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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시민단체 ‘카라’ 대표 맡은 영화감독 임순례
인본주의, 또는 인간중심주의란 모든 사람의 존엄과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상 체계인 만큼 대체로 긍정적으로 통용된다. 그러나 그것이 사람만이 최고이며, 사람만이 세계의 전일적 지배자라는 오만으로 빠져들 경우 크나큰 재앙을 낳게 마련이다. 그 오만함과 편협함은 인간이 발을 딛고 있는 자연을 파괴하고,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동물을 파멸시키며, 결국 인간 스스로에게도 죄업의 부메랑으로 돌아오게 된다.인간의 육식 섭취와 이윤 추구라는 인간중심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공장식 목축을 보자. 그것은 필연적으로 주변환경을 오염시키고, 동물들에 대한 잔학행위를 수반한다. 광우병과 구제역 따위는 어쩌면 그것의 불가피한 값비싼 비용일 터이다. 인간이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애완동물을 키우는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동물의 귀엽고 예쁜 측면만 보고 선택했지만, 마음에 들지 않게 되거나 싫증이 날 경우 함부로 버린 결과 유기동물 문제라는 사회적 난관에 봉착하게 된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지... -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연구실장
빅토르 위고의 소설 에서 주인공 장발장은 굶주림을 이기지 못해 교회에 몰래 들어가 은촛대를 훔친다. 하지만 지금 그가 대한민국에 나타난다면 교회, 특히 개신교의 대형교회에는 감히 접근할 엄두도 내지 못할 성 싶다. 성채처럼 높이 치솟은 교회 건물의 압도적인 위용과 휘황찬란한 화려함, 철저한 경비태세 앞에서 절도 전과의 잡범이 어떻게 딴 마음을 먹을 수 있을 것인가. 설령 어찌어찌해서 교회 안으로 들어간다고 하더라도 미리엘 주교와 같은 따뜻한 심성의 성직자를 어떻게 만날 수 있단 말인가. 해서 장발장은 다른 곳을 범행 장소로 선택하거나 그냥 마음 편하게 노숙자가 될지도 모르겠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교회는 더이상 ‘힘들고 짐진 자들’이 ‘주님의 품 안’에서 ‘편안하게 쉬는’ 공간이 아니다. 교회가 억눌리고 힘없는 대중들을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다수가 교회를 걱정하고, 질책하는 기막힌 전도현상이 매일 목도되고 있다. 세금 면제의 혜택 속에서 교회, ... -
‘지진해일 피해’ 미야기현 서울사무소 아베 다카오 소장
이웃은 때로는 피를 나눈 사촌보다 더욱 진한 정을 느낄 수 있기에 ‘이웃사촌’이란 말도 생겼을 터이다. 그러나 바로 서로의 곁에서 아옹다옹할 수밖에 없는 이웃은 경계와 질시의 대상이기도 하다. ‘근공원교(近攻遠交)’라는 국제정치학의 철칙 아닌 철칙이 바로 그것을 보여준다. 특히 인접하는 두 국가 사이의 역학관계가 균형을 이루지 못할 경우 강자에 대한 약자의 경계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일본 도호쿠 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해일, 원전파괴 등 상상을 초월하는 대재앙은 표면적인 ‘우호선린’과 심층적인 ‘경계긴장’이 교차하는 한·일관계의 전통적 패러다임을 적어도 정서적으로는 바꿔놓고 있다. 고통과 비탄에 빠진 이웃에게 진심어린 위로와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그것을 받아들이는 이웃도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고마움을 표시하고 있는 것이다.이번의 지진해일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곳이 바로 미야기(宮城)현이다. 일본 3경(景)의 하나인 마쓰시마(松島)를 비롯해 수많은 명승절경... -
스리쿠션 당구 세계랭킹 2위 김경률
