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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무라야마’ 뛰어넘는 ‘하토야마 담화’ 기회”
일본 민주당 정권은 정말 달라지고 있는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는 이전 자민당 정권과 다른 대외정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등한 미·일관계’와 ‘아시아 중시’ 정책이 대표적이다. 한·일 관계 역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경향신문은 지령 2만호 발간을 기념해 일본내 한반도 전문가이자 행동하는 지성으로 평가받는 와다 하루키(和田春樹·71) 도쿄대 명예교수와 특별 인터뷰를 갖고 하토야마 정권 출범 후 한·일관계와 한반도를 둘러싼 대외 전망을 들어보았다. 와다 교수는 “하토야마 정권이 대외관계 개선에 나설 것은 분명하지만 아직까지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았다”며 ‘무라야마 담화를 답습한다’는 식의 상식적인 발언이 아닌 전향적이고 획기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특히 진정한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서는 “올바른 역사인식이 전제돼야 한다”며 식민지배에 대한 반성과 사과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민주당 정권의 외교정책은 이전 자민당... -
잊혀지는 것들, 경향이 말 해주었으면 한다
경향신문에 대해 생각하게 된 건 2년 전쯤이다. 다른 사람들처럼 뉴스를 포털사이트에 의존하던 때였다. 어느날 꽤 괜찮은 기사가 있었는데 그게 경향신문의 기사였다. 얼마 뒤 또 다른 괜찮은 기사가 있었고 그게 하필이면 또 경향신문의 기사였다. 그리고 몇 번쯤 더. 그러고 나니 편견이 생겼다. 경향신문은 괜찮은 신문이구나. 호기심에 경향신문사 홈페이지에 들어가봤다. 흰 색의 무색무취한 디자인이 참 깔끔해 보였다. 마침 메신저에 있던 친구에게 말해보았다. 잠시 뒤 친구가 답했다. 이게 뭐가 예쁘냐. 그런가. 근데 난 다시 봐도 괜찮아보였다. 그리고 1년쯤 뒤 촛불집회가 있었다. 자주 가던 한 인터넷 카페는 모금을 통해 경향신문에 광고를 싣기도 하고 응원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나도 돈을 보탰다. 카페에는 신문사의 사정이 많이 안 좋다는 이야기가 자주 올라왔다. 집회에 나가서 경향신문 기자를 만나면 왠지 기분이 좋고 어깨를 두드리며 격려를 해주고 싶었다. 그게 졸업 즈음이었... -
“각본없는 드라마 쫓는 내 삶도 다큐”
“또 늦었다!”전광판이 꺼진 축구장. 나는 아직 기사와 전쟁 중이다. 종료 휘슬이 울린 건 밤 9시30분. 10분 내로 기사를 보내야 하는데 또 늦고 말았다. 마감시간은 생명과 같다는 선배의 말이 귓가에 울린다. 부랴부랴 기사를 보냈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급하게 쓰다 보면 이것저것 틀리기 쉽다. 시간, 이름, 맞춤법이 맞는지 다시 확인한다. 이런, 골이 터진 시간이 후반 33분인데 23분이라고 잘못 적었다. 선배에게 다급히 전화를 건다. 다행히 기사가 제작단계에 들어가기 전이다. 입사한 지 1년1개월. 기사를 빨리 쓰는게 영 익숙지 않다. 그래서 때때로 기사를 미리 써놓기도 하지만 스포츠는 극본 없는 드라마라 무용지물이 되기 일쑤다. 9회말 역전안타,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이 심심치 않게 터진다.다행인 것은 부족한 내 기사를 고쳐주는 선배들이 있다는 점이다. 선배들은 내가 기사를 늦게 넘겨도 몇 분 만에 깔끔한 기사로 만들곤 한다. 보통은 보수공사 수준이지만 가끔... -
“사건·사고에 항상 초긴장…아이라도 아프면 더 긴장”
오전 6시40분. 침대에서 일어나 살금살금 욕실로 향한다. 안방에서 함께 자는 세 살배기 아들이 깨어나기 전에 얼른 씻고 출근 준비를 하기 위해서다. 깜빡 늦잠을 자 아이와 함께 일어나는 날이면 어김없이 출근이 늦어진다. 그러나 방문을 열고 나온 아이는 “엄마 싫어, 싫어”를 외치며 울어댄다. 상황을 눈치챈 것이다. 결국 30여분간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틀어주며 아이를 달랜다. 오전 8시가 넘자 아이를 봐주시는 ‘조선족 이모’가 장난감으로 꾀어 아이는 마지못해 내게서 떨어진다. 아이가 육아 도우미와 함께 있는 데 익숙한 주중에는 출근이 그나마 수월하지만 한 주가 시작되는 월요일에는 아침마다 출근 전쟁을 치르기 일쑤다. ‘주부 기자’로서 경향신문은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그리 나쁘지 않다. 경영여건은 어렵지만 사원주주회사로서 육아휴직 제도가 활성화돼 나 역시 1년간 아이를 직접 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건사고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언... -
“경향이 아니면 묻힐 진실을 캡니다”
