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자들의 다양한 반응
기획이 연재되던 지난 1년 동안 많은 독자들은 댓글과 e메일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보내왔다. 당시 각종 펀드로 큰 손해를 본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털어 놓는 하소연은 “은행에서 펀드에 가입했다가 노후자금을 날렸는데 내가 날린 돈이 누구의 배를 불린 건지 모르겠다. 은행은 자기들도 손해를 봤다고 한다”는 말이었다. 그들이 잃어버린 돈은 어디로 갔는지, 또 어떤 과정을 거쳐 돈이 증발해버린 것인지 제대로 설명해 주는 이가 없었던 현실이 잘 드러났다. 1부 무너지는 시장 만능신화에서 4~5회에 걸쳐 금융상품의 이면을 분석하고, 파생상품의 원리를 설명하는 기사를 본 독자들의 반응은 “너무 어려워서 이해를 잘 못하겠다”는 호소, “줄치면서 여러번 읽었다. 많은 공부가 됐다”는 반응까지 다양했다. 아이디 ‘제인’을 쓰는 한 네티즌은 “이제 파생상품이 뭔지 감이 온다. 일종의 허수에 근거한 ... -
미국식 자본주의 대안 모색 ‘10개월 대장정’
지난해 9월15일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 파산이 불러들인 세계 금융 위기는 30여년간 세계 경제를 지배해온 ‘신자유주의’ 이념에 균열을 일으켰다. 경향신문은 이 같은 지구적 변화를 주목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9월까지 연중기획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를 연재했다.이 시리즈는 그동안 세계 경제의 주류였던 신자유주의 현상을 진단하고 대안을 찾자는 취지로 시작되었다. 정확히 10개월에 걸쳐 총 44회가 연재됐으며, 매회 전면 2개면 혹은 3개면을 차지했다. 전체 기사량은 98개면 전면 분량이며, 200자 원고지로 계산하면 약 2500장에 달했다. 웬만한 책 한 권 분량이 넘는다. 한국 언론 사상 유례없는 대형 기획이었다.정태인 경제평론가,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홍종학 경원대 교수, 김윤태 고려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는 기획위원으로, 30명의 각계 전문가들은 기고를 통해 특집 기획에 참여했다. 미국·영국... -
어떤 내용이 담겼나
지난해 11월27일부터 올해 1월19일까지 진행된 ‘기로에 선 신자유주의’ 1부 ‘무너지는 시장 만능신화’에서는 금융위기 ‘폭탄’을 맞은 현장 모습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세계금융의 ‘허브’를 꿈꾸다 무너진 아이슬란드와 금융위기의 진원지 미국을 현지 취재했고, 통신원들을 통해 영국·프랑스·독일 등의 상황도 전했다. 또 파생 상품과 키코 등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알기 쉽게 풀이했다. 2부 ‘폭주기관차에 올라탄 한국’과 3부 ‘미국 모델, 그 파국적 종말’을 통해서는 ‘미국식 시장만능주의’가 우리사회와 전 세계에 끼친 해악을 분석했다. 7월에 시작된 4부 ‘다른 사회를 상상한다’ 편은 사민주의가 자리잡고 있는 스웨덴과 덴마크, 핀란드인의 삶을 소개하며 ‘신자유... -
6부 - 문제는 정치다 (3) 정치로 풀자
“멍청하긴, 문제는 경제야.” 엄청난 성공을 거두어 이제는 전설이 된 빌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의 1992년 대선 구호다. 당시 부시 대통령, 즉 조지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에서 승리해 재선을 장담하며 기고만장해 있었다. 그러나 미국 경제는 죽어가고 있었다. 무명의 클린턴 후보는 이를 정확히 포착해 쟁점화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승리했고 민주당은 12년 만에 정권을 되찾을 수 있었다.그러나 클린턴의 구호는 절반의 진실만을 이야기하고 있다. 진짜 문제는 전쟁도, 경제도 아니고, 정치였다. 다시 말해, “멍청하긴, 문제는 정치다.” 물론 경제가 문제라는 클린턴의 주장은 맞는 것이다. 그러나 그 같은 인식을 갖고 정책을, 경제를 바꾸는 것은 결국 정치다. 다시 말해, 경제가 문제임에도 이 문제는 방치하고 전쟁에나 몰두하고 있었던 부시의 정치, 공화당의 정치, 이 같은 정당과 지도자를 지지한 유권자 등 미국의 정치가 문제였던 것이다. 그... -