1970~80년대에 대학을 다닌 이들의 상당수는 당구에 대한 추억을 갖고 있다. 마음껏 기른 장발을 휘날리며 비스듬히 담배를 꼬나문 채 녹색 테이블 위로 빨간 공에 흰 공을 맞췄을 때의 통쾌함을 어찌 잊을 수 있을 것인가.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한 젓가락 감아 올리던, 약간 퉁퉁하게 불은 면발의 자장면은 또 얼마나 기막히게 맛있었던가. 게임비 내기당구에서 이긴 뒤 ‘아줌마(아저씨), 났어요!’를 외칠 때도 짜릿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 시절 당구장은 동네 불량배와 건달, 교복단추를 풀어헤친 껄렁한 고교생들이 모여들어 돈내기를 일삼는 어둠의 공간이기도 했다. 당연히 욕설이 난무하고, 사소한 시비 끝에 큐를 휘두르며 치고받는 패싸움이 심심찮게 벌어지곤 했다. 입구에는 ‘미성년자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으나 그야말로 형식일 뿐이었다. 지금도 조폭영화에서 당구장의 풍경이 등장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1994년 당구장의 문호가 청소년에게 공식적으로 개방된 ... -
‘농민 논객’ 강광석 전농 강진군 농민회 정책실장
우리 농촌의 피폐한 상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년 내내 뼈 빠지게 농사지어 봐야 비료값 등 각종 비용도 제대로 충당하지 못한다. 풍년이면 농산물값의 폭락 때문에 시름이 깊어지고, 흉년이면 수확량의 절대 감소 때문에 가슴이 찢어진다. 그런데도 정부의 ‘높으신 분’들은 농민들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지기는커녕 ‘다방 농민’ ‘도덕적 해이’ 등의 언사로 오장육부를 뒤집어놓곤 한다. 최근에는 구제역까지 덮쳐 농촌을 더욱 황폐하게 만들고 있다. 이미 350만마리의 소·돼지, 조류 인플루엔자까지 합치면 무려 1000만마리의 생명이 그 이름도 무시무시한 ‘살처분’ 조치로 생매장 당했고, 이들의 사체에서 흘러나온 침출수가 거대한 환경재앙으로 되돌아와 인간의 오만과 독선을 겨누고 있다. 전국 농촌은 방역초소가 되어 마치 계엄령을 연상시키는 살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구제역은 동물만 죽인 게 아니라 축산농가를 비롯해 대부분의 농민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고향인 전남 강진군... -
홍대 청소노동자 지원하는 배우 김여진
자신의 지명도나 학문적 성취 등을 바탕으로 현실정치에 뛰어들어 정·관계 고위직을 얻으려는 대학교수들을 일러 ‘폴리페서’라고 부른다. 널리 알려진 대로 ‘폴리페서’란 ‘정치(politics)’와 ‘교수(professor)’를 합친 ‘시사용어’이다. 또 정치에 참여하는 언론인들에게는 ‘정치’와 ‘언론인(journalist)’의 합성어인 ‘폴리널리스트(polinalist)’라는 별명이 붙는다.연예인들의 정치권 진출이 잦아지면서 ‘정치’와 ‘연예인(엔터테이너·entertainer)’의 뜻을 합친 ‘폴리테이너(politainer)’란 말도 생겼다. 순박한 ‘양촌리 농부’에서 사진기자들을 향해 ‘찍지 마, XX!’ 등의 욕설을 퍼붓는 ‘실세 장관’으로 변신한 유인촌이 그 대표적인 인물일 것이다. 그런데 사회적인 쟁점이나 문제에 대해 적극 목소리를 내거나 직접 참여하는 연예인들은 ‘소셜테이너’라고 한다. ‘소셜테이너’는 연예인으로서는 쉽지 않은 사회적 발언을 한다는 점에서, 또... -
‘평화군축 연구’ 평화네트워크 정욱식 대표
높은 산에서 숨쉬기가 힘들 때 공기의 절대적 귀중함을 절감하듯이 진실로 소중한 것의 가치는 그것이 없어지거나 부족해졌을 때야 비로소 깨닫게 되는 법이다. 손만 뻗으면 늘 접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대부분의 자연물과 공공재도 결핍상태에 이르러서야 그 존재가치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평화도 예외가 아니다. 비록 먹고 입고 사는 데 높낮이는 있었을지라도 적어도 지난 10년 동안 우리는 전쟁이라는 것을 잊고 살았다. 남북 분단의 근본적 상황이 바뀐 것은 아니었고, 양측 함정 사이의 교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일반 시민들의 삶의 공간에 북한군이 쏜 포탄이 날아온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11월23일 오후 어느 한순간 서해의 연평도라는 구체적인 공간을 통해 전쟁의 공포는 눈 앞의 현실로 다가왔다. 남측이 보복의지를 불태우며 서해에서 사격훈련을 실시했지만 북측이 대응하지 않음으로써 가파른 군사적 긴장은 일단 물밑으로 잠복했다. 하지만 평화... -
