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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들의 착취
민음사가 노동자가 지각하면 분 단위로 월급에서 차감하다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적발됐다. 임직원 경조사 때는 노동자들에게 대장을 돌려 부조 금액을 적게 한 뒤 월급에서 덜어냈다. 사내에는 “지각비가 없으면 열심히 출근하는 사람이 손해”라 여기는 이들도 있다고 하니, 을들 간의 적대와 경쟁도 제대로 부추긴 셈이다.‘지각비’ ‘경조사비’ 월급 차감···‘전태일 책’ 만들면서 근로기준법 위반사회평론과 민음사가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국언론노조 출판노조협의회가 22일 ...https://m.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312221412001출판계의 비극은 민음사 같은 경우 그나마 노동조건이 다른 출판사보단 나은, 아니 덜 나쁜 곳이라는 점이다. 출판노조로부터 북라인드(Book-lind)에 오른 제보 사항을 전해 받았다. 지각비 등을 고발한 곳이다. 노동조건이나 근로기준법 관련해선 “직원 갈궈 쫓아낼 때는 권고사직 인정 안 해줌... -
서점이든 앱이든…‘기쁨’ 느낄 수 있다면
20~30년 전쯤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정확한 기점은 모르겠지만) 서울의 서점 양대산맥은 교보문고와 영풍문고였다. 취향에 따라 ‘교보파’ ‘영풍파’로 양분됐다. 더 오래전 종로서적이 있었고, 2000년에 서울문고가 코엑스점을 리모델링하면서 ‘반디앤루니스’라는 ‘신상 서점’도 인기를 누렸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사용이 본격화되면서 오프라인 서점이 밀리기 시작했고, 인터넷 서점 예스24와 알라딘 등이 강자로 등장했다. 인터넷 서점들이 굿즈를 팔면서 “인터넷 서점 앱 뭐 쓰세요?”라는 물음은 취향을 묻는 말이 되기도 했다.지난주 출판사 문학동네 30주년 행사에서 재미난 이야기를 들었다. 요즘 10~20대 사이에선 ‘어떤 서점 앱을 쓰느냐’는 질문이 무색하다고 한다. 책을 잘 구매하지도 않지만 사더라도 포털 사이트 아니면 쇼핑 앱을 이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뜻이다. 전자책도 이유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짐작해본다. 서점 앱 하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여러 이름을, 요즘 세대는 떠올리지 않... -
치과가 싫어할 책, 독자가 좋아합니다
<임플란트 함부로 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서출판 말) 표지만 보고는 치아 건강 정보를 자극적인 제목으로 달아 소개하는 책으로 지레짐작했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금-인레이가 너무 많아서 놀랐다. 치아가 없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는 데도 놀랐다. 치료되지 않은 충치도 많았다.”2022년 11월 개인병원을 정리하고, 공장 등지로 건강검진을 다니는 는 예방치학 전문가 김광수가 현장에서 목격한 일이다. 50~60대 노동자 중에 틀니를 한 이도 많다고 한다. 돈이 없거나 시간을 낼 수 없어 제때 치료받지 못해 벌어진 현실이다.아말감 충전 문제도 놓였다. 김광수는 많은 치과에서 보험 적용을 받는, 하나에 1만7000원가량 하는 아말감 충전을 거의 하지 않고, 40만 원 안팎의 금-인레이만 취급하는 문제도 지적한다. 아말감은 해롭다? 김광수는 20여 년을 아말감으로 충치 치료를 했다고 한다. “인체에 해롭다는 아말감을 복지부가 허락했다면 복지부 장관부터 책임져야 할 것이다... -
현실의 ‘사쿠라들’을 떠올리며
