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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량 맞추면 그만’이 아니라 ‘누가 어찌 사나’도 살피자
경남 진주의 한 공공임대 아파트 단지 ㄱ동. 다른 공공임대와 달리 이곳 내부는 낙서 자국 하나없이 깔끔했다. 단지 입구 앞 보도블럭과 아파트 뒷편 산책로는 유난히 잘 관리돼 있었다. 가로등을 가릴 만큼 무성했던 산책로 나뭇가지는 20~30㎝ 길이로 단정하게 잘려 있었다. 진주시는 조도를 높인 가로등도 새로 설치했다. 지난 4월 단지 주민인 정신장애인이 5명을 죽거나 다치게 한 사건이 일어난 뒤의 변화다.지난달 18일 ㄱ동을 찾았다. 공공임대의 운영·관리 문제가 불거진 뒤 크고 작은 조치가 있었다. ㄱ동 80가구 중 20가구가 다른 공공임대로 이사하거나 민간주택으로 옮겨갔다. 정신적 충격을 입은 주민들을 위한 조치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지난 9월 경남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정신건강 위기 입주민에 의한 공동생활 위험’ 매뉴얼도 현장에 배포했다.지난 30년간 공공임대 정책은 물량 확보 위주였다. 공공임대에 누가 어떻게 ... -
김수현 “300조 쏟아부은 공공임대, 쳐다보는 눈 많아야”
영구임대라는 이름으로 1989년 처음 공급한 공공임대주택은 당시 합동재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밀려난 판자촌 철거민의 희생으로 얻어낸 결과물이었다. 김수현 세종대 교수(57)는 젊은 시절 달동네 판자촌에서 철거민 운동을 하며 그 과정을 함께했다. 공공임대를 매년 10만가구 이상 공급한 노무현 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과 사회정책비서관 등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에서도 청와대 사회수석과 정책실장으로 공공임대는 물론 집값 안정 등 주택정책 전반에 관여했다.김 교수는 인터뷰 요청을 수차례 거절했다. 청와대를 떠난 지 4개월, “공직을 그만둔 자의 묵언 의무”라고 했다. 그런 그가 어렵게 입을 연 것은 공공임대 정책에 대한 책임감 때문으로 보인다. “국가 자원으로 보면 공공임대는 300조원이 들어간 사업이지만, 누가 들어가고 혜택을 보는지에 아무도 관심이 없다. 마치 ‘잊혀진 300조원’처럼 돼 있다”며 “쳐다보는 눈이 많아야 한다”고 말했다.김 교수는... -
주차장 ’벤츠’로 욕 먹는 사이…공공임대 입주민은 쫓겨날 위기
사실은 주변 외부인들이 이용해 권익위 임대주택 고충민원 분석 3년간 99건 중 퇴거 불복이 69건“대출받아 독립한 자녀 원룸살이 주택 있다고 퇴거 위험에 놓여”매년 가을, 조용하던 공공임대아파트에 시선이 쏠린다. 국회 국정감사를 앞둔 국회의원들이 ‘소득 1~2분위 저소득층이 사는 영구임대에 마세라티, 벤츠 같은 외제차가 즐비하다’는 자료를 내기 때문이다. 자료는 뉴스로 전해지고 사람들은 분노한다. ‘복지병’을 들먹이며 공공임대 퇴거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소득과 자산을 제대로 평가해 부당하게 공공임대에 사는 이들을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은 옳다. 그러나 이런 거주자는 소수다. 한 영구임대 주민은 “돈이 있으면 누가 여기 살고 싶겠나”라고 말했다. 취재 결과 공공임대에는 복지제도의 허점을 노리는 이들보다 안타까운 사연과 함께 퇴거 위험에 놓인 이들이 더 많아 보였다. 경향신문은 최근 3년간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임대주택... -
슈퍼도 출입구도 따로…임대·분양동 모여 있지만 ‘함께하지’ 않아
