 추천도서 10권에는 국내 독자들에게 익숙한 책들도 다수 포함됐습니다.먼저 올 여름 지독한 폭염으로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실감하게 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하는 책입니다. 뉴요커 기자 출신 엘리자베스 콜버트가 쓴 <여섯 번째 대멸종>(처음북스)입니다. 2015년 퓰리처상을 받은 이 책은 인간의 행위로 인해 역대 가장 파괴적인 생명체 멸종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옵서버는 “광범위한 주제들과 차분하고도 침착한 산문이 흡인력있는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동시에, 우리가 직면한 생물학적 위험에 대해 강력하게 경고한다”고 전했습니다.다음은 나이지리아계... -
문재인 대통령도 읽은 책…파커 파머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
이달초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휴가 중 읽은 세 권의 책이 공개되자마자 일약 베스트셀러에 올랐습니다. 이른바‘문프(문재인 프레지던트) 셀러’의 위상을 보여줬다는 평이 나왔는데요.미국의 사회운동가 파커 J 파머가 쓴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글항아리·2012)도 그중 하나입니다. 지난 3월 파머가 페이스북에 2014년 8월 세월호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 농성을 벌이던 문대통령의 곁에 자신의 책이 놓여있는 사진 한 장을 게시하면서, 이 책의 판매량이 무려 40배나 뛰어오른 바 있죠.미국에서 2011년 출간된 이 책의 원제는 <Healing the Heart of Democracy>, 직역하면‘민주주의의 마음을 치료하기’라는 뜻입니다. 파머는 수도, 전기, 철도 등이 국가의 기본 인프라를 이루듯이, 민주주의를 탄탄하게 만드는 인프라는 다름 아닌 마음이며, 시민들이 민주주의를 위한 ‘마음의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뉴햄프셔대 교육학과 브루... -
“민족이란 발명된 것” 주장 큰 반향, 10개 언어 구사하며 ‘우물 안 개구리’ 경계한 지식인···베네딕트 앤더슨 ‘상상된 공동체’
매주 서점가에 쏟아지는 책 중에 ‘신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시간의 변화에 맞게 내용을 다듬어 선보이거나 표지를 새롭게 단장한 리커버본을 비롯해 다른 역자의 번역으로 재출간된 책이 종종 나오기 때문인데요, 얼마 전 국내에 다시 출간된 베네딕트 앤더슨(사진)의 <상상된 공동체>(길)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앤더슨이 1983년 쓴 이 책은 민족주의 연구의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현대의 고전입니다. 한국에서는 1992년 해적판으로 처음 번역됐고 2002년 <상상의 공동체>(나남)라는 제목으로 재출간됐지만, 이후 절판된 상태였습니다. 이번에 새 번역본을 낸 출판사 측은 원제 <Imagined Communities>의 뜻을 살려 제목을 바꾸고, 그동안 오역 논란이 빚어졌던 대목들도 수정했다고 밝혔습니다.“민족은 상상된 정치적 공동체로서 본성적으로 제한적이며 주권을 지닌 것으로 상상된다.” 민족이 영속적인 것이 아니라... -
‘간 적도 없고, 가지도 않을’ 작가가 쓴 지도책…유디트 샬란스키의 ‘머나먼 섬들의 지도’
연일 지속되는 폭염 때문에 밖으로 나갈 엄두조차 나지 않습니다. 그럴 땐 지도를 보면서 여행을 떠나는 건 어떨까요. 최근 국내에 출간된 <머나먼 섬들의 지도>(눌와)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지도책입니다. 엔솜헤덴, 어센션, 트린다데, 사우스킬링, 나푸카, 타온기, 푸카푸카…. 오대양에 흩어져 있는 외딴섬들의 이름입니다. 생소하기 그지없습니다. 과연 저자는 이곳들을 직접 방문하고 책을 썼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책의 부제가 ‘내가 한번도 가보지 않았고 앞으로도 가지 않을 50개의 섬’인 이유입니다.1980년 동독에서 태어난 작가이자 북디자이너인 유디트 샬란스키(사진)는 국경을 자유롭게 넘을 수 없는 ‘섬’과 같은 나라에 살면서 지도로 여행하는 법을 익혔다고 합니다. 저자는 서문에서 “나는 지도 위를 이리저리 더듬는 손가락의 움직임이 에로틱한 몸짓으로 보인다는 사실을 깊이 자각한 적이 있다”고 썼습니다. 이에 대해 가디언은 “지도 애호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