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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제주를 더 아름답게 만드는…자연을 닮은 사람들
조류학자·지질박사·화산학 스승·지질공원해설사·기록 작가…자신이 나고 자란 제주도를 제 몸의 일부로 여기는 사람들 섬의 구석구석까지 탐구하며 살뜰히 아끼는 그들이 있기에세계자연유산 제주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더 귀한 섬이다제주의 탐험가들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제주도에는 탐험가가 많다. 여기서 말하는 탐험가는 포괄적 의미다. 과학적 발견을 위해 연구하는 과학자부터 자신이 나고 자란 제주도를 아끼는 사람들을 모두 칭한다. 이번 제주도 탐험을 통해 만난 탐라도의 탐험가들을 지면을 통해서나마 소개하려고 한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 김완병 박사는 조류학자다. 그는 새 울음소리만 듣고도 둥지의 위치를 찾아낸다. 이렇게만 보면 천생 조류학자지만 전부가 아니다. 그의 관심사는 제주도를 구성하는 여러 학문과 맞닿아 있다. 제주도의 새는 숲에 살고 숲을 이루는 나무는 용암대지 위에 뿌리를 내렸다. 관점을 확장해보면 조류학은 지질학, 생태학, 문화까지 연결돼... -
(15) 영실, 자연과 설화가 얽힌 ‘신의 정원’…심심찮게 노루도 만날 수 있다
백록담으로 갈 수는 없지만수려한 경치로 인기 좋은 곳제주인은 영실을 최고로 친다이른 아침부터 영실매표소가 사람들로 붐볐다. 영실코스는 다른 코스보다 거리가 짧아 탐방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한라산 정상까지는 가지 못하지만 수려한 경치와 기암절벽이 아쉬움을 덜어준다. 무엇보다 고도별 식물 분포를 엿볼 수 있어 개인적으로 즐겨 찾는 코스다. 이번 답사는 제주교대 교수인 영국인 데런 사우스콧과 동행했다. 그는 세계자연유산 서포터스로 활동하며 제주의 가치를 해외에 알리고 있다. 우연히 영어를 가르치러 왔다가 제주의 독특한 매력에 빠져 제주에 정착했다. 영실기암으로 올라가며 제주의 매력에 대해 짧은 대화를 나눴다. 그가 생각하는 제주의 매력은 ‘언어, 종교, 문화, 자연’이라고 말했다. 영어와 한국어를 번갈아 쓰며 자신의 생각을 쏟아냈다. 제주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사랑에 한국사람인 내가 부끄러울 정도였다.영실기암과 오백나한제주의 상징 한... -
(14)제주 용암지대가 빚은 습지···사람·동물 모두에게 생명수였다
홍수조절·이산화탄소 양 조절 등 경제·문화·과학적 보존 가치 높아‘동백동산’ 개발 안돼 원형 잘 보존 람사르습지로 지정되어 보호받아 세계 유일 ‘제주고사리삼’ 서식도 주민들도 생태계 중요성 깨달아 환경교육 프로그램 ‘물숲새’ 운영먼물깍습지는 조천읍 선흘리에 있는 곶자왈 내에 있는 습지다. 선흘리는 제주사람들도 잘 모르던 작은 마을이었다. 2007년 7월 근처에 있는 거문오름 일대의 화산활동 흔적들이 세계자연유산으로 선정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제주의 다른 관광지와 달리 내륙에 위치했고, 유락시설이 없다 보니 여행객도 붐비지 않았다. 그만큼 무분별한 개발이 진행되지 않아 제주 숲 생태계의 원형인 곶자왈지대가 발달할 수 있었다. 동백나무가 많아서 일명 동백동산이라고 부르는 선흘곶자왈은 제주도 내에서 가장 면적이 넓은 곶자왈지대다. 게다가 물이 쉽게 투과되는 지역으로는 드물게 습지가 발달해 이미 학자들 사이에서는 가치를 인정받은 지 오래다.... -
(13)제주 바다의 50만년 타임캡슐 ‘서귀포층’