임대와 일반분양 섞인 아파트 건물 높이와 색깔 차이 확연해 공동대표회의 구성 필수화 등‘소셜믹스’ 위해 법 재정비 필요“우리야 저쪽으로 갈 일도 없지. 상가도 (따로) 있으니까.”서울 ㄱ아파트 단지 임대동에 사는 박모씨(59)는 말했다. 임대와 일반분양 세대가 함께 사는 단지지만, 임대동 입구에서 분양동 입구까지는 큰길을 따라 도보로 10분 정도 걸린다. 이 단지에는 월 1만원 정도의 관리비를 내면 스터디룸, 사우나, 헬스장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이 있지만 임대동 주민은 들어갈 수조차 없다. 저소득층과 중산층, 노인과 청년 등 다양한 계층이 어우러져 함께 사는 아파트 단지. 정부의 ‘소셜믹스(social mix)’ 정책이 추구하는 지향이다. 하지만 법·제도의 공백 속에 만들어진 차별은 작은 격차를 더 벌려가고 있다. ■ 소셜믹스, 섞지 않았다 지난달 입주를 시작한 서울 ㄴ아파트는 독특한 아파트 외관으로 이슈가 됐다. 공공... -
공공임대가 싫은 건 아니지만…“전자파, 학급과밀” 때문에, 각양각색 반대논리
공공임대주택은 늘 차별과 배제에 부딪힌다. 국민권익위원회에 지난 2년간 접수된 공공임대 건설 반대 민원만 1068건이었다. 공공임대 관련 전체 민원(3573건)의 30%다. 교통 혼잡, 학군 과밀, 안전 우려처럼 궁색한 반대 논리가 등장한다. ‘빈민 아파트’ 같은 혐오 표현도 간혹 튀어나온다. 공공임대가 들어선 뒤에도 문제는 남는다. 같은 단지에서 분양아파트는 ‘101~115동’이지만 공공임대만 홀로 ‘201동’인 사례는 흔하다. 간혹 공공임대만 외벽 색이 다른 단지도 발견된다. 사우나, 헬스장 등을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시설에 임대동 주민은 들어갈 수 없는 곳도 있다. 정부가 공공임대를 분양주택과 구별할 수 있게 지어도 막지 않은 탓이다.“교실 전자파” “울타리 없어” 임대주택 근처 학교 배정 기피 혐오 표현 대신할 논리 내세워 주민·지방의원 할 것 없이 건립 반대 소송·민원에 이용“통학로와 교실 전자파 수치가 기준치를 초과한다” “통... -
빈곤층 공공임대보다 소득 제한 없는 민간임대 더 늘렸다
공공임대주택은 국회 국정감사 때마다 질타를 받는다. 한 가구를 지을 때마다 사업자의 부채가 얼마씩 증가한다느니, 임대 단지에 억대 외제차가 즐비하다느니 매년 거의 동일한 사안으로 입길에 오른다. 정작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거나 원칙에만 맞춘 행정절차로 퇴거 위기에 놓인 수많은 사례는 다뤄지지 않는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데 국가재정 투입을 늘려 공공임대 공급을 확대할 리 만무하다. 임대료가 다소 높아도 제때 잘 낼 수 있는 계층에 정책 지원이 쏠린다. 공공임대 공급과 예산은 계속 늘고 있지만, 스스로 주거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저소득층의 몫은 여전히 크게 늘지 않은 게 지금 한국 사회의 현실이다.재정 투입보다 융자 위주 사업내년 지원 예산의 71%가 융자11조 융자 때 실질 혜택 2300억 전문가 “통계적 착시·과장 있다”청년·신혼 집중…저소득층 뒷전최근 5년간 공공임대주택 부문 예산은 꾸준히 늘었지만 통계적으로 과장된 측면이 있다. 정... -
LH가 손 놓은 사람들, 공공임대서 쫓겨난 그들은 판결문에서도 말이 없었다
‘1년 이상’ 연체가구 4년 새 2.31배 갓 성인 된 소년소녀가장 등 포함 2017년 1월 이후 판결 600건 이상“나가면 쪽방뿐…보호제도 필요”판결문은 달랑 두 장. 주문의 요지는 간명하다. “밀린 월세를 갚으라” “월세가 연체됐으니 집에서 나가줘야 한다” “강제집행 할 수 있다”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임대주택인 전세임대주택 세입자를 상대로 건 명도소송 판결문의 ‘고정불변’ 형식이다. 명도소송은 건물을 비워달라는 요청을 세입자(점유자)가 응하지 않을 때 제기하는 소송이다.경향신문이 대법원 판결문 열람에서 ‘전세임대주택’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을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LH가 2017년 1월 이후 전세임대 세입자에게 명도소송을 걸어 확정 판결을 받은 사례는 600건이 넘었다. LH가 광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4~5명을 묶어 소송을 제기해 퇴거 판결을 받은 세입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세입자인 피... -