연극무대 선 진보학계 원로 연세대 명예교수 오세철
“강의실·시위현장서 늘 하던 얘기, 이제 무대서 합니다”사람이 의당 지녀야 할 덕목의 하나로 흔히 일관성을 꼽지만 그것을 구체적인 삶 속에서 유지·실천하기란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 한국 사회의 우편향 또는 보수 절대 우위라는 정치·사회적 지형 속에서 진보적 삶의 자세를 오랫동안 간직하기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젊은 시절 세상을 뒤엎을 듯한 기개로 사자후를 뿜어대던 수많은 진보주의자가 이런저런 이유를 내세우며 세월의 흐름에 따라 보수화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일 터이다.이런 점에서 오세철 연세대 명예교수(67)는 ‘일이관지(一二貫之)의 진보주의자’라고 할 만하다. 자신의 이념적 정체성을 ‘마르크스주의자’로 규정하는 그는 학문의 영역뿐만 아니라 실천의 분야에서도 마르크스주의를 구현하고 있는 진보학계의 대표적 인물이다. 37년 동안 재직했던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직에서 5년 전 물러난 뒤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 그가 최근 연극배우로 변신했다. 지난 11일 개막된 에서 오... -
누드사진 모델로 전업 선언한 에로배우 엄다혜
대중사우나에서 남탕·여탕의 구분을 없애고 ‘통합형’을 도입하자고 주장한다면 아마도 정신나간 얼간이쯤으로 여론의 지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대중목욕탕에서의 엄격한 남녀구분이 동서고금을 관통하는 보편적인 규범은 아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독일의 남녀혼탕이다. 그곳을 처음 방문한 이방인이 느낄 수 있는 것은 결코 외설스러움이나 음란함 따위가 아니다. 목욕탕 밖에서 품었던 야릇한 호기심과 가슴 두근거리는 흥분은 수많은 인간군상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벗은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자연스러움에 압도돼 사그라지면서 금방 ‘현지 정서’에 묻혀버리게 된다. 정답게 손을 잡고 돌아다니는 노부부, 아이들을 데려온 중년부부, 등을 맞대고 있는 젊은 연인들이 연출하는 넉넉하고도 푸근한 분위기 앞에 외부인의 쭈뼛쭈뼛한 이물감은 봄눈 녹듯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벗는 사람과 구경하는 사람이 나뉘어지는 예술 또는 연예의 영역에서도 동서양의 기준은 대조적이다. 노... -
제10회 고바우만화상 받은 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
사람과 사람 사이의 호의나 연대의식은 무슨 거창한 세계관이나 정치노선의 일치 따위로 인해서만 생겨나는 것이 아니다(라고 믿는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어떤 사람이 나와 마찬가지로 만화·당구·바둑을 좋아하고, ‘애수의 소야곡’ ‘사랑밖에 난 몰라’ ‘망향’ ‘Five Hundred Miles’ 등 대중가요·가곡·팝송을 가리지 않고 즐겨 부르며, 고향에 정 많은 당숙모가 계신다면 그와 나는 직접 대면하기도 전에 지기가 된 듯한 생각이 들게 마련이다.시사만화가 박재동 화백(58·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애니메이션학과 교수)이 바로 그런 대상이다. ‘제10회 고바우만화상’을 받은 박 화백을 인터뷰하기로 결정한 뒤 그에 관한 자료를 읽어내리다가 이 같은 느낌을 갖게 된 것이다. 박재동을 경향신문 인터뷰실에서 만나 고바우만화상 수상에 대한 소회와 만화에 얽힌 얘기를 들어보았다. 고바우만화상은 신문 네 컷 만화 ‘고바우 영감’을 그린 시사만화가 김성환 화백(한국만화가협회 고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