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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길여 경원대 총장 “산 오르듯 계속 활동할 것”
“중국 삼자경(三字經)에 보면 효심이 지극한 어린 황향(黃香)이 아버지 이부자리를 자기 몸으로 덥힌다는 고사가 나온다. 일본에선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의 가신으로 있을 때 주군의 신발을 가슴에 품고 지냈다는 유명한 일화가 전해져온다. 그럼 한국에는? 추운 날 환자 몸에 청진기가 닿을 때 선뜩한 기운이 느껴지지 않도록 가슴에 청진기를 품고 지낸 의사가 있다.”이어령 전 문화부 장관이 지난해 9월 최고경영자들을 상대로 한 어느 강연에서 이길여 경원대 총장을 소개하면서 한 말이다. 성공 CEO에 대한 덕담 차원의 말이겠지만, 그가 든 한·중·일 세 예화에서 공통적으로 흐르는 메시지는 배려다. 상대방의 처지를 헤아리고 배려하라, 그런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이다.이길여 총장의 성공 스토리는 우리 사회에서 신화처럼 전해진다. 농촌 출신의 여자 의사가 혼자 힘으로 병원을 6개 세우고 신문사와 대학까지 인수해 교육·의료·문화재단을 이끄는 그룹의 총수가 되었기 ... -
정두언 한나라당 최고의원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이 되고,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되는 게 정계의 생리다. 때로는 정치 노선과 명분 때문에, 때로는 이해관계 때문에 합쳤다 갈라지기를 반복한다. 최근 한나라당 원내대표 선거결과를 보면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친이와 친박만 있는 줄 알았던 한나라당에 비이(非李) 비박(非朴) 세력이 나타나 세를 결집하더니 친박과 손을 잡고 친이에 한방 먹인 것이다.흥미로운 것은 이 비이 비박 대열의 선두에 한때 ‘친이계 핵심’이라 불리던 정두언 의원이 있다는 점이다. 정 의원은 이번 당내 선거에서 비주류 무계파인 황우여 후보를 공개적이며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왜 그랬을까. 그는 이제 친이계에서 완전히 떠난 걸까.정 의원과 만나 나눈 이야기를 정리하기에 앞서 먼저 짚고 가야 할 대목이 그를 바라보는 외부인의 오해다. 세간에 그는 여전히 친이계 핵심, 또는 대통령의 측근이나 실세로 알려져 있다. 일부 언론에 그런 표현이 버젓이 쓰이기도... -
안철수 교수와 순회강연 ‘시골의사’ 박경철씨
‘시골의사’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박경철씨의 이름 뒤에 대중매체는 ‘원장’이란 호칭을 붙인다. 경북 안동의 신세계연합클리닉 원장이니까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중이 그를 만나는 공간은 병원이 아니라 신문이나 잡지, 방송, 책과 같은 매체다. 그는 칼럼니스트이며 방송 진행자,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동시에 경제평론가다. 다만 이를 하나로 아우르는 적절한 통합호칭이 없으니 ‘원장’이라 부를 뿐이다. 그가 건네준 명함을 보니 ‘외과의사 박경철’이라 쓰여 있다.박 원장을 베스트셀러 작가로 만들어준 첫 번째 책이 병원에서 겪은 사연을 담은 에세이집 이다. 2005년 10월 나온 뒤 꾸준히 독자의 호응을 얻어 얼마 전 100쇄를 찍었다. 그런데 박 원장이 지난해부터 또 다른 ‘아름다운 동행’에 나서고 있어 눈길을 끈다. 안철수 카이스트 석좌교수와 함께 지방의 대학으로 강연을 다니는 것이다. 그동안 조선대·인천대·경성대·경희대(수원캠퍼스)·충주대·강원대를 돌았고, 오는 27일... -
‘리딩으로 리드하라’ 쓴 베스트셀러 작가 이지성