카지노 앞 행복주택·관리없는 공공임대…지방은 ‘찬밥’ 취급
‘재개발’ 대구, 저렴한 주거지 줄고 공공임대율 전국 평균에 못 미쳐 국민임대 대기 19개월…전국 3위 도시공사는 분양전환만 집중 공급 전등 없는 계단·높은 집 안 문턱 광주 등 관리 부실…슬럼화 우려 전북 영구임대 공가율 6.27% 서울 공공임대 공가 0.1% ‘대비’ 정선에 청년·신혼 위주 행복주택 신청률, 고령자 313% 신혼 52% 지역 특성 고려 안 해 수요 불일치 중앙 정책 일괄 적용 방식 문제로대구역에서 내려 멀티플렉스 영화관 등이 모여 있는 동성로 쪽으로 가는 도로. 멀리 고층건물을 바라보며 걷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사뭇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쪽방과 여인숙촌이다. 골목을 따라 들어가면 한 달에 20만원도 안 하는 여관방들이 늘어서 있다. 해가 안 드는 방은 2만~3만원 더 저렴하다. 칠이 벗겨진 벽면에 군데군데 금이 가 있다. 같은 방향으로 좀 더 걸으면 이번엔 쪽방촌이다. 오래된 일본식 목조건... -
있어야 할 도심에 없는 매입임대…빈자리엔 쪽방·고시원 난립
경기 인접 강동·도봉·강서구 순“공급 기준, 필요 아닌 낮은 단가” 주택 ‘물량떨이’ 삼는 건설업체“지역마다 일정 비율 할당해야”4394 대 538.경기 안산과 시흥의 매입임대주택 수다. 인구는 안산이 71만6005명, 시흥이 51만6112명. 거주 인구는 안산이 시흥의 1.4배이지만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도심에 공급하는 매입임대는 안산이 시흥보다 8배 이상 많다. 시흥에는 가난한 사람이 적은 걸까. 전국에서 아동주거 빈곤 비율이 가장 높은 정왕본동(69.4%)은 시흥에 있는 동네다. 똑같이 가난해도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매입임대에 접근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갈린다.■ 도심엔 영구임대도, 매입임대도 없다경향신문이 한국도시연구소에 의뢰해 분석한 ‘전국 매입임대주택 분포 현황’을 보면, 지난달 기준으로 전국 매입임대 12만5858가구 중 절반 이상(6만8372가구)이 서울·경기·인천에 몰려 있다. 전체 매입임대의 4분의 1가량인 3... -
여성만 80%, 임대 아파트로 간 그들은 왜 홀로 남았나
여성 가구주 비율 전국의 두 배여성 한부모가족·독거노인 몰려응답자 93명 중 74% “혼자 번다”대부분 식당일·청소일로 생계한부모가구 84%는 일하지만대다수가 소득 낮은 근로빈곤층2700여가구가 사는 수도권 ㄱ영구임대 아파트 단지에는 ‘명당’이라 불리는 장소가 있다. 단지 안 공원 옆 곧게 뻗은 소나무 아래. 명당에 자리 잡은 요구르트 전동차 주변엔 항상 사람이 북적인다. 지난달 5일, 단지 안 성추행 사건이 화제가 됐다.“며칠 전에 한 할아버지가 어떤 할머니 가슴을 만지면서 막 웃고 있더라고. 내가 ‘그러지 마라, 더 하면 경찰에 신고한다’고 그랬지.” 아파트에서 자식 둘을 홀로 키운 입주민 박임순씨(62·이하 가명)의 성토에 주변 여성들이 맞장구쳤다. ㄱ아파트에선 종종 있는 일이다. 이들의 한탄이 단지를 벗어나 알려지는 일은 드물다. 고독사 같은 ‘사건’이 아니면 이곳에 누가 사는지 사람들은 모른다.ㄱ아파트 거주자 상당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