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이끌 60인]32. 신희섭 KIST 신경과학센터장
“인간의 뇌는 아직도 너무 많은 분야가 미지의 세계로 남아있습니다. 과학자들이, 아니 인류가 탐험해야할 마지막 개척지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연구에 몰두해있는 하루하루가 흥미롭고 즐겁습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신희섭 박사(55)는 ‘뇌 전문가’로 통한다. 그가 발표하는 연구 결과는 항상 흥미롭다. 생체리듬을 알려주는 생체시계의 작동 과정을 처음 밝혀내거나 유전자를 조작해 ‘똑똑한 쥐’를 만들어냈다. 통증을 감소시키는 유전자를 찾아내고 통증 억제 메커니즘을 밝혀내 앞으로 인간이 통증을 조절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 연구들은 2003년 ‘네이처’, ‘사이언스’ 등 세계적 학술지에 실리면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수상 경력도 다채롭다. 한탄생명과학상, 함춘의학상, 듀폰과학기술자상에 이어 호암상 과학상, KIST인 대상, 해리티지재단에서 주는 ‘AFH 렉처십상’,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 등 크고 작은 상을 휩쓸었다. 신박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과학자일뿐 아니... -
[한국을 이끌 60인]31.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우리나라 대학 교육에 대한 문제로 ‘기업에서 쓸 만한 인재가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다’는 점이 꼽혀왔다. 불만을 제기하는 사람은 많지만 개선은 항상 힘들었다. 한국공학교육인증원은 이공계 대학, 특히 공과대학의 교육 수준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민간단체다. 박찬모 한국공학교육인증원장(포항공대 총장)은 “기업은 현장에 즉각 투입할 인재를 원하는데 국내 교육 현실은 이에 부응하지 못해 학회와 산업체에서 해결 방안을 찾자는 요구가 많았다”며 “미국에서 실시하는 것과 비슷한 교육인증 제도를 도입키로 하고 인증평가단체를 설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1999년 창립한 이래 올해로 7년째. 지난해까지 전국 19개 대학 130개 학과가 공학교육인증원이 실시하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지난 2월 삼성전자가 공학교육인증원의 인증을 받은 대학 출신에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공학교육인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19개 대학의 142개 학과(프로그램)가 인증평가를 받겠다고 신... -
선동열 프로야구 삼성감독
“이치로가 ‘30년이 지나야 한국야구가 일본야구를 이긴다’고 했죠. 아니에요. 30년은커녕 40년은 더 뒤졌습니다.” 귀를 의심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삼성 선동열 감독(43)의 말이기 때문이다. 그가 누군가. 한국에 있을 때는 ‘무등산 폭격기’였고 일본에선 ‘나고야의 태양’으로 빛났다. 공 하나로 일본 프로야구를 평정하고 온 한국야구의 상징이다. 더욱이 이치로의 발언이 물의를 빚은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투수코치를 맡아 효과적인 계투로 한국을 세계 4강에 올려놓았다. 그런 그가 한국야구는 일본보다 40년이나 더 뒤졌다고 말했다. “선진야구를 경험했습니다. 일본에서 뛰었고 미국야구도 봤죠. 돌아와 보니 한국프로야구는 아직 멀었어요. 모든 게 다 바뀌어야 합니다. 미국·일본 등 선진야구에 대해 더 많은 경험을 해야합니다. 그런 점에서 WBC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선감독의 생각은 분... -
29. 황창규 삼성전자 사장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사업부 직원들이 가장 좋아할 영화로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제격이다. 한 직원은 스타워즈에서 로봇 병사들이 평야를 행진하는 장면을 보면서 “저게 다 반도체야, 저런 데 공급해야 해”라고 말한다. 스타워즈에 등장하는 로봇이나 우주선에 들어가는 D램, 플래시 메모리와 시스템온칩 등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는 자부심이다. 그 한가운데에 황창규 사장이 있다. 황사장은 반도체 집적도는 매년 2배씩 늘어난다는 ‘황의 법칙’으로 널리 알려졌다. 성(城)을 쌓고 사는 자는 반드시 망할 것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는 자만이 살아남을 것이라는 옛 돌궐제국의 장수였던 톤유쿠크의 비문을 인용해, 한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디지털 노마드(유목민)’라는 용어를 만들었다. -‘일본 이겨보자’ 불가능에 도전-황사장은 ‘성이 무엇이냐’고 묻자 “성은 한계, 벽, 고정관념 이런 것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사업적으로 따지면 시장의 경계가 ... -
28. 임지순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임지순 교수는 과학계에서 ‘천재’로 알려져 있다. 물론 본인은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지만 말이다. 그는 1998년 탄소나노튜브가 다발로 있을 경우 반도체 성질을 갖는 이유를 밝혀 내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당시만 해도 국내 과학자가 네이처나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하는 일은 드물었다. 국내에서는 ‘난리법석’이 났다. 과학자 임지순의 이력이 공개되기 시작했다. 경기중·경기고 재학 시절 한번도 1등을 놓친 적이 없다던가, 서울대 수석입학과 수석졸업 등의 이력이 드러났다. 고교 시절 박정희 대통령의 3선개헌을 반대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가 정학당한 경력이 있으며, 대학 시절에도 문리대에서 학생운동에 참여했다는 얘기도 공개됐다. -수소에너지 저장기술 개발-나노 연구의 대가로 알려진 임교수가 최근 수소 에너지 저장기술로 또 한번 관심을 끌고 있다. 저명한 물리학회지 ‘피지컬 리뷰레터’(8월호)에 발표한 내용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 -