“잠시 후 제주공항에 착륙하겠습니다.”기장의 착륙 안내에 선잠이 깼다. 창밖을 보니 바다 위에 뜬 별이 보인다. 요즘 제주는 한치잡이가 한창이다. 선상 위에 켜진 집어등이 바다를 밤하늘로 만들었다. 평소 같으면 보이지 않을 비양도의 자태도 보였다. 이번 제주 답사는 폭포 기행이다. 고산리에 사는 윤종운 사진작가가 동행해 풍경을 담기로 했다. 제주의 주요 관광지는 남쪽에 있는 중문과 서귀포 일대에 집중돼 있다. 호텔과 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것도 이유지만 40만년 전 일어난 단층 때문이다. 단층 때문에 생긴 솟은 지형으로 해안절벽이 생겼고, 용천수와 만나는 지점에는 물이 흘러 폭포가 만들어졌다.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 그리고 정방폭포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고보니 제주시가 있는 동쪽에서는 폭포나 해안절벽을 보지 못했다.■ 천지연폭포의 시간은 거꾸로 흐른다태풍이 지나간 서귀포는 평온했다. 전날 분주하게 움직였을 한치잡이 배들이 항구에 평화롭게 정박... -
(12)5000년 전 바닷속에서 뿜어나온 용암은 ‘제주의 왕관’이 됐다
해 뜨는 광경이 가장 아름다워 ‘제주 1경’으로 불리는 성산일출봉내부구조 훤히 볼 수 있는 ‘수성화산체’…지질학적 가치도 세계적남쪽으로 이어진 광치기 해변엔 4·3 당시 ‘집단학살’ 슬픈 역사도탐험을 하며 많은 외국 과학자를 만났다. 그들은 한국에서 온 나에게 “제주도에 가봤냐”는 질문을 자주 했다. 당시 제주의 지질학적 가치를 잘 몰라 경관이 아름다운 제주의 몇 곳을 소개했다. 덧붙여 관광명소와 유명 카페, 레스토랑 정보를 말하니 그들의 표정이 어두웠다. 그리고 되묻기를 “한국에도 제주도처럼 과학적인 가치가 큰 섬이 있는데, 왜 해외를 탐험하느냐”고 물었다. 처음엔 한국에서 온 내게 인사치레로 하는 얘긴 줄 알았다. 하지만 그 후로 어느 지역을 탐험하든 비슷한 질문을 꼭 받았다. “제주도에 가봤냐”고.매번 제주도는 아름다운 섬이라는 피상적인 답변만 하니 제주도에 대한 알 수 없는 부채감이 들었다. 이를 계기로 기회가 되면 제주도를 제대로 탐험해보... -
(11)우주와 맞닿은 어둠의 끝그곳엔 은하수가 있었다
한라산 1100고지서 바라본 우주아직은 ‘빛 공해’ 미치지 않아손 내밀면 잡힐 듯 말 듯 가까워화산 활동으로 수많은 동굴 생성180만년 전의 제주, 화성과 비슷외계인들에겐 최고의 탐험지역서귀포 제주항공우주박물관엔허블망원경·큐리오시티 모형심우주와 화성 탐사 활약 담아 생생한 우주 개발 경험도 선사■ 제주도 푸른 별 아래제주가 그리울 때 최성원의 ‘제주도 푸른 밤’을 들으면 향수를 달래준다. 그의 노래는 서정적인 가사로 제주의 아름다움을 표현해 긴 시간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나는 가사 중에서도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라는 대목을 가장 좋아한다. 일상의 답답함을 떨쳐버리고 제주도로 가자는 내용은 지금도 공감하지만 그사이 제주도가 참 많이 변했다. 이 노래가 세상에 나왔을 때에 비하면 훨씬 복잡해졌고, 오가는 인파도 늘었다.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게 있다면 ‘푸른 밤 그 별과 바다를 볼 수 있는 창문’뿐이다. ... -
(10) 제주인의 삶 이해하는 관문…30여년 탐구의 흔적 곳곳에
오월의 제주는 낙원이다. 초록의 자연은 검은 용암대지를 뒤덮고, 쪽빛 바다를 보면 발을 담그지 않고서는 못 배긴다. 덕분에 나도 바빠졌다. ‘요즘 당신만큼 제주에 많이 가는 사람이 없다’며 조언을 구한다. 나는 무조건 제주특별자치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하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에 가보라고 권한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박물관이지만 요즘 핫한 사립박물관 이름은 아니다. 30년 넘게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제주를 대표하는 박물관이다. 흔히 박물관에 가면 바닥에 난 화살표 방향을 따라 관람을 하지만 제주를 답사하기 전에 꼭 박물관에서 해설을 들어보라고 한다. 해설을 듣고 제주에 있는 자연유산을 보면 비교할 대상이 생긴다. 박물관에 있는 표본은 풍화작용을 받지 않지만, 현장에 있는 자연유산은 풍화작용으로 계속 모습이 바뀐다. 즉 박물관의 표본과 현장에서 본 표본을 비교하다 보면 차이점이 발견되고, 다음에 어떤 관점으로 자연유산을 봐야 하는지 명확해진다. 나는 제주에 올 때마다 ... -
