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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화·차별 해소 꿈 ‘가물’…“제대로 된 노동정책을 내달라”
“촛불집회에 나가면서도 이게 소용이 있을까 싶기는 했어요. 말도 안 되는 상황 속에서 무력감이라도 해소해보잔 생각이었죠. 그런데 탄핵이라니. 내가 역사책에 한 줄 쓰일 수도 있겠구나 싶었어요. 지금요? 정치가 어떻게 되든 내 삶을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고 느껴요. 변화를 이뤄낸 줄 알았는데 아니었더라고요. 대선에도 관심 없어요. 누가 돼도 나한테 큰 영향이 없을 것 같거든요.”특성화고 기간제 교사 장민선씨(30·가명)는 2016년 촛불집회에 적극 참여했고 누구보다 변화를 열망했지만 정치에 대한 관심을 잃었다. 정치가 자신의 삶을 바꿔주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만 해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기대에 부풀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1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최근 정규직 전환을 잠정 합의한 한국가스공사 비정규직 청소노동자 박인국씨(52)는 “문 대통령이 인천국제공항에서... -
현실과 거리 먼 코로나 보상…“현장 목소리부터 들어달라”
살아남으려 발버둥 쳤지만남은 건 공황장애와 우울증“사회 시스템 전체가 뒤집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15년차 자영업자 강현모씨(46·가명)는 한숨을 쉬었다. 12년간 형과 함께 아버지의 인쇄업체를 운영한 그는 2019년 서울 가산동에 프랜차이즈 카페를 차렸다. 스무평 남짓한 작은 카페지만 창업 초기엔 희망이 컸다. 월매출 2500만원, 임대료·인건비·재료비를 빼도 어지간한 직장인만큼은 벌었다. 가족 업체 지분을 팔아서 창업 자본을 마련한 덕에 은행 대출 부담도 적었다. 지금은 매달 500만원에서 1000만원 정도 손해를 본다. 강씨는 “살아남기 위해” 갖은 발버둥을 쳤다.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9월 프랜차이즈 가맹을 그만두고 개인 카페로 전환했다. 자재비는 똑같이 드는데, 본사 정책에 따라 가격을 묶어두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했다. 박리다매는 손님이 다수 있을 때나 실현 가능한 전략이었다. 직원은 넷에서 둘로 줄였다. 집을 담보로 대출도... -
공급·감세에 쏠린 공약…“집 못 사는 사람 위한 정책 안 보여”
문재인 정부 4년 반, 집값은 두 배로 전세난에 출산을 미뤘고 삶의 궤도를 바꿔야 할지 고민“실수요자 박탈감이 이런 거구나” “제일 실감 나는 건 부동산이에요.”2016년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이호준씨(41·가명)는 ‘요즘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사회문제’를 묻자 망설임 없이 집값을 꼽았다. 이씨는 2019년 5월 서울 마포구 아파트에 전셋값 5억8000만원을 주고 들어왔다. 당시 아파트 단지 내 한 층 높은 집이 매매가 6억3000만원에 나왔다. 지금은 14억~15억원 한다. 그때 무리하게 빚을 내서라도 그 집을 샀다면 어땠을까 싶다. 이씨는 집값이 오르는 속도가 무섭다고 느낀다. 2015년 가을 전셋집을 구하러 다닐 때였다. 오래된 아파트가 전셋값 3억9000만원에 나왔다. 집 10채를 가진 다주택자가 갭 3000만원을 들여 투자한 아파트였다. 부동산중개사무소에서는 “불안하다. 깡통전세일 수 있다”면서 계약을 만류했다. 매매가에... -
취업난에 ‘섬’이 된 삶…또 말뿐인 ‘청년 대선’
경향신문은 2016년 11월~2017년 3월 촛불집회에 참여한 시민 18명을 네 가지 범주로 나누어 각각 표적집단 심층면접(FGI)을 진행했다. 한국 사회 핵심 의제인 ①청년 실업 ②부동산 ③자영업 ④비정규직 문제의 당사자들을 인터뷰 대상자로 선정했다. 의제마다 4~5명씩 나눠 청년들의 취업난 고충을, 집 없는 사람들의 부동산 이야기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의 애환을, 노동권 사각지대에 놓인 비정규직 노동자의 서러움을 들었다. 18명 모두 평범한 시민들이다. 이들 중엔 30군데에 지원서를 낸 끝에 가까스로 취업한 사회초년생이 있다. 집값이 올라 아이 낳기를 포기할지 고민하는 신혼부부가 있다. 돈이 없는 손님에게 8000원만 받고 1만2000원짜리 피자를 몰래 포장해준 피자가게 사장이 있다. 노동권을 보장받지 못하고도 공정 담론에서 제외된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 이들은 “정치란 평범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어야 한다”고 했다.홍혜리씨(27·가명)는 ... -
‘바뀐다!’ 희망 꺼트린 정치, 바뀔까?
국정농단 심판, 변화의 기대 불공정·불통·비상식 그대로 대선 화두는 다시 ‘민생’ ‘공정’“정치권 안 바뀌면 투표 않겠다”2016년 11월 국정농단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누적 참가자 1500만여명. 1987년 6월항쟁 참가자를 뛰어넘는 인원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 탄핵을 이끌었다. 2017년 정권교체를 이뤄낸 시민들은 달라진 세상을 기대하며 일상으로 돌아갔다. 5년이 흐른 지금, 이번 대선이 내 삶을 바꿀 수 있을지에 의문부호를 다는 이들이 늘었다. ‘촛불시민’은 지난 5년간 어떤 정치의식 변화를 겪었을까. 경향신문은 2016년 11월~2017년 3월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시민 18명을 상대로 표적집단 심층면접(FGI)을 진행했다. 이들로부터 받은 답변 5만여 단어를 분석하고 공통 열쇳말을 추려냈다. 촛불시민들은 ‘국정농단’ ‘최순실·정유라·문고리 3인방’ ‘특혜’ ‘불공정’ ‘상식이 통하지 않는 나라’ ‘세월호 참사’ ‘불통’에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