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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 삶’ 통찰, 국가·시민이 함께가는 새 가치 세워야
올 1월부터 7개월간 경향신문에 연재된 ‘김상봉-박명림 서신대담, 새로운 공화국을 꿈꾸며’를 마무리하는 토론회가 12일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경향신문 5층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하승창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행사에서는 필자인 김상봉 전남대 교수(철학)와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가 그동안 연재원고의 핵심을 요약하는 발제를 한 뒤 김종철 연세대 교수(법학)와 김진석 인하대 교수(철학)의 토론이 이어졌다.김상봉 교수는 “해방 이후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해왔다. 그러나 이제 다른 기치를 던질 때가 됐는데 이것을 공화국이란 모습으로 그려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를 위한 국가로서 공화국의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주의”라며 “공공성의 논의에서 의사결정의 공공성뿐 아니라 소유의 공공성을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박명림 교수는 “민주화 이후 삶의 필요와 요구란 측면에서 공동체 전체에 대한 통찰이 필요하다”고 공화국 논의의 배경을 ... -
(13)세계시민성과 주체성 (下)
박명림 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어느덧 마지막 편지를 드릴 때가 되었습니다. 처음 대담을 시작할 때는 한 나라의 테두리 내에서 공화국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하는 것이 우리의 관심사였으나, 이제 어떻게 하면 국가의 울타리를 넘어 세계시민적 공동체를 같이 만들어 나갈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 대담을 마무리짓는 주제가 되었습니다. 우리 시대는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세계화의 시대로서 더 이상 개별 국가가 다른 국가들로부터 떨어져 자족할 수 없는 시대입니다. 세계가 온전하지 않고서는 한 국가가 온전할 수 없고, 전 인류가 건강하지 않고서는 우리들 각자가 평안할 수 없게 된 것이 우리 시대인 까닭에, 나라와 개인의 운명을 진지하게 염려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전체 세계와 인류의 운명을 더불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코스모폴리턴, 곧 ‘세계의 시민’(kosmou polites)이라는 말은 벌써 기원전 그리스 철학자들이 특정한 국가의 시민과 반대되는 뜻으로 사용하기... -
(13) 세계시민성과 주체성(上)
김상봉 선생님폭우 속에 잘 지내고 계신지요. 어느덧 이 대담이 마지막 주제에 다다랐습니다. 흰 눈과 함께 겨울의 한복판에 시작했는데 폭우와 함께 한 여름에 끝내는군요. 그 사이에 봄이 후다닥 가버렸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에게 봄은 더 이상 실제 계절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음속의 계절로만 남아있지요. 인간들의 과잉개발로 인해 회복불능 상태에 빠진 환경과 기후문제는 이제 봄·가을 가장 아름다운 두 계절을 앗아가고 여름과 겨울 두 계절만 남겨두는 것으로 복수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위한다는 개발이 환경을, 자연질서를, 끝내는 인간 자신을 해치고 있는 것이지요. 흙에서 나와서 다시 흙으로 돌아가는, 유한하고 덧없는 것이 인생인데, 그리하여 가치있게 살기에는 너무도 짧은 것이 우리네 삶인데 무엇을 위해 이리도 끝없이 소비하고 개발하고 파괴하고 다투는지 모르겠습니다. 제 자신이 그런 군상의 하나라서 이 문제는 누구에게 뭐라 할 계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단지 그러한 것들을 위해 살... -
(12) 공화국의 관점에서 본 분단과 통일 下
박명림 선생님,그동안 안녕하셨습니까? 이번 주제는 순서를 바꾸어 선생님께서 먼저 글을 주셨는데, 주신 글을 보고 나니제가 먼저 쓰는 것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생님께서 “통일지상주의는 결국 분단 강화에 기여한다”고 말씀하신 것에 저도 동의합니다. “통일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평화”라는 말씀 역시 제가 몸담고 있는 진보신당이 일관되게 취하고 있는 입장입니다. 하지만 저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선생님께서 염려하신 통일지상주의보다는 통일에 대한 무관심이 더 심각한 문제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통일 없이 과연 평화라는 것이 실현 가능한가에 대해서도 회의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저는 분단의 뜻과 통일의 당위성에 대해 몇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남한에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왜 반드시 통일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합니다. 더러는 그것이 건전한 비판정신의 표현이고, 민족주의나 국가주의에 구애받지 않는 진보적인 정신의 표현이라 간주되기도 하지요. 하지만... -
(12) 공화국의 관점에서 본 분단과 통일 上
김상봉 선생님. 평안하신지요. 짧고 굵은 빗줄기가 쏟아지다 갑자기 개곤 하는 아열대성 기후 같은 날씨입니다. 오늘 대담 주제는 ‘공화국의 관점에서 본 분단과 통일’인데, 이 문제야말로 요즈음 날씨만큼이나 혼돈스러운 문제인 것 같습니다. 오늘의 남북관계는 꽉 막혀 있고, 북한은 핵실험에 이어 계속 미사일을 발사하여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습니다. 20세기 냉전 유물로서의 한국의 분단은 인류가 과연 냉전을 어떻게 마무리하느냐를 보여줄, 21세기까지 남아있는 20세기 세계 최후의 유산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반도의 분단은 지극히 세계적이면서 반(反)세계적이지요. 동시에 통일 역시 세계사적 냉전종식과 전지구적 탈냉전의 완성이기도 하고요. 공화국의 관점에서 분단과 통일 문제를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논의되어야 할 점은 아마도 남한과 북한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일 것 같습니다. 그럴 때 남한과 북한은 각각 두 개의 독립적인 근대국가로 이해됩니다. 일반적 기준에 비추어 둘... -