(9) 세 차례에 걸쳐 만들어진 용머리해안, 산방산보다 오래된 화산체
“제주종합경기장 시계탑에서 뵙겠습니다.”세계유산본부 전용문 박사에게 연락을 받고 다시 제주를 찾았다. 제주에서 활동 중인 관광통역사분들과 함께 제주 서쪽의 주요 지질명소를 답사하기로 했다. 오전에는 수월봉을, 오후에는 산방산 일대와 중문대포해안 주상절리를 답사할 계획이다. 이른 아침 제주에 도착해 공항에서 멀지 않은 제주종합경기장으로 향했다. 관광통역사는 제주를 찾는 외국인 여행객들이 만나는 첫 번째 사람이다. 지질공원해설사가 있지만 외국인에게 제주의 자연을 소개하는 알림이 역할을 한다. 답사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분들의 해설 언어를 물어 보니 영어, 중국어, 일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까지 다양했다. 한류 영향으로 중국, 일본인 여행객이 많다는 건 알았지만 인도네시아인 여행객까지 있는 줄은 상상도 못했다. 일 년에 두 번 정도 전문가의 설명을 듣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일과 관련된 답사기 때문에 지원자가 많다고는 하지만 연구결과에 따라 변하는 과학적 사실을 알고 싶... -
(8) 깎아지르는 주상절리…선상에서 다시 본 제주도 ‘감동 그 자체’
“중문 대포포구 근처에 월평동굴이라는 동굴이 있습니다.”주상절리 탐험을 마무리할 무렵 한 통의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중문 대포포구에 있는 요트회사 담당자라고 소개하며 허윤영씨가 연락한 이유를 설명했다. 요트투어를 할 때마다 선상에서 보이는 해안 동굴이 어떤 지형인지 한번 봐줄 수 있냐고 물어봤다. 한가한 시간에 내려오면 요트를 타고 월평동굴 근처까지 접안이 가능하다고 했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지형탐사를 할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여러 각도에서 지형을 보는 것이다. 특히 주상절리나 해식동굴 같은 지형은 전망대에서만 봐서는 정확한 실체를 이해하기 어렵다. 다윈이 비글호를 타고 항해를 한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해안지형은 파도에 깎인 암석의 단면을 볼 수 있다. 또한 파도가 심한 곳엔 해식동굴 지형이 발달하고 다양한 해양 동식물의 서식처가 된다. 무엇보다 선상에서 한라산의 남쪽 면을 보고 싶었다. 바다와 해안지형 그리고 오름, 한라산을 한... -
(7) 우주의 생명 품은 웅덩이에 푹 빠져들고 용암과 파도가 빚은 동굴서 황홀에 젖었네
“길이 맞나? 너무 좁은데….”갯깍주상절리를 답사하기 위해 서귀포시 색달동 해변으로 향했다. 내비게이션이 경사가 심한 좁은 길로 계속 안내했다. 동행한 후배 전재영이 길이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차를 세우고 주변을 살폈다. 왼쪽으로 덤불이 우거진 숲과 절벽 아래로 하천이 보였다. 먼발치로 내려다보니 해변에 작은 주차장이 보여 계속 이동하기로 했다. 주차장 한쪽에 주상절리 사진과 함께 안내판이 보여 마음이 놓였다. 이곳은 갯깍주상절리대로 해안을 따라 걸으며 주상절리대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다. 주상절리대 안내판을 읽고 있을 때 재영이가 옆에 있는 작은 안내판을 보라고 말했다. 예래마을 조간대 조수웅덩이라고 적힌 안내판이 보였다. 조수웅덩이라는 생소한 단어가 눈에 띄었다. 조간대는 조수간만에 의해 바다가 잠겼다가 다시 드러나는 지역을 말한다. 밀물 때 들어온 바닷물이 썰물 때 바위 주변 웅덩이에 고여서 작은 물웅덩이를 만든 셈이다. 제주의 해안은 다양한 형태의 화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