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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개혁의 선행과제
교육현장의 혼란은 부모의 과욕, 선생님의 목적의식 상실, 정책난맥의 합작품이다. 이 시나리오를 다시 쓰기 위해서는 평등과 획일이라는 개념정립이 선결과제다. 평등이란 개성이 동등하게 존중되며 기회가 공정하게 부여되는 것이다. 학생들을 최악의 조건에서 최선의 조화를 만드는 사람으로 강하게 키우는 것으로 공동선을 삼아야 한다. 선진국 사람들이 ‘차별’이 아닌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연구해야 한다. 획일은 오로지 ‘대한민국1%’라 불리는 ‘특수계층’을 지향하는 빗나간 욕망이다. 무엇보다 더 일하고 덜 얻는 것을 감내하는 ‘안분지족(安分知足)’과 희생이 더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든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개혁 지름길은 ‘선생님’의 부활권력은 교육을 규정할 수 없다. 교육이 한 공동체의 문화적 전통의 집약이기 때문이다. 정책입안자들의 가장 큰 잘못은 자신들이 교육을 개선할 수 있다는 과신과 철학의 부재다. 영어학교로 한국도 아니고 미국도 아닌 제3세계를 만들어 가는 현... -
선생님의 자리
선생님은 오직 제자로 승부합니다. 천하의 영재를 모아 가르치고 싶은 꿈이 비단 맹자(孟子)만이겠습니까? 건국 60년 동안 선생님만큼 입시제도로 곡절을 많이 겪은 직장인들도 드물 것입니다. 이것이 혹 선생님들이 원칙을 수호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실천하지 못한 탓은 아닐까요? 오늘은 부정적인 면만 열거하며 지난날을 돌이켜 보았으면 합니다. 학생들을 스스로 교육할 수 없는 학부형이 자녀를 학교에 맡깁니다. 학교는 이런 자녀들을 맡아 사회의 규범을 훈육하며 최악의 조건에서 최선의 행복을 향유할 수 있는 성인으로 성장시킵니다. 학교는 주문생산공장이 아닙니다. ‘이 아이를 00대학에 입학시켜 달라!’ 이런 주문은 학원에서 받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히려 우리가 학원 대신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진학을 책임지겠다고 나선 선생님이 한 사람도 없었습니까? 그리고 그런 목적을 위해서 얼마나 많은 왜곡이 일어났는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입시제도 곡절’ 방관한건 아닌지학교는 개인의 장... -
예술이여, 침을 뱉어라
이명박 정권의 예술정책이 봄날 살얼음 건너가듯 위태롭다. 한국의 대표적인 문인단체인 한국작가회의에 지원하는 3400만 원의 예술기금을 담보로 ‘시위불참 확인서’를 요구한 행태는 그야말로 치졸하다. 작가들에게 영혼을 팔라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소아병적인 수준 이하의 예술정책으로 작가정신을 길들이겠다는 건지 알 수 없는 일이지만, 분명한 것은 이는 저 악명 높은 독재시대 검열제도나 마찬가지란 사실이다. 도대체 문화예술단체에게 정부지원금을 미끼로 시위불참 확인서를 요구해서 뭘 하겠다는 것인가.‘돈으로 예술통제’ 치졸한 정권이유가 무엇이든 문화체육관광부의 요구를 충실하게 수행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행위 또한 비난받아 마땅하다. 예술의 권위를 지켜야 할 예술위가 스스로 예술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정권의 하수인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을 면치 못하게 됐다. 아닌 게 아니라 문화예술위 ‘한 지붕 두 위원장’ 사태 등 이곳저곳에서 누수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걸핏하면 법과 원칙을 내세우... -
어머님 전 상서