이번주 출간된 <지지 않는 달>(하타노 도모미 지음·문학동네)은 스토킹 범죄 여성 피해자의 공포와 남성 가해자의 심리를 낱낱이 그린 일본 소설이다. “헤어지자”는 말 한마디에 범죄자로 돌변한 전 남자친구 마쓰바라는 ‘지지 않는 달’처럼 늘 사쿠라 주변을 맴돌고 있다. 사람들은 사쿠라에게 잘못이 없다고 하지만 매일 두려움을 견뎌야 하는 건 오로지 그녀였다. 마쓰바라는 사쿠라에게 하루 수백건의 메시지를 보내고 몰래 미행하거나 감시하고 직장동료와 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지경까지 이른다. 그녀는 도무지 그로부터 헤어나올 길이 보이지 않는다. “스토커는 순간의 틈을 노리고 찾아와요. 경찰을 기다리고 있을 시간이 없어요.”그녀는 도망치듯 집을 옮긴다. 이제 막 이사를 했다. 불과 3분 거리 편의점으로 걸어가는 건 괜찮겠지 했다. 순간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방안에 울려 퍼진다. 창밖으로 마쓰바라가 보인다. 소설은 “달이 빛나고 벚꽃 잎이 흩날린다”며 처연하게 피해자의 서사를 마... -
빈곤과 급진적 변화에 대한 열망···조문영의 빈곤 연구
2023년 ‘올해의 인권 책’ 수상작은 <동자동, 당신이 살 권리>(글항아리)다. 조문영(연세대 교수)과 ‘빈곤의 인류학 연구팀’이 지은 책이다. 인권연대는 “주거권을 위협받는 열악한 환경임에도 서울 지역 아파트의 평균 월세보다 4배나 높은 월세를 지급하며 힘겨운 삶을 이어가야 하는 이들의 고초를 조명함으로써 주거권이 인간의 기본권으로 국가에 의해 보장되어야 할 까닭을 일깨워주는 책”이라고 했다. “대부분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타자’로 치부되는 우리 사회의 가장 조명받지 못하는 권리 주체로서 쪽방촌 주민들의 삶의 문제를 보편적인 사회의 의제로까지 확장한 작품”이라 평가했다.최근 출판과 학술 영역에서 자주 본 이름은 ‘조문영’이다. 지난 11월 나온 문화인류학자 메슈 데즈먼드의 <미국이 만든 가난>(성원 옮김, arte) 해제도 조문영이 썼다. 그는 “공사 중인 건물이 무너져 노동자들이 사망했는데도 건설사 주식의 매수 시점을 저울질하는 투자자, 침수... -
셀럽이든 공공이든 ‘독서 열풍’ 계속 불어다오
때아닌 ‘쇼펜하우어’ 열풍이다. 교보문고 이번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였다. 예스24, 알라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쇼펜하우어’ 책은 연말연초 1등을 차지하던 트렌드 책을 눌렀으며, 부자가 되려는 마음을 가지라는 가르침을 담은 책도 눌렀다. 판다 푸바오에 관한 책도 쇼펜하우어를 당해내진 못했다. 서점가의 베스트셀러 10위 내에는 또 다른 쇼펜하우어 책도 보인다.어디서 비롯된 걸까. 지난 9일 유튜버 자청은 쇼펜하우어의 생각을 정리하면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를 추천했다. 이튿날 MBC 예능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배우 하석진의 일상에 이 책이 등장했다. ‘뇌섹남’ 하석진은 라면 맛집이 문을 열길 기다리는 잠깐 사이 차 안에서 쇼펜하우어 책을 읽는다. <나 혼자 산다> 패널인 전현무도 요새 쇼펜하우어에 빠졌다며 좋아한다. 9~10일을 기점으로 이 책의 판매는 일주일 전보다 30배가량 증가했다.‘... -
AI 이후는 디스토피아인가, 레이버피아인가
‘AI 시대 노동과 일자리’ 문제를 다룬 책 발간이 이어진다. 11월 둘째 주에는 <일자리 그 위대한 여정>(지베르니)과 <인공지능, 플랫폼, 노동의 미래>(빨간소금)가 나왔다.<일자리 그 위대한 여정> 부제는 ‘AI 시대 우리 일자리는 지속 가능한가’다. “AI를 적극 도입하는 일부 국가에서는 25년 안에 일할 필요성이 사라질 것이라고 믿는다”(샘 올트먼 오픈AI CEO) 같은 예측이 나온다. 백완기는 예측이 실현된 이후 세상이 “AI에 의해 일터에서 밀려난 인간들이 ‘쓸모없는 계급’으로 전락하는 디스토피아”일지 “인간이 노동하지 않고도 기본적인 생활 수준을 보장받으며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노동 유토피아’, 즉 ‘레이버피아(laborpia)’”일지 묻는다.백완기는 “인류 전체 생산력은 무서운 속도로 높아지고 부는 더 빠르게 쌓이는데 왜 우리 일자리는 점점 더 나빠지고 그나마 그 수도 주는가”라는 문제의식에서 책을 썼다고 한다.... -