의 저자 이지성씨는 ‘출판계의 아이돌’로 불린다. 가요계의 아이돌 스타만큼이나 출판계에 열렬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다고 해 붙여진 별명이다. 실제 이 작가의 독자층은 젊은이, 그중에서도 20대 초반 여성이 주류다. 이들은 다른 어떤 연령층보다 도서 구매력이 강하다. 이 집단을 지지층으로 확보하고 있으니 그는 책만 내면 성공이 보장되는 보증수표 작가인 셈이다. 같은 자기계발서란 어떤 면에서 내용이 뻔한 책이다. 이런저런 논리와 사례가 들어 있지만 한마디로 압축하면 ‘열심히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걸 위해 어떤 책에서는 아침형 인간이 돼라 하고, 어느 저자는 적극적으로 사고하라 하며, 어느 대목에선 대인관계를 원만하게 맺으라고 충고한다. 그래서 지식인 중에는 이런 책일랑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사람도 적지 않다. 그러나 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는 보통 사람들, 세파에 힘겨워 하는 서민들, 인생의 기로에서 방황하는 젊은이들은 이런 이야기에 감동받고 ... -
‘세시봉 열풍’ 송창식
가히 세시봉 열풍이다.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김세환 등 세시봉 가수들의 노래와 이야기가 지난 설 연휴 TV에 나와 폭발적 반응을 얻고 난 뒤 열기가 좀처럼 식을 줄 모른다. TV에선 재방송에 스페셜 방송까지 보여주고 또 보여주고, ‘세시봉 친구들’의 전국 순회공연은 가는 곳마다 매진행렬이다. 세시봉이 뜨면서 새삼 주목받는 인물이 송창식이다. 그는 노래에서부터 외모와 화법, 옷차림에 이르기까지 세시봉의 다른 가수들과 완연히 구분된다. 언제나 한결같은 알 듯 말 듯한 미소, 어쩌다 던지는 예사롭지 않은 한마디, 청중의 가슴을 쥐었다 놓았다 하는 독특한 창법은 그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사실 송창식에게는 ‘천재 뮤지션’ ‘자유영혼의 문화예술인’이라는 수식어 외에 ‘노래하는 기인(奇人)’ 또는 ‘도사(道士)’라는 별명이 붙어 있다. 밤낮을 거꾸로 살고, 남들은 하지 않는 혼자만의 운동을 매일 하면서 때때로 주변 사람들이 알아듣기 어려운 말을 ... -
온두라스서 살인누명 벗고 귀국한 한지수씨
이번 설 연휴를 맞아 해외로 나간 한국인이 35만명이라고 한다. 이들이 모두 예정된 스케줄을 마치고 무사히 귀국했을까. 당연히 그래야 하고, 또 그랬을 것으로 믿고 싶다. 하지만 알 수 없는 게 세상일이다. 누군가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 여행지에서 강도를 만날 수도 있고, 우연히 살인, 또는 사망 현장을 목격할 수도 있다. 이때의 사건으로 귀국길 공항에서 그 나라 경찰에게 체포될 수도 있다. 한국인이 외국 당국에 억류되었다면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우리나라 외교부를 통해 가족에게 통보되는 게 상식이지만, 이 상식 또한 언제나 정상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현지 대사관이 여행객의 체포 사실을 아예 모를 수도 있다. 집에서 기다리던 가족이 애가 타 이리저리 문의를 해봐도 행방이 묘연한, 전화는 안받고 숙소에선 떠났다고 하고, 한국 가는 비행기 탑승자 명단에는 이름이 없는 경우. 영화에나 나옴직한 이런 일이 설마 현실세계에서 나에게 또는 우리 가족에게 일... -
‘미국사 산책’ 완간한 강준만 전북대 교수
전북대 강준만 교수가 책을 낼 때 나오는 기자들의 반응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그가 얼마나 읽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엄청나게 쓴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의 책 쓰는 속도는 남들 책 읽는 속도보다 빠르다.” 빨리 쓰는 만큼 날림이 아니냐는 힐난성 코멘트가 아니다. 글 쓰는 직업인으로서 탁월한 글쟁이를 볼 때 느끼는 경탄과 부러움의 표현이다. 나 같은 보통 기자들은 기사 한 꼭지 쓰기 위해 몇 시간을 끙끙 대는 게 다반사니까.‘읽는 속도보다 빨리 쓴다’는 말은 사실 강 교수에게 과장이 아니다. 그는 얼마전 모두 17권으로 된 시리즈를 완간했다. 이 책 시리즈 1~5권이 나온 게 지난해 3월이니 9개월 만에 12권, 한 달 평균 1.3권을 쓴 셈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연 평균 독서량은 10.9권. 보통 사람은 한 달에 한 권을 채 안 읽는데, 그는 한 권 이상을 쓴다는 얘기다. 그럼 그런 속도로 여태껏 모두 몇 권의 책을 냈을까... -