개학이 얼마 남지 않았어요. 조상들은 아이를 기를 때 낳은 데, 본 데, 배운 데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가정과 사회와 학교를 일컫는 말인데 아이는 엄마를 닮는다는 말이 있지요. 학교는 학교대로 할 일이 있고 집에서는 엄마대로 따로 할 일이 있어요.사람은 말을 하는 동물이고 그 말을 기록한 것이 책이지요. 학교교육은 언어에서 시작하고 언어에서 끝납니다. 엄마가 안 읽더라도 부엌, 거실, 침대에 한 권의 책을 놓아두면 아이들은 그 분위기에서 공부가 됩니다. 아이에 너무 많은 기대 마세요책은 컴퓨터보다 생각하는 공간이 넓습니다.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으냐고 묻곤 하지요. 세상에 교과서만큼 좋은 책은 없어요. 나이 들어서도 다시 생각나고, 일생의 지침이 됩니다. 게다가 무엇보다 시험문제는 교과서에서 출제됩니다.교과서를 읽다 보면 궁금한 것이 생기고 궁금증을 풀기 위해 좀더 자세하게 적혀 있는 책으로 참고문헌이나 전문서적을 읽게 됩니다. 한 권의 책을 ‘활자가 꼿꼿이 살아... -
상설 전시장
오슬로의 국립극장 현액에는 그리그, 입센, 뭉크 세 사람의 이름이 새겨 있다. 가 귀에 익은 작곡가, 을 쓴 극작가, 로 알려진 화가는 우리에게 모두 낯익은 이름인데 이들 모두 노르웨이 사람이라는 것이 새로웠고, 바이킹의 나라를 다시 보게 했다. 풍차로 상징되는 암스테르담에는 고호의 미술관이 있다. 꼭 150층의 초고층 건물만이 랜드마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경주나 안동에 비하면 인천은 뉴욕에 가까운 신도시다. 문화 유적이 드물고 각기 사는 방식이 다르고 방문객이 많으며 역사가 짧은 도시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도시는 문화를 만들어 가거나 사들이는 것이 보통이다. 예술회관 미술관 로비 활용할만인천도 예술이 시민의 재산이요 그것이 돈을 벌 수 있는 투자라는 생각을 해야 한다. 날마다 캣츠가 공연되고, 고호가 인천 사람이라면 왜 장사가 안 되겠는가. 국보가 몇 점만 있어도 형편이 매우 달라질 것이다. 문화를 만들어가는 방법으로 우선 종합문화예술회관의 미술관 로비에 상설... -
외식문화 개선
정부가 최근 추진하고 있는 한식세계화사업이 한국의 음식문화 전반을 되돌아보게 하고 있다. 외국인에게 음식을 선보이려다 보니 밥상차림, 메뉴, 식당 운영방식 등에 대한 다양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역시 식당들의 주방위생, 불량 식재료 및 화학조미료 문제다. 한식은 음식을 한번에 차려내는 한상차림을 특징으로 하기에 음식물 낭비가 심하다. 사실 이러한 문제들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얽혀 있다. 식당 반찬의 종류를 줄이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한국의 식당은 반찬이 많은 것으로 유명하다. 반찬을 적게 주면 손님들이 불평을 하기 때문에 식당 주인들도 어쩔 수가 없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반찬을 준비하기 위한 시간과 비용은 결국 주메뉴의 질을 낮추게 만든다. 손님들이 먹다 남긴 반찬이 재활용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만약 반찬개수와 분량을 정한 한식 표준식단을 만들 수 있다면, 한국 외식문화의 문제점들이 차례로 해결될 수... -
지역 전문가 풀제도
인천시는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도 다른 도시들의 부러움을 사왔다. 경제자유구역의 활발한 개발을 통해 지속적인 투자매력지로서 각광을 받았고 급격한 성장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 살펴 보면 여러 문제점이 노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역 현안문제들이 효율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대규모 도심재생사업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이 지속적인 도시성장을 가로막고 있으며 도시민들간의 갈등을 유발하여 도시성장 원동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산적한 지역현안의 효율적인 해결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지역사회 이슈로 부각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할 실마리는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복잡한 이슈에 정치적 접근 위험지역현안의 공통점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복잡한 특성을 갖게 된다. 이슈에 얽혀 있는 많은 내용이 고도로 전문적이며, 일반 시민이 이해하기 쉽지 않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관련되어 있어 해결책을 찾기 쉽지 않다.자칫 섣부른 초기 접근이 문제를 더욱 꼬이게 만드는 경우도... -