선거제도만 바꿔도 따뜻한 사회 열린다
신자유주의 문제의 핵심은 그 체제가 사회경제적 약자를 양산하고 그들의 사회적 시민으로서의 자유를 빼앗아간다는 데에 있다. 신자유주의화가 심화될수록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빈곤과 소외의 고통을 받게 된다. 이들 대부분은 당당함을 버리고 비굴함을 택하라는 시장의 압력에 마지못해 굴복하곤 한다. 사회는 더 이상 따뜻한 공동체가 아니라 차가운 경쟁의 장에 불과할 뿐이다. 참으로 쓸쓸한 일이다. 신자유주의 대안 체제는 무엇보다 사회 구성원들에게 빈곤과 소외로부터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이어야 한다. 사회경제적 약자 계층에 대한 체계적인 배려가 제도화되어 궁극적으로는 약자라는 개념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체제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배려의 제도화’는 정치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대안 체제 마련은 결국 정치적 과제라는 의미다. 대의제 민주주의에서 사회경제적 약자의 정치적 대리인 역할은 정당이 맡게 돼 있다. 의회를 포함한 정치권에서 이루어지는 배려의 제도화 과정에 직접 참여하... -
정당가입 7%·무당층 40%… 비정치적인 한국인
한국 사회에서 정치 이슈는 항상 뜨겁지만, 유권자 다수는 차갑다. 정치에 관심이 없다. 지난 수년간 우리 사회의 탈정치화 속도는 눈에 띄게 빨랐다. 2008년 총선 투표율은 유례없이 50%에도 이르지 못했다. 지지 정당이 없는 ‘무당층’도 40% 이상을 기록한다. 시민단체나 노조활동 참여율도 극히 저조하다. 정치는 일상의 삶과 유리됐다. 대통령 선거 투표율은 꾸준히 하강 중이다. 2007년 12월 제17대 대선에선 63%를 기록했다. 역대 최저였다. 대선 투표율은 첫 직선을 실시한 1987년(89.2%) 이후 81.9%, 80.7%, 70.8%로 급격히 낮아지고 있다. 대선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편이다. 2008년 4월 18대 총선 투표율은 46%에 불과했다. 17대(60.6%) 때에 비해 14%포인트 이상 감소한 수치로, 역시 역대 최저다. 투표율이 50%에도 못 미치는 이런 현상은 대의민주주의의 위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작은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더하다... -
‘노조 조직률’ 높은 국가일수록 소득불평등 낮아
2009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7년 기준소득 조사 결과 한국 상위 10%의 가계소득은 하위 10% 가구의 4.7배에 달한다. 하위 10% 가구가 월 100만원을 벌 때 상위 10% 가구는 470만원을 번다. OECD 평균인 4.2배를 웃도는 수치로 한국은 회원국들 중 7번째로 빈부격차가 심하다. 미국은 우리나라보다 더 높은 4.85다. 반면 복지국가로 잘 알려진 북유럽 대표 국가들의 소득 10분위 배율은 덴마크가 2.72, 스웨덴은 2.79로 낮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걸까. 전 세계적으로 세계화가 진전되며 소득양극화는 하나의 추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덴마크나 스웨덴이 여전히 원만하게 임금 분배를 해나가는 이유는 노동조합이라는 완충지대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완충지대가 있으면 한국이나 미국에서처럼 기업들이 경제 불황으로 인한 손실을 곧바로 노동자에게 전가시켜 월급삭감, 구조조정 등으로 이익을 보전하는 일이 쉽게 일어날 수 없... -