무명씨 독자에게.오늘도 자정 무렵, 광화문에서 경기도 북부의 신도시로 가는 버스를 기다립니다. 목전까지 정동 22번지 6층 편집국 한 쪽에서 내일자 신문의 정치기사를 마무리하고 나온 터입니다.새날, 무명씨의 집에 배달될 경향신문 1면 머리기사에는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새로운 문제점을 확인시키는 자료를 실었습니다. 국회 환경노동위의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공개한 것입니다. 아마도 경향신문이 1면에서 제기한 4대강 사업의 문제를 다룬 유수 신문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어디 4대강뿐이겠습니까. 국정감사에서 청와대나 힘센 권력기관과 관련된 의혹과 비리, 각종 정책의 난맥들이 제기되고 그것을 증명하는 문건이나 자료가 제시되었을 때 태반의 언론은 외면했습니다. 국정감사 기간은 매일 ‘전쟁’ 같습니다. 아침 일찍 그날 국감을 실시하는 십수개 상임위의 의원들이 내놓은 각종 자료를 점검하는 것을 시작으로 실제 상임위에서 나온 질의와 답변 등을 지켜보며 이른바 ‘기삿거리’를 추출... -
“독재정권 시절 최고의 언론, 줄서서 신문 사던 모습 생생”
“자유당과 군사정권 시절 경향은 국민의 절대적 지지를 받았어. 국민의 뜻을 공정하고 정확하게 전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지켜나가다 보면 언젠가 과거처럼 정상에 다시 오를 것으로 믿고 있어요.”경향신문 창간 이듬해인 1947년 입사해 30여년을 ‘경향 기자’로 활약했던 정진원씨(86)를 경기 의정부시 민락동 과수원에서 만났다. 과수원은 정씨 부부가 노년을 보내고 있는 곳이다. 정씨는 경향신문 창간 즈음부터 기자로 활동한 생존자 가운데 최고령으로 알려져 있다.“우리 신문(경향신문)이 1등을 했던 저력이 있는 만큼 다시 최고의 신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말아요.” 여든의 나이를 훌쩍 넘었지만 그의 얼굴에서 ‘경향 기자’의 자긍심을 읽을 수 있었다. “12년에 걸친 이승만의 장기 집권을 종식시킨 1960년 4·19 혁명 때 경향신문 취재차량이 현장에 등장하면 시민들이 ‘경향 만세’를 외치며 환호했어. 한 번은 시위대에 둘러싸여 생명이 위태로운 경찰관 2명을 취재차량에... -
“정론을 향한 ‘뚝심’ 돋보여… 훈훈함 가미를”
사람으로 치면 회갑을 넘긴 63년 동안 2만호를 만들었다. 할아버지와 손자까지 3대가 읽어온 신문, 우리 스스로도 뿌듯하다. 그러나 독자들의 혹독한 채찍과 뜨거운 사랑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각 가정에 신문을 배달한 소년들이 커서 이제 이 나라의 중심이 됐다. 2만호를 달려온 오늘, 경향 애독자인 각계 명사들이 축하 인사와 함께 따끔한 질책과 당부를 전해왔다. 이 시대에 왜 경향신문을 읽는가. 경향신문은 독자들에게 어떤 신문인가. 또 어떤 신문으로 남을 것인가. 여전히 팍팍한 시대의 길 위에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3만호, 4만호, 5만호의 그날까지. 조정래 소설가“독자 원하는 정도로 가라”경향신문 2만호 발간!긴 세월을 살아 왔습니다. 사람으로 치면 한평생의 세월이고, 그 세월은 신생 조국 대한민국의 역사이기도 합니다. 굽이굽이 곡절 많았던 그 세월을 질기게 견디어온 꿋꿋한 생명력에 먼저 축하를 드립니다.우리는 석가모니의 말씀과 예수... -
“절독 안돼” 서울대생의 경향 사랑
지난 7월 말 서울대 중앙도서관 4층 ‘북카페’ 게시판에 공지사항이 하나 붙었다. ‘북카페에서 구독 중인 15종의 신문 중 일부를 8월부터 구독 중단합니다. 해당 신문은 경향신문 등 5종입니다.’하지만 1주일 뒤 이 ‘퇴출 공지문’은 “즐겨 보시는 신문에 스티커를 붙여 주세요”라는 수요조사지로 바뀌었다. 특정 신문을 일방적으로 구독 중단하려 했던 서울대 도서관이 방침을 변경한 것이다. 학생들이 붙여 놓은 스티커 숫자를 세어 보니 15종의 국내 발간 신문 중 인기 1위는 경향신문이었다. 결국 경향신문은 서울대 도서관에서 살아남았다.도서관을 돌려세운 것은 경향신문을 애독하는 서울대 학생들이었다. 신문 퇴출 공지사항이 떴을 무렵 도서관 홈페이지에 항의가 쏟아졌다. 처음에는 “예산이 부족해 어쩔 수 없다”고 무성의하게 대답하던 도서관 측도 학생들의 줄기찬 저항에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학생들은 “도서관이 의견 수렴도 없이 가장 인기 있는 경향신문을 제외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
“세상을 바르고, 깊게 전달하는 게 큰 매력”
경향신문을 보는 독자들의 사랑은 남다르다. 세상을 보는 거울이 된 경향을 향해 내놓은 그들의 주문은 다채로웠다. 대한민국의 소통과 가치를 이끌 대표 언론으로 주목하고, 더 뼈를 깎는 노력을 부탁하며, 생활 속에서 응원하겠다는 다짐도 곁들였다. 20·30·40대 독자 3인이 밝힌 ‘경향을 사랑하는 이유’와 ‘경향에 하고픈 말’을 정리했다. 이두우 (자영업·49) “균형잡힌 가치 판단이 거부감 덜어줘” 지난해 촛불집회 전부터 경향신문을 구독해왔다. 언론은 ‘사회를 바라보는 창’이라고 생각한다. 이 창이 붉게 칠해지면 붉게, 푸르게 칠해지면 푸르게 세상을 볼 수밖에 없다. 일부 보수언론들이 사실을 왜곡하며 창을 엉뚱한 색으로 칠하는 것이 화가 나 경향신문을 보게 됐다. 1997년 외환위기 직전 쏟아진 걱정의 목소리들을 ‘좌파 선동’이라고 표현하고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의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를 매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신문들이 있었다. 이 신문들은 자신들의 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