강화갯벌의 ‘로맨스와 불륜’
한때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본인이 선택하면 ‘구국의 결단’이고 ‘민주주의 수호’지만 남이 하면 ‘정치적 배신’ 또는 ‘민주주의 파괴’ 운운하며 자신의 행위를 합리화하는 정치판의 철새들을 비꼴 때 자주 인용한 말이다. 그런데 지금 인천에서는 이 시쳇말이 딱 들어맞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바로 강화도 주변 갯벌지역에 추진 중인 두 개의 조력발전소 계획을 놓고 사업 주체인 인천시와 국토해양부간의 신경전이 그것이다. 인천시는 강화도, 교동도, 서검도, 석모도를 대규모 방조제로 잇는 강화조력발전소를, 국토해양부는 강화도와 영종도 사이의 강화남단갯벌을 거대한 인공호수로 만드는 인천만 조력발전소를 각각 추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세계 최대라 떠벌리며 조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이고 지역경제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 선전하고 있다.시·국토부 조력발전 ‘아전인수’그러나 국토해양부는 인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강화조력발전소의 경제성과 효율성을 문제삼으며 인천... -
‘좋은 마을’ 만들기
인천시의 도시재생사업이 표류하고 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상수 시장은 ‘반대하는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결정사항도 없고 이후 계획도 불분명하다. 주민들은 당국의 태도변화를 환영하면서도 관료들의 비민주적 행태를 경계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긍정적인 기사를 내보낸 뒤에, 실제로는 기존 방침을 관철시켰던 기막힌 ‘꼼수’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이번 지방선거에서 인천의 정치인들은 여러 정책에 대한 평가를 받게 될 것이다. 물론 지지하는 시민도 있고, 비판하는 시민도 있다. 그러나 정책이 주민의 의견을 포괄적으로 수렴하지 않고 성급히 시행된 점은 분명하다.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정책은 시민의 정치혐오와 불신, 무관심을 확대시킨다. 결국 소수 기득권층이 지방정치를 장악하게 된다. 票로 도시재생 재추진 막아야그래서 시민참여를 제도화하는 일이 더욱 중요하다. 시민참여가 막혀 있는 제도가 개선되지 않으면 공공정책을 둘러싼 갈등과 행정손실, 예산낭비 등은 번번이 되... -
‘어울림평천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구절이 있다. 조선왕조 오백년을 지배했던 유교 경전인 에 있는 말이다. 모름지기 군자(君子)가 갖추어야 할 이상적 생활 자세가 표현된 것이다. 여기 맨마지막 ‘평천하’는 천하를 고르게 한다는 의미다. 곧 유교적 이상사회인 ‘대동사회(大同社會)’를 만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그러나 조선왕조는 근본적으로 대동사회를 구현할 수 있는 구조를 갖지 못했다. 혈통으로 사람을 구분짓는 신분(身分) 사회였기 때문이다. 양반과 평민은 그렇다쳐도, 노비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는 없었다. 법적으로는 갑오경장 때 신분 해방이 있었다고 하지만, 사회적으로 이 문제가 풀린 것은 결코 아니었다. 수백 년을 지속한 반상(班常) 문제는 결국 유럽의 사상을 빌려서 해결 실마리를 찾게 되었다. 바로 사회주의와 민주주의라는 사상이나 제도를 통해서 말이다. ‘대동사회’는 이르지 못할 곳일까그런데 한국사회는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안게 되었다. 양반과 평민, ...