음식점 운영 박선운씨 “투표 안 하는 딸 뭐라 못해”
# 음식점 운영 박선운씨 “투표 안 하는 딸 뭐라 못해”왜 정치는 일상의 삶과 유리됐을까. 종로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는 박선운씨(51)는 “내가 투표했던 사람이 대통령, 국회의원이 되기도 하고 떨어지기도 했다”면서 “그러나 내가 투표한 사람이 되든 떨어지든 내가 처한 현실은 바뀌는 게 없고, 여론이 어떻든 미디어법처럼 법안을 강행처리하는 걸 보면 화가 난다”고 말했다. 박씨는 “투표권이 있는 두 딸이 선거날 놀러다니는 것을 알면서도 투표한다고 해서 형편이 뭐 달라지겠냐라는 생각이 들어서 뭐라고 안한다.”고 말했다. # 회사원 이재민씨 “구직·결혼해보니 한 표 중요”회사원 이재민씨(30)는 투표권이 생긴 이래로 한 번도 선거 투표에 참여해본 적이 없다. 일반 국민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지 않아도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는 게 정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최근 생각을 바꿨다. 취업하고, 결혼으로 새 살림을 꾸미면서 비정규직과 부동산 문제를 몸소 체험했기 때문이다. ... -
‘복지국가’의 자부심 ‘한 표’면 충분했다
정치는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경향신문은 머지않은 미래에 정치적 선택을 통해 바뀐 세상을 가상으로 그려봤다. 어렵지만 불가능한 상상은 아니다. 순진한 발상도 아니다. 우리보다 앞서 이 길을 갔던 다른 나라들의 사례가 그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최근 집권한 유럽의 우파 정권들은 ‘좌파정책’을 흡수해 다시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았는데 이것이 꼭 남의 일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 2020년 5월24일 출근길의 김현수씨(50)의 표정은 밝았다. 한살배기 늦둥이 아들 시현이가 새벽까지 잠을 안자고 속을 썩였지만 전혀 힘든 줄 모르고 집을 나섰다. 김씨는 서울 강동구에 있는 제과공장에서 25년째 일하고 있다. 직책은 주임. 설탕과 밀가루를 투입하는 공정에서 주로 일한다. 출근시간은 오전 7시다. 대부분의 동료들보다 이른 편이다. 작업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대신 오후 3시가 되면 퇴근한다. 마무리는 오후에 출근하는 동료가 담당한다. 10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 -
6부 - 문제는 정치다 (2)정치가 우리의 삶을 결정했다
투표장에서 유권자가 행사한 표는 결국 다시 유권자에게 돌아온다. 인류 역사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브라질의 유권자들은 7년 전 ‘급진적’이라고 평가받던 룰라 대통령에게 표를 던져 새로운 도약을 준비했다. 스웨덴 유권자들은 70여년 전에 일찌감치 자신들이 나아갈 방향을 ‘복지국가’로 선택했다. 미국 국민들은 루스벨트를 선택함으로써 전대미문의 대공황을 이겨냈다. ‘순간의 선택’이 삶의 행로를 가른 것이다. # 룰라, 브라질을 변화시키다브라질 국민들은 2002년 가을에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대권 4수생’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실바를 선택했다. 살인적인 물가와 경기침체, 빈곤에 시달리던 브라질 국민들은 노동자 출신의 룰라를 통해 변화를 꿈꿨다. 룰라 집권 전 브라질은 암울했다. 룰라의 전임자인 사회민주당의 페르난도 카르도수는 8년간 집권하면서도 브라질을 변화시키지 못했다. 미국 달러와 1 대 1로 하는 고정환율제를 통해 인플레이션을 막고 외자를 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