햄릿도 꼬집은 ‘애도를 금하는 사회’
“절약이야, 절약, 호레이쇼. 식어버린 장례식 음식으로 곧장 결혼상을 차렸지.”셰익스피어 희곡 <햄릿>의 한 대목이다. 강태경 이화여대 교수가 낸 <행간의 햄릿>(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을 읽다 보면 <햄릿>에는 ‘살아 있는 고전’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단 걸 알 수 있다. 왕의 의문의 죽음은 서둘러 덮인다. 애도하는 자는 매도되고 장례식에 이어 왕비의 결혼식이 치러진다. 햄릿은 장례식과 결혼식 사이 짧은 애도 기간을 두고 ‘절약(thrift)’이라고 했다. 강 교수는 “비정상이 정상이 된 덴마크 사회의 작동 원리를 냉소적으로 규정한” 단어라고 설명했다. “분별과 상식의 이름으로 애도를 금하는 사회에 대해 ‘이성을 결여한 짐승도 그보단 더 오래 슬퍼했을 것’이라 반박하는 햄릿이 제기하는 문제는 바로 애도의 정치학이다. 애도라는 것은 얼마 동안이나 이루어져야 하는가?”이태원 참사는 이제 1년하고 열흘쯤 지났다. 세월호 참사는 9년7개월이... -
중세는 어둠·무질서·미신·야만이라는 농담과 편견
서양 ‘중세’ 하면 ‘암흑시대’를 떠올린다. 주경철의 <중세 유럽인 이야기>(휴머니스트)와 댄 존스의 <중세인들 1·2>(이재황 옮김, 책과함께)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책이다. 주경철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찬란한 문화의 빛이 사그라든 후 칠흑 같은 어둠이 유럽을 휘감았다는 식”의 “잘못된 이미지가 덧칠”됐다고 말한다. “무질서 상태와 미신에 가까운 종교가 인간 정신과 사회를 옭아맨 몽매의 시대”란 설명을 구닥다리라고 말한다.‘중세 이미지’는 유럽에서도 비슷한 듯하다. 존스는 중세가 “거창한 역사적 농담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 ‘중세적’이라는 것은 자주 더러운 용어로 안배된다. 특히 신문 편집자들은 이를 자기네가 어리석음, 야만성, 제멋대로의 폭력을 나타내고 싶을 때 손쉬운 도구로 사용한다.”‘중세와 중세인’은 ‘현대와 현대인’과 비슷하다고 본다. 중세 때 기후변화, 대량이주, 유행병, 기술변화, 세계적 연결망이 발생했다. 존... -
‘쓸모없어 보이지만 아름다운’ 시의 생명력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아서라, 죽은 이는 다시 부르는 게 아니야//아무도 말을 꺼내지 않는 찰나에도/두부는 아주 평화롭게 구워진다” (한여진 ‘두부를 구우면 겨울이 온다’ 중에서)새로 문학 담당을 맡은 이후로 놀랐던 건 시집의 세계였다. 짧은 책조차 읽지 않고 유튜브로 보는 세상에, 시집은 생각보다 많이 출간됐다. 누가 사볼지 궁금했다. 출판업계 이야기를 들어보니, 보통 책은 첫번째 인쇄할 때 2000부를 찍지만 시집은 1000부로 줄었다고 한다. 아주 유명하고 인기 있는 시인이 아닌 이상 그마저도 다 팔기 쉽지 않다고 했다.장석주가 시인 29명의 시를 분석하고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평론집 <지금은 시가 필요한 시간>을 냈다. “좋은 시는 지층을 뚫고 밖으로 나온다.” “시를 쓰는 일은 개를 목욕시키는 일, 운동장을 가로질러 질주하는 일, 심심함에 못 견뎌 잔잔한 연못에 돌을 던지는 일들과는 다르다. 그렇건만 시는 무위에 헌신하는 일, 아무 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