(11)근본주의를 넘어 다문화 사회로(下)
다문화 사회로 가려면 ‘사회적 내부통합’ 선결돼야김상봉 선생님,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사실 지난 번에 교육문제에 대해 편지를 쓰면서 선생님께서 이 분야의 전문가이자 활발한 저술과 실천 활동을 해오고 계셔서 주저스러운 점이 없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저희의 대담 준거가 공화국이고, 또 한국교육이 워낙 문제가 많다보니 비슷한 생각을 폭넓게 공유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가 반성이 필요한 대학교사라는 공통점도 작용하였던 것 같고요. 사실 한국에서 교육문제는 공동체 성원 누구나 이대로는 안된다고 느끼는 가장 심각한 문제가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의 대담 주제는 ‘근본주의를 넘어 다문화사회로’인데 말씀하신 대로 이 문제 역시 공화국과 연결시켜 논의하기에는 결코 쉬운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말씀하신 점들에 대해, 진단과 대안을 포함해 저 역시 모두 동의하고요. 다만 한 가지 억울한(?) 점은 있습니다. 제가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선생님께서 인문학을 전공... -
(11) 근본주의를 넘어 다문화 사회로(上)
박명림 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지난번에 주신 글은 잘 보았습니다. 저는 ‘학벌 없는 사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교육운동에 참여해 왔고 교육 문제에 대해서는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하고 싶은 말이 많았습니다만, 지난번 글을 쓸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말미암아 정작 교육에 대해 할 말을 다 못했는데, 선생님께서 제가 하고 싶었던 말을 대신 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오늘 주제는 ‘근본주의를 넘어 다문화사회로’인데, 우리 대화가 마지막에 가까워지면서 저는 이제 험한 산은 다 넘은 줄 알았더니 이 문제야말로 쉽게 넘을 수 없는 정말 험하고 높은 산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군말 없이 먼저 사실을 말하는 것으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우리 사회에 들어와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현황을 살펴보면, 2008년 현재 외국인의 수는 144만명 정도가 됩니다. 이 가운데 외국인 노동자는 70만명가량인데 그중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수가 약 20만명 정도라는군요. 다른... -
(10)시민을 길러내는 교육(下)
김상봉 선생님,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참으로 혼돈스럽고 힘든 안팎의 현실입니다. 개인문제로부터 사회문제, 나라의 안위문제에 이르기까지 안정적이고 예측가능한 것이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전직 대통령의 놀랍고도 충격적인 서거까지…. 한마디로 힘겨운 실존, 회색빛 전망이 오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현실상황입니다. 이제 저희 대담이, 선생님과 제가 몸담고 있는 교육문제에 다다랐습니다. 자기가 속한 영역의 문제를 다루려니 먼저 반성적 접근을 하게 됩니다. 공교육, 사교육 보조로 ‘본말전도’ 부모 학력·소득이 자녀교육 결정오늘의 한국 교육현실을 볼 때 저희 역시 교사로서 책임이 크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교육문제는 정부철학과 정책의 문제인 동시에 교육기관의 문제이며, 또한 공동체 구성원들의 문제이자 교사들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선생님 편지를 읽으며 같은 교사로서 교육은 인간성의 자기실현 과정, 곧 사람됨의 길이라는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사람됨이... -
(10)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 上
박명림 선생님 안녕하셨습니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말미암아 오늘에서야 글을 드리게 되었습니다. 오늘 주제는 교육입니다만시절이 시절이니만큼노 전 대통령 죽음의 뜻을 생각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합니다.그것은 한국 교육의 병리현상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사람이 또한고인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 신문에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두고 한 시대의 종말이라고 표현하고, 뜻을 다 말하지는 못했는데, 먼저 그 ‘시대’에 대해 몇 마디 보태면서 시작하겠습니다. 일제강점기는 이 나라에서 민족이 탄생한 시대였습니다. 해방에서 박정희의 유신독재가 끝날 때까지 우리는 국민으로 훈육되었습니다. 이에 반해 부마항쟁으로 유신이 끝나고 광주항쟁으로 새시대가 시작된 뒤에 지금까지 우리가 살아온 시대는 한국 역사에서 처음으로 시민이 탄생한 시대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시민의 시대가 만들어낸 시민대통령이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정치가에 의한 시민의 지배는 동등한 시민들 사이의 지배라는 점에... -
김상봉 - 박명림 서신대화를 읽고
기획시리즈 ‘새로운 공화국을 꿈꾸며’가 종반부를 향해 가고 있다. 대한민국의 ‘공화국’으로서의 정체성을 질문하며 시작된 이 시리즈는 대의민주주의 한계가 드러난 현재 시점에서 요구되는 공화국의 가치를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돌아보고, 공동체와 개인의 관계를 재설정하기 위한 지향점을 제시했다. 교육·다문화주의·통일·세계시민성 등 새로운 공화국의 실현을 위한 과제를 살펴볼 종반부를 앞두고 시리즈에 대한 평가와 제언을 담은 네 분의 기고를 싣는다.“보수·진보에 선명한 도전장”이보다 더 비극적으로 ‘새로운 공화국을 꿈꾸며’의 기획이 곰팡내 나는 서재의 논의가 아니라 꿈틀거리는 현실의 문제임을 웅변할 수 있을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안타까운 서거는 김상봉 교수와 박명림 교수, 두 학자가 논의해온 민주공화국의 가치와 원리, 그리고 그 현실적 타락에 대한 진단의 중요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소우주라고 할 수 있다. 노 전 대통령의 비극적 소식을 접했을 때 그가 취임 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