27. 연극연출가 서재형
9전9패…. 데뷔작 ‘죽도록 달린다’로 연극계의 큰 상을 휩쓸며 화려하게 신고식을 치른 그에게도 실패의 경험은 무수히 많았다. 대학로 30대 기수로 나선 연극연출가 서재형씨(36). 새로운 연극적 시도들로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젊은 피’다. 침체기에 놓인 연극계에 2004년 ‘활동 이미지극’이란 낯선 부제로 선보인 ‘죽도록 달린다’는 평단과 대중의 마음을 동시에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대사 중심에서 벗어나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끊임없이 달리며 몸짓과 소리를 강조한 연극은 신선한 충격제였다. 작품을 올리기 위해 각종 지원 프로그램에 도전했지만 ‘전적’이 없다는 이유로 아홉번 응모하여 아홉번 실패한 뒤 가까스로 선보인 창작극. 어머니 몰래 집문서를 저당잡혀 마련한 4천만원으로 겨우 세상에 내놓을 수 있었다. 그나마 공연을 시작한 첫 주는 그야말로 좌불안석. 적을 때는 관객 5명이 고작이었다. 기자 2명, 평론가 2명, 유일한 유료관객이 된 친구 1명. 배우들... -
기부문화 심은 ‘희망 전도사’ 박원순
인권변호사와 참여연대 사무처장, 아름다운 재단과 아름다운 가게의 상임이사에서 최근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 이르기까지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새로운’ 일거리를 들고 나타나는 박원순 변호사(50)를 보면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군사정권의 서슬이 시퍼렇던 1980년대, 권인숙 성고문사건과 박종철 고문치사사건을 맡으면서 인권변호사의 길로 접어든 그는 91년 돌연 유학을 떠나 2년 동안 미국과 영국에서 공부하면서 시민사회운동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한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참여연대에 몸담으면서 소액주주운동 등을 성공시키며 우리 사회의 ‘1세대 시민운동가’로 자리매김한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머물지 않고 2002년 8년 동안 몸담았던 참여연대를 떠나 ‘아름다운 재단’을 설립하면서 우리 사회 기부문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2년여 만에 아름다운 재단이 본궤도에 올라서자 이번에는 ‘21세기 실학운동’을 기치로 ‘희망제작소’를 설립, 대안적인 사회를 ... -
25. 소설가 김연수
“체력이 약해졌다고 에베레스트산의 고도(高度)를 낮출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젊은 소설가 김연수씨(36)는 ‘문학의 위기’에 대한 우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자신의 문학적 체력이 아직은 허약하다는 겸손한 고백이다. 그러나 눈높이만큼은 최고봉에 가 있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김씨를 21세기 대표작가로 꼽은 문단 관계자들의 선정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가 지금까지도 잘해왔지만 앞으로 더 잘하리란 기대의 표시일 터이다. 실제 그의 글은 백두산이나 한라산 밖 ‘벌판’에 자리한다. 소설 데뷔작 ‘가면을 가리키며 걷기’(1993) 때부터 그랬다. 현실과 환상, 진실과 거짓이라는 자명한 이분법이 무너진 자리에서 경계를 넘나드는 사람들을 통해 ‘나는 누구인가’를 물었다. 현재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하고 있는 장편 ‘모두인 동시에 하나인’도 마찬가지다. 91년 전대협의 일원으로 방북 후 “(남과 북) 중간에서 버려져” 독일로 간 학생, 즉 정체성이 바뀐 뒤 자기 자신... -
24. 시민운동 토대 ‘경실련’
1990년대 이후 우리 사회의 가장 뚜렷한 변화는 ‘시민운동’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환경운동연합, 녹색연합 등이 대표적인 시민단체다. 지금은 전국에 수백개에 이를 정도로 시민단체가 많아졌고 사회로부터 주목받고 있다. 사회적 영향력이 커졌음은 물론이다.이렇게 성장한 시민단체의 중심에는 경제정의실천연합(이하 경실련)이 있다. 경실련은 지난 1989년 11월4일 창립했다. 올해로 17년이 돼, 시민단체 중에서는 ‘맏형’ 격이다. 박병옥 사무총장(46)은 경실련 17년의 성과로 ‘시민운동·경제정의’ 개념 도입을 꼽는다. 경실련 창립 초기만 해도 시민운동이란 개념이 생소했다. “관변단체, 재야단체로만 나뉘어 이념적 사회운동을 외칠 때 경실련은 ‘소득의 공정한 분배에 기초한 경제정의를 실현한다’는 기치로 시작됐습니다. 지금은 시민단체가 난립한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주류를 이룬 것은 경실련의 성과를 반영한 것입니다.” 출범 초기 경실련은 토지 ... -
23. 채연석 항공우주硏 연구위원
요즘 대한민국에도 ‘우주시대’가 열리고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인을 뽑기 위한 우주인 선발에 3만여명이 모여들었다. 이달 말에는 러시아에서 우리 손으로 만든 인공위성이 우리 기술을 이용해 발사된다.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서는 우리 국토에서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우주센터가 건설중이다. 이러한 한국 우주개발연구의 중심에 채연석 박사(한국항공우주연구원 연구위원)가 있다. 그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로켓 연구가에서 한국의 항공우주 개발을 지휘하는 연구소 원장으로, 또 과학서적 저술가와 대중 강연자, 전통 과학유물 전문가로 일인다역을 해오고 있다. 이 모든 활동의 비결에 대해 그는 “꿈을 갖고 꾸준히 노력하는 것과 한 우물을 파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우주에 매료됐다. 별 보기를 좋아했고, 우주에 누가 살까 늘 궁금했다. 급기야 1961년 옛 소련이 세계 최초로 유인 우주선을 쏘아 올렸다는 뉴스에 마음을 빼앗겼다. 당시 도랑에 빠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