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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알코올·웃음…있었는데, 없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경기가 열리고 있는 요코하마 스타디움. 교체될 투수가 야구 글러브 모양의 자동차를 타고 불펜에서 나올 때마다 본조비의 ‘Livin’ on a prayer’가 경기장 안을 가득 채운다. 도쿄에 온 이후 경기장에서 아주 오랜만에 들은 음악 소리다.올림픽 경기장은 늘 음악이 꽉 채운다. 흥에 겨워 춤을 추며 관전하는 관중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쿄 올림픽의 경기장은 고요하다. 관중이 없어서인지 음악도 사라졌다. 경기장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배드민턴 같은 실내 종목 선수들은 자신의 기합 소리 정도만 들으며 ‘적막’ 속에 경기를 모두 마쳤다.올림픽 개·폐회식에서는 개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뮤지션들이 늘 화려한 공연을 펼친다. 도쿄에서는 역시 볼 수 없었다. 일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사태를 선언한 중에도 올림픽을 개최한 데 대한 국민 정서를 대단히 신경쓰고 있다.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가 비난받을 수 있으니 차분하고 조용한 올림픽을 강... -
‘도쿄’는 늘 화가 나 있다···올림픽에 없는 3가지
2020 도쿄올림픽 야구 경기가 열리고 있는 요코하마 스타디움. 교체될 투수가 야구 글러브 모양의 자동차를 타고 불펜에서 나올 때마다 본조비의 Livin‘ on a prayer가 경기장 안을 가득 채운다. 도쿄에 온 이후 경기장에서 아주 오랜만에 들은 음악 소리다.올림픽 경기장은 늘 음악이 꽉 채운다. 흥에 겨워 춤을 추며 관전하는 관중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의 경기장은 고요하다. 관중이 없어서인지 음악도 사라졌다. 경기장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배드민턴 같은 실내 종목 선수들은 자신의 기합 소리 정도만 들으며 ‘적막’ 속에 경기를 모두 마쳤다.올림픽 개·폐회식에서는 개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뮤지션들이 늘 화려한 공연을 펼친다. 도쿄에서는 역시 볼 수 없었다. 일본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비상사태를 선언한 중에도 올림픽을 개최한 데 대한 국민 정서를 대단히 신경쓰고 있다. 축제 분위기를 만들었다가 비난받을 수 있으니 차분하고 조용한 올림픽을 강조하고 ... -
올림픽이 열린 날, 취재진에게 열린 ‘헬게이트’
지난 23일 일본 신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개회식.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취재진에게는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 이미 가는 길부터 ‘헬게이트’와 다름없었다.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신국립경기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환승센터(MTM)로 이동하는 셔틀버스 안은 각국 기자들로 북새통이었다. 올림픽 스타디움에 도착해서는 입장을 위해 기다리는 기자들이 장사진을 이뤘다. 입장을 위해 이동하는 동안 바로 옆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오륜기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요란했다.입장 후에는 10시간 가까이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인내의 시간이 이어졌다. 오후 8시에 시작된 개회식은 지루함의 연속이었다. 텅 빈 관중석에 공연 자체도 심심했다. 하품을 몇 번 했는지 모른다. 오히려 스타디움 밖이 더 난리였다. 스마트폰으로 개회식을 보는 사람들과 ‘개최 반대’를 외치는 사람들이 뒤섞였다.스타디움에서의 일은 성화 최종 점화자 오사카 나오미가 나오고 나서야 겨우 끝... -
사무라이와 나데시코
2020 도쿄 올림픽 첫 경기는 소프트볼이었다. 일본 대표팀은 21일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8-1, 5회 콜드게임 승리를 따냈다. 4회 쐐기 투런포를 때린 후지타 야마토는 이번 대회에 투수로도 나선다. 일본 언론들은 “소프트볼의 오타니가 결정적 홈런을 때렸다”고 전했다.대회 첫 경기를 이기자 일본 언론들은 ‘이 기세가 나데시코 저팬으로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쏟아냈다. 일본 여자 축구대표팀은 ‘나데시코 저팬’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나데시코는 패랭이꽃이지만 일본산 패랭이꽃을 뜻하는 ‘야마토 나데시코’는 ‘남편의 말을 잘 따르는 정숙한 현모양처’라는 의미를 갖는다. 2011년 나데시코 저팬은 여자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했고 2015년 대회 때는 준우승을 거뒀다. 도쿄 올림픽에 나서는 일본 단체 구기 종목 대표팀은 ‘별명’을 가졌다. 일본 야구대표팀의 별명은 ‘사무라이 저팬’이다. 사무라이 저팬 홈페이지는 야구대표팀 소식을 전한다. 대표팀 별명으로 여러 가지 마케... -
비행기에서 내리자, 우린 ‘병균’이 됐다
각오를 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어쨌든 올림픽은 지구촌 최대 규모 스포츠 행사다. 안전하게 치러지는 게 최우선이다.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라면, 어느 정도 불편은 감수하는 게 맞다.여자 배구대표팀은 20일 오전 8시에 출국 수속을 마쳤다. 11시15분에 비행기가 출발했고, 오후 2시20분쯤 나리타 공항에 도착했다. 일반 승객이 먼저 내리고 한참 뒤에 올림픽 관계자들이 비행기에서 내렸다. 김연경을 비롯한 여자 배구대표선수들과 다이빙 대표선수들이 앞섰다.안전한 도쿄 올림픽을 돕기 위해 대표팀은 필요한 모든 과정을 다 거쳤다. 백신을 맞았고, 출국 직전 훈련 시간을 쪼개 코로나19 음성 확인 검사를 두 차례나 받았다. 그런데도 입국 뒤 절차는 끔찍한 수준이었다. 철제 의자에 줄지어 앉아 순서를 기다렸고, 타액을 통한 코로나19 검사를 다시 받았다.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실내에 모여 있어야 했다. 입국장을 나온 김연경은 “입국 절차가 생각보다 오래 걸렸는데, 무사히... -
절인 매실·레몬…일본의 ‘신박한’ 코로나 검체 채취법
지난 17일 도쿄 올림픽 취재를 위해 일본에 입국하고 자가격리 최종일인 사흘째. 발이 묶여 있는 취재기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는 역시 거듭되는 코로나19 검사다. 입국 공항에서부터 코로나19 검사가 이어진다. 드나드는 사람이 워낙 많다보니 목구멍을 휘젓거나 콧속을 후비는 대신, 침 분말을 이용한 코로나19 간이 검사를 한다.그런데 이 침 뱉는 일도 사람 나름이다. 당국이 요구하는 양의 침을 모아 무리 없이 낼 수 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침이 나오지 않아 고생깨나 하는 사람들도 있다. 침이 잘 나오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일본 당국에서 마련한 방법이 참 오묘하다. 공항에 있는 코로나19 검사 부스에는 일본 사람들에게 김치나 다름없는 우메보시(매실 절임)와 레몬 사진이 떡하니 붙어 있다(사진). 신맛을 대표하는 이들을 보고 입안에 군침이 돌게 하려는 의도라고 한다. 아이디어라면 아이디어인데 이 방법마저 통하지 않으면 다시 코 안을 후벼 샘플을 채취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