굵직굵직한 시국사건 산증인 한승헌 변호사
한승헌 변호사의 올해 나이는 76세, 새해가 되면 희수(喜壽)다. 한국 남자 평균수명에 해당하는 이 평생의 시간을 그는 시국과 함께 보내왔다. 시국에 웃고, 시국에 울고, 때론 시국과 부딪치고 시국에 갇히면서 살아왔다. 여기서 시국(時局)이란 ‘현재 당면한 국내외 정세’다. 그러니까 그의 삶은 그때그때 당면한 정세에 따라 양지와 음지를 극과 극으로 오갔다. 감옥에서 고위관직까지. 정치인이 아니면서 이렇게 굴곡진 인생을 살았다면 변절의 모습을 떠올릴 법도 하다. 하지만 그는 누구로부터 책잡힐 오점 하나 없이 늘 올곧은 자세를 유지해왔으니 참된 지식인의 본보기라 해도 좋을 듯하다.연말이 되면 어른이 그리워진다. 교회에서 하느님 말씀을 구하듯 가정에선 부모를, 사회에선 원로를 찾는다. 지난 것을 돌아보고 새것을 그려나가는 데 연륜(年輪)에서 우러나오는 한마디 가르침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종탁이 만난 사람’이 올해 마지막 인터뷰를 위해 한 변호사를 찾아간 것도 같은 이유에... -
대담집 ‘진보집권플랜’ 펴낸 서울대 조국 교수
외모가 빼어난 연기자나 가수, 스포츠 선수들이 언론과 인터뷰할 때 빼놓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실력으로 승부할래요.” 드라마나 영화, 노래, 혹은 운동경기 그 자체를 보고 평가하기보다 주인공의 외모에 더 관심을 두는 팬들의 성화를 지적하는 말이다. 겉치레로 하는 말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그들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타고난 신체가 아니라 땀 흘려 이룬 성과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한 욕구다. 대학 교수는 어떨까. 학문은 인기를 좇는 영역이 아니다. 학문의 세계에서 수려한 외모는 불리하게 작용할 때도 있다. 얼굴 잘 생긴 학자, 탤런트 같은 교수를 상상해본 적이 있는가. 영화속의 멋있는 학자는 작은 키에 커다란 뿔테 안경을 쓴, 뭔가 허술해보이지만 놀라운 예지력을 가진 사람일 뿐 장동건 같은 외모의 소유자는 결코 아니다. 외모와 학문은 아무 상관관계가 없지만 전문성이 뛰어난 학자는 외모가 뛰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이 우리 머릿속에 들어있는 것이다. 서울대 조... -
노르웨이 거주 10년 박노자 교수
박노자 교수는 토종 한국인보다 한국을 더 잘 아는 귀화 한국인이다. 한국이란 나라에 관심을 갖고, 인연을 맺고, 거주한 기간까지 모두 합쳐도 십수년밖에 안되는 외부인이지만 이 땅에서 평생 살아온 내부인도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를 예리하게 꿰뚫어본다. 한국말과 글에 능숙한 것은 물론 한국 역사, 정치체제, 문화, 한국인의 고정관념까지 속속들이 파헤치고 지적한다. 그의 진단은 송곳처럼 날카롭고 통렬하다. 그의 이념, 그의 해법에 견해를 달리할 수는 있어도 진단 그 자체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어렵다.박 교수는 10년 전 “산유화의 저자는 누구인가”와 같은, 여느 외국인에게는 엄청나게 어렵지만 그에게는 식은 죽 먹기와도 같은 귀화 시험을 쳐 공식적·합법적 한국인이 됐다. 그때부터 한국을 지칭할 때 ‘우리’라는 표현을 쓸 수 있게 되었지만 한국은 그에게 여전히 타자(他者)다. 온전히 몸과 마음을 기댈 곳이 없다. 그가 한국에 머무를 때의 신분이란 겨우 비정규직이었을 뿐이